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의 나이를 바꾸는 일

청춘애한방

아는여행|


한방 의료업계 분들이 보면 서운하겠지만 한방은 내게 최후의 수단이었다. 양약이 들지 않을 때 한약을 먹었고, 물리치료를 해도 소용이 없을 때 그제야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왜 그럴까 했더니 그동안 한방이라는 의술이 좀 낯설게 느껴진 탓이었다. 한의사는 의사보다 차라리 도사에 가까운, 그래, 말하자면 신비의 영역이었다. 그렇기에 ‘청춘애한방’도 먼 세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인터뷰가 끝나고,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던 내게 김문수 이사가 건네준 쌍화차 한 팩을 보고 있자니, 한방이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최후의 정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헐레벌떡 학교 가기 바빴던 시절에 배고프지 말라고 엄마가 쥐여주던 선식, 생리통으로 크게 고생한 이후 아빠가 영동까지 가서 사온 포도즙…. 청춘애한방은 그런 표정이었다.



본인 소개 부탁한다.

청춘애한방의 이사장 김문수라고 한다. 청춘애한방은 2016년에 청년 여섯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고, 선식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청춘애한방’은 어떤 뜻이 담긴 이름인가.

사실 한방이라고 하면 좀 예스러운 느낌이 있다. 청년들이 모여서 만든 브랜드인 만큼 청춘스럽게, 활기차게 가보자 해서 이런 이름을 짓게 됐다. 간단히 말해 ‘청춘이 사랑하는 한방’인 것이다.



여섯 분이 각자 맡은 역할이 있나.

분야가 다 다르다. 한 친구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청을 만들고, SNS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또 한 명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해서 청춘애한방의 디자인을 맡고 있고, 약초를 전문적으로 수급하는 친구도 있다. 직접 농사를 짓는 친구도 있는 반면, 제조를 도맡아서 하는 친구도 있다. 저는 주로 총괄 및 기획을 해서 전반적으로 관여하는 편이다.


저만 그런지 몰라도 한방은 조금 다가가기 어려운 의술인 것 같다. 다리를 접질렸다고 가정했을 때 저는 한의원이 아닌 정형외과에 간다.

그런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저희의 역할이 필요하다. 어렵게 느껴지는 한방을 친근하게 풀어내는 것이다. 저희 고객층은 주로 10~20대다. 팩으로 나와서 간편하고, 맛도 다양해서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몇몇 어르신은 왜 이렇게 작게 만드냐고, 통에 좀 많이 담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시기도 하지만.(웃음) 사실 선식 자체가 접하기 어려운 식품은 아니다. 그런데 저희가 거기에 ‘한방’까지 접목하다 보니까 신선하게 봐주시더라. 


중학생 때인가 엄마가 아침마다 선식을 먹였는데 그냥 미숫가루 같은 거구나, 하고 마셨다. 아마 저 같은 사람이 또 있을 텐데 선식의 이점에 관해 설명해달라. 

먼저 식사 대신 한 끼 대용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등산을 하거나 갑작스레 에너지 보충이 필요할 때 먹어도 좋다. 밥이나 우유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도 우유에 타서 주면 좋아하더라. 맛을 놓치지 않으면서 그 안에 좋은 작용을 하는 잡곡과 한방 분말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장점이다. 


다양한 맛이 있다. 인기 있는 제품은 무엇인가.

‘#날씬한 곡물선식’이다. 어떤 효과가 있는지 바로 짐작할 수 있게 이름을 지었다. 이 선식은 주로 다이어트하시는 20대 여성에게 인기가 많다. ‘#똑똑한 블랙선식’은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머리를 활성화해준다는 검은콩과 흑미를 넣어서 학생들에게 좋은 선식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건 당연 ‘#당충전 초코선식’이다. 식물성 크림이 들어가서 달달한 맛이 난다.


ⓒ청춘애한방


패키지도 간편하게 잘 만들었다.

‘안녕선식’, ‘요일선식’이라는 이름을 지었는데, 요일마다 드시라고 총 일곱 가지 선식을 준비했다. 한 가지 맛만 계속 드시면 지겨울 수도 있으니까. 

  

청춘애한방이라는 브랜드가 선식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선식 이외에 어떤 제품이 있나.

