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낯설지만 익숙하게

온다책방 대표 서혜진

아는여행|


작은 책방일수록 주인의 진가가 드러난다. 한정된 서가에 그만의 안목으로 고른 책을 알뜰하게 추려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온다책방의 서가는 어땠냐 하면, 글쎄 아무것도 모르겠다. 좋고, 나쁨을 얘기하기에는 아는 책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언젠가부터 독립출판물이 영 어색했다. 독립 서점을 포함한 크고 작은 서점들이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타이틀로 묶인 책들은 거기에도 있고 여기에도 있었다. 대형 서점은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표방하듯 책 이외의 유흥거리에 집중했고, 작은 서점들은 동네라는 아늑한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며 비슷비슷한 분위기를 흉내 냈다. 온다책방을 다녀오고 나서도 편견이 깨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우연한 책을 만나게 해주는 것. 본디 서점의 역할이란 그런 게 아니었을까. 정말 오랜만에 낯선 서가에서 방황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본인 소개 부탁한다.

충주 온다책방의 책방지기 서혜진이다. 책방을 연 지 2년 반 정도 됐다.



충주에서 나고 자란 것인가.

아니다. 원래 서울에서 태어났다. 집안 사정으로 충주에서 초·중·고를 나오고 스무 살 때 다시 서울로 돌아가 15년 정도 지냈다. 지방의 심심함이나 따분함이 싫어 떠났는데 막상 서울에 가보니 도시와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몸도 안 좋아서 돌아왔다. 서울에서 15년, 충주에서 15년 산 셈이다. 


하필 이곳 교현동에 자리 잡은 까닭이 무엇인가.

임대료가 좀 저렴하기도 했고(웃음), 책방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여기가 충주 시내와 새롭게 생기는 연수동 시내의 중간 지점이라 지리적으로 괜찮겠다 싶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동네 사람들 반응이 어땠나.

연세가 많은 분들은 여기가 뭐 하는 곳인가 싶어 많이 힐끗거렸다. 카페냐고 묻는 분도 있었고 책방이라고 말씀드려도 믿지 않으신 분도 있었다. 그런데 사실 책방보다는 나에 관해서 관심이 더 많더라(웃음). 젊은 분들은 아무래도 이런 장소가 익숙하다 보니까 ‘충주에 드디어 이런 곳이 생겼구나!’ 하는 반응이다. 


책방 이름의 뜻도 궁금하다. 손님이 온다는 것인가. 

이곳에 왔을 때 따뜻함을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따뜻할 ‘온’ 많을 ‘다’를 썼다. 또 말씀하신 것처럼 손님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그리고 일본 작가 ‘온다 리쿠’를 좋아한다. 여러 의미가 겹친다고 볼 수 있다.



ADD 충북 충주시 예성로 228

OPEN 13:00 ~ 20:00

MAIL onda_books@naver.com


《아는여행》의 큰 틀은 지역 소개서다. 살아보니 충주는 어떤 곳인가.

되게 조용하고 차분한 곳이다. 그리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진지한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서울에 있다가 여기 오면 힐링 받는 느낌이다. 

  

서점 대표님의 일과가 궁금하다. 

마냥 한가하지만은 않다. 서점은 1시부터 8시까지 운영하고 있고, 출근하면 우선 음악을 틀어놓고 청소를 한 후 그다음에 메일 확인을 한다. 주로 작가분들이랑 일대일로 거래하고 있기 때문에 메일을 주고받는 일이 많다. 지금처럼 인터뷰 요청이 오기도 하고. 끼니때가 되면 주변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책방 가까이에 소원이네 밥상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음식이 깔끔하게 나와서 자주 가는 편이다. 가끔 커피도 한 잔 사서 돌아와 일을 시작한다. 새 책이 들어올 때면 어디에 진열할지 고민하고 소개 글을 쓴다. 또 오래 책을 보는 손님이 있으면 커피나 차를 내어드리기도 한다. 택배 보낼 일이 있으면 우체국에 들르기도 하고.



ADD 충북 충주시 교동14길 7

OPEN 11:00 ~ BREAK TIME 15:00~17:00 / 일요일 휴무


이 일을 시작하고 좋은 점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매출이 좋지 않아서 되게 힘들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제가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얻지 못할 것이 참 많더라.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서 제 얘기를 할 수도 없었을 테고 또 온다책방의 단골손님들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하소연을 많이 한다.(웃음) 이 일을 통해 새롭게 얻는 기회들이 좋은 것 같다.


