오래된 가게를 부르는 일본식 한자어, 노포(老鋪). 지난해 6월 서울시에서는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노포라는 단어를 대체하는 ‘오래가게’라는 새 브랜드를 내었다. 도시 이면에 숨은 오랜 것들의 가치와 매력을 드러내기 위한 이 프로젝트는 30년이 넘었거나, 2대 넘게 계승되었거나, 무형문화재로 등재된 장인의 가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2천 여건이 넘는 후보 중 중구와 종로구에 총 39곳이 ‘오래가게’로 선정되었다. 아는동네의 큐레이션 키워드 #오래된가게에서는 서울시의 ‘오래가게’ 개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아는동네의 시각으로 각 지역의 오래된 공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시대 변화의 상징과도 같은 커피 프렌차이즈의 등장 때문에,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는 서울 중구의 ‘다방’을 들여다본다.
01
을지다방
공구 업체들이 모여 있는 을지로3가. 그 가운데 있는 을지다방은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켰다. 여러 주인을 거쳐 지금의 주인이 85년에 인수한 이곳은, 시간이 80년대에 멈춰있는 듯하다. 누런 가죽 소파와 벽지, 테이블 번호가 수기로 적힌 계산표, 그리고 다방의 영원한 시그니처 메뉴인, 달걀노른자가 동동 띄어진 쌍화차까지. 이런 색다른 분위기 때문인지 젊은 사람들이 건물 1층의 을지면옥을 거쳐 2층의 을지다방을 찾곤 한다. 오랜 단골 어르신들과 젊은 세대가 한 공간에 어우러져 공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상세주소 : 서울 중구 충무로 72-1
* 운영시간 : 평일 07:30 – 19:00, 토 07:30 – 16:00
02
솔다방
청계 상가 3층에 자리해있는 아늑한 다방. 1998년 개업할 당시에는 배달원만 4~5명을 두었을 정도로 큰 다방이었으나, 현재는 주인아주머니 혼자 운영한다. 인스턴트커피가 생겨나고 프렌차이즈 카페가 나타나기 전, 솔다방은 세운상가를 찾는 사람들의 사랑방과도 같은 곳이었다. 현재는 같이 나이 들어가는 오랜 단골들과 어디선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솔다방의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 상세주소 : 서울 중구 청계천로 160
03
왕실다방
둥글고 커다란 문고리가 달린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드라마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공간이 펼쳐진다. 벽걸이용 공중전화와 1980년에 출고된 삼성 텔레비전, 고동색 가죽 소파가 공간 특유의 옛 느낌을 배가시킨다. 60~70년대 젊은이들에게 핫한 데이트 장소였던 이곳은 어느덧 60년을 훌쩍 넘긴 명동의 터줏대감이 되었다. 마감 시간이 비교적 이른 편이니 방문 전에 확인하자.
*상세주소 : 서울 중구 명동2길 26
04
학다방
충무로 7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인쇄 골목이 시작되는 곳에 위치한 학다방. 노란 간판을 확인한 후 계단을 따라 2층 실내로 들어서면 다방 특유의 소파와 저렴한 가격의 메뉴를 확인할 수 있다. 큰 액자에 담긴 그림과 옛날 달력이 걸린 것도 포인트. 다방답게 메뉴에 쌍화차가 빠지지 않는다. 현재 위치로 이사온지만 8년쯤 되었다고 하시니,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학다방과 함께 한 분들의 기억 속에 있다. 충무로에 들를 때에 학다방을 기억해주길.
*상세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37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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