약초가 가지고 있는 좋은 성분을 쉽게 응용할 수 있도록 식초를 만들었다. 물에 타 먹어도 요리에 사용해도 좋다. 또 간편하게 술을 담글 수 있게 병에다 약초를 넣어 보내드리는 패키지가 있는데, 어르신들이 많이 좋아한다. 그 밖에 사과즙, 도라지즙, 쌍화차 등 50여 가지의 식품이 있다.


쌍화차는 직접 제조하시는 것인가. 

그렇다. 정확한 명칭은 ‘B허벌티’이고, 계피를 제외하고 국내산 백작약, 숙지황, 황기, 당귀 등을 넣어서 달였다. 


이전에도 한방 관련된 일을 했는가.

아니다. 제천에서 농고, 안동에서 농대를 나왔다. 졸업 후 부모님을 따라 농사를 지으려고 했는데 이미 형님이 농사를 짓고 있었다. 아들 둘이 농사지을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저는 서울로 상경했다. 결혼하고 큰 회사에서 직장 생활도 했다가 컴퓨터 전문점도 운영해봤다. 그러다 진짜 즐거운 일이 뭘까 고민하게 됐다. ‘내가 좋은 일 좀 해보자!’ 하고.



‘내가 좋은 일 좀 해보자!’라는 말이 좋다. ‘좋아하는 일을 하자!’보다 더 와 닿는다.

그때는 정말 간절했다. 오래 고민했는데 결국엔에는농사 쪽에 관심이 가더라. 마침 제천시에서 청년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어서 그때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했다.


농사와 한방은 관련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론 영 관련이 없어 보인다. 

부모님과 제 주변 친구들이 농사를 짓는다. 일반 농가에선 채소를 많이 키우지만 제천에선 약초 농사를 많이 한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농사짓는 친구 때문이다. 예전부터 자신의 농산물을 팔아달라고 했다. 사실 귀담아듣지 않고 있었는데 귀농하려고 마음먹고 나니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사진도 찍고, 스티커도 만들고, 쇼핑몰도 만들어서 운영했다. 본격적으로 제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청년몰에 입점하게 됐다.


 ⓒ청춘애한방


제천과 서울, 두 지역에서 생활했다. 비교했을 때 제천은 어떤 지역인 것 같나.

제천은 예전부터 청풍명월의 고장이라고 불렸다. 요즘엔 자연 치유의 도시, 한방 약초의 고장이라고 불리고. 그런데 제천을 대표할 수 있는 상품이 부족하다는 것이 좀 아쉽더라. 우리가 노력해서 그 슬로건에 걸맞은 제품을 내놓으려고 한다. 


한방에 접근할 수 있었던 이유가 제천이 약초로 유명했기 때문이다요. 알게 모르게 지역의 영향을 받아왔을 텐데, 어릴 때 기억하는 제천 과 지금의 제천의 모습은 다른가. 

제천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공부해라, 숙제해라 하셨지만 그럼에도 자연에서 뛰어 노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는 있어봐야 고작 텔레비전이 전부였고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지금은 자연에서 놀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저처럼 자연에서 뛰어놀고 자연에서 배웠으면 한다. 아이들이 자랐을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다. 고난이 왔을 때 극복하는 내력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청춘애한방의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아무래도 청년들이다 보니까 자본금에 대한 애로사항이 있다. 올해는 그런 것들을 잘 헤쳐나가서 오롯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국내 시장의 입지를 다진 후에는 해외 수출도 도전해보고 싶고. 지금처럼 공동의 목표를 갖고 일하면 고용도 창출하고 배당도 많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인터뷰가 끝나고 김문수 이사가 쥐여준 쌍화차는 바로 먹지 않았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야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데워 마셨다. 그리고 푹 잤다.


ⓒ청춘애한방


그다음엔 어떻게 됐냐고? 전개상 감기가 깨끗이 나아야겠지만 그런 드라마틱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해저 끝에 두고 온 듯 가라앉았던 목소리가 깨끗한 수면 위로 올라와 다시 찰랑거렸다. 아프면 일단 속고 보는 뜨듯한 엄마의 약손이 생각나는 날이었다. 그래, 딱 이 정도의 치료가 필요한 날도 있는 법이지. 나머진 약손이 훑고 간 온기가 낫게 해줄 테니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에디터

* 편집자: 아는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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