예전에 어느 서점 아르바이트 공고에서 책에 대한 애정보다 힘이 세야 한다고 쓰여 있는 것을 봤다. 다행히 독립 출판물은 가벼운 편이라서 육체적으로 그리 힘들 것 같진 않지만, 고충이 있을 것 같다.

서울에 있을 때 사람 상대하는 일이 힘들어서 책방을 시작한 것인데 서비스직은 어쩔 수 없다. 책방도 결국에는 사람을 상대하는 곳이더라. 가끔 곤란하신 분들이 올 때면 속으로 삭이고 있다.(웃음) 지금 목표는 하고 싶은 일을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하는 것이다. 


책은 읽힐 때 빛이 난다고 생각한요.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아무도 읽지 않는다면 책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이곳에도 펼쳐지지 않은 책이 있을 텐데, 그것들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드나. 

마음이 안 좋죠. 그럴 때는 고민을 많이 하는데, 한 번씩 진열을 바꿔본다거나 따로 추천리스트를 만들어서 이 책의 매력을 다시 알리려고 노력한다.



책을 소개하는 특별한 방식이 있는가.

처음에는 “제가 이거 읽어봤는데 되게 좋아요” 정도의 소극적인 소개를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소개받는 입장에서는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온다책방의 단골손님께 부탁을 드려 순위 상관없이 좋았던 책들을 뽑아달라고 했어요. 벽면에 붙인 것이 그 소개 글이에요. 


책을 선정하는 기준도 있을 것 같다. 어떤 독립 서점 대표님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하더라. 가능한 한 많은 사람한테 기회를 주고 싶다고.

일단 독립 출판물은 무조건 많이 들어오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선별하긴 한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책을 팔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거기선 할인을 하고 책방에서는 정가로 판매할 수밖에 없으니 고민하게 된다. 책이 좋다면 데려오는 편인데 이익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 여태까지 본 독립 출판물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장난 님의 《기록벽》이다. 몇 년 동안 집착하듯 메모한 것을 모아놓은 에세이 형식의 책인데, 내용이 좋더라. 개인적 취향이지만 누군가 추천해달라고 하면 그 책을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한다.



독립 출판물이 늘어나면서 문학이나 예술의 문턱이 조금 낮아졌다고 생각한다. 독립 서점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생각해도 답을 내리기가 힘들더라. 긍정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독립 서점은 특별한 책이 모여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단점이라고 하면 ‘희소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반 서적은 보통 1,000부 단위로 발행하지만 독립 출판물은 소량일 땐 20부, 30부도 발행하니까 아무래도 만나기 좀 어려운 것 같다. 금방 소진되니까.


그래서인지 여전히 소수의 취향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일반 서적에 비해 개인적인 이야기가 과감하게 드러나서 더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그것이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김봉철 씨가 쓴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라는 책도 일반 서적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얘기기 때문이다.


요즘은 서점에서 단순히 책만 팔진 않는다. 작가와 협업해서 특별한 자리를 만들고 제품을 제작하기도 하는데, 기획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

충주에도 나름 책을 내신 분이 많다. 그분들과 함께 우리 책방에서 책을 팔고 독자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에는 그런 자리가 참 많지 않나.



충주에서 자주 가는 장소를 소개해줬는데, 그중에 카페가 참 많았다.

일하다 보면 갑갑하고 스트레스 받을 때가 있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가게 문을 잠그고 카페에 간다. 커피상점 교동은 여기서 조금 걷다 보면 나온다. 카페 주인이 굉장히 쾌활하고 같은 서비스 업종이어서 그런지 얘기가 잘 통한다. 카페 나름은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무척 좋아하는 곳이다. 식물이 많은 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방에서 카페까지 걷는 길이 되게 예쁘다. 저는 여름에 갔었는데 나무가 막 우거져 있고 매미 소리랑 시냇물 소리가 들리고…. 산책한 뒤에 커피를 마시니 더 맛있더라.



PLACE 커피상점 교동

ADD 충북 충주시 교동3길 9-2

OPEN 12:00~22:00 / 월요일 휴무

TEL 043 843 0754



PLACE 카페 나름

ADD 충북 충주시 봉방6길 18

OPEN 월~목 12:00~21:00 / 토 13:00~22:00 / 일 13:00~21:00/ 금요일 휴무

TEL 043 852 0629


공수표는 어떤가. 공방, 서점, 카페가 혼합된 곳이던데.

사실 공수표는 가본 적이 없다.(웃음) 일전에 소개해달라고 해서 가보고 싶은 곳을 슬쩍 넣어봤다. 충주에는 워낙 그런 문화 공간이 많이 없으니까 비슷한 업종이긴 하지만 소개되면 더 좋을 거라 생각했다.



ADD 충북 충주시 연원11길 9

OPEN 14:00~23:00 / 월요일 휴무

TEL 0507 1411 9116


지금 날씨에 걷기 좋은 곳이 있을까.

충주가 지형적으로 바다와 가깝진 않다. 하지만 충주엔 호수가 많아요. 가깝게는 호암지가 있고, 버스를 타고 가면 충주호가 있다. 특히 호암지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자주 가는 곳이다. 저 혼자 ‘언어의 정원’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햇빛이 비칠 때도 예쁘지만 비 올 때가 정말 예쁘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ADD 충북 충주시 호암동

OPEN 연중무휴

TEL 충주시청 관광과 043 850 6723


RECOMMEND

단골손님이 추천하는 책 두 권


온다책방에 자주 드나드는 손님이 있다. 혹여나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을까 하는 조바심에 찾아오는 것도 같지만 나름 진지하게 책을 살피고 간다. 그들이 온다책방에서 재밌게 본 책은 무엇이었을까.

01 한행복 님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책방을 방문해준 손님이다. 처음 왔을 땐 고등학생이었는데 어느새 대학생이 됐다. 언젠가 사진집을 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RECOMMEND BOOK

《여름의 끝 사물들》 신승엽 · 신유진



신승엽 사진가의 사진과 신유진 작가의 소설이 반반 나뉘어 실려 있는 독특한 책.

추천 이유 / 분명 여름에 일어난 일인데 자꾸만 내 겨울 같다.


02 미정이 님

첫 소설집이 나왔을 때부터 방문해준 손님이다. 책방이 망해서 없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책을 사주고, 가끔 왕만두를 나눠주고 간다.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직접 만든 솔방울 리스를 선물해줬다. 

RECOMMEND BOOK

《청춘음울》 진해서 / 단편소설집



추천 이유 / 온다책방에서 처음 구매한 책이어서 더욱 소중한, 짧은 소설의 뒷이야기가 더 궁금한 책이었다. “선행의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악행에 대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 유성펜처럼 오래간다”라는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온다책방 대표 서혜진



책방을 운영한다고 하면 흔히 출판계에서 일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과거의 나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개미이자 감정노동자였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생계를 위한 수단이었고 진정한 꿈은 소설을 쓰는 작가이자 번역가였다. 현재는 우연히 책방을 운영하게 되면서 소원하던 글을 써 책을 펴내게 됐다. 일이 고되기는 하지만 헤밍웨이가 그랬던 것처럼 산책을 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글감을 얻어 꾸준히 쓸 예정이다.


FOLLOWING 4 SPOTS WITH HYEGIN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책방에 꾹꾹 눌러 담은 안목을 증명하듯, 온다책방 서혜진 대표가 추천하는 장소는 하나같이 알짜배기인 곳이다. 서로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차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산책을 겸하여 걷기를 권한다. 책방에서 시작해 호암지까지, 충주의 봄 거리를 거닐어보자.



01 공수표

서점, 공방, 카페를 겸하는 복합문화공간. 책을 사면 공수표에 도장을 찍어준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고양이와 강아지가 곁에 와준다. 


02 온다책방 

직접 고른 독립 서적과 작고 귀여운 소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곳. 주인장의 작은 세계에 발을 디디는 기분이다. 


03 소원이네 밥상 

깔끔한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자. 산책을 시작하기 전 배를 든든하게 채워줄 곳이다. 


04 카페 나름

식물에 둘러싸여 힐링할 수 있는 카페. 계산대 옆 문으로 들어가면 숨겨진 공간이 나온다. 

  

05 커피상점 교동

쾌활한 성격의 사장님이 맞이하는 한옥 카페. 분위기도 좋지만 메뉴 하나하나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06 호암지 

서혜진 대표가 ‘언어의 정원’이라 이름 붙인 곳. 그녀의 말대로 비 오는 날의 호암지도 운치 있을 듯하다. 


에디터

* 편집자: 아는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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