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콘서트 가을 시즌

1. 싱 스트리트 인 봉리단

조윤|

한 가을 밤의 꿈, 싱 스트리트 인 봉리단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 선 어느 날, 김해 봉황동을 찾았다. 인문 360°의 가을 시즌 두 번째 골목콘서트, ‘싱 스트리트 인 봉리단’이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김해의 구도심인 봉황동에는 오래된 주택과 점집이 모여 있는 ‘점집 거리’가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아 쇠퇴해가는 골목이었다. 이런 봉황동에 변화의 바람을 가져온 것은 지난해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회현종합상사’다. 김해에서 활동하는 문화공동체 ‘재미난 사람들’이 만든 회현종합상사는 카페와 바느질 공방, 소품샵 등 6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을 시작으로 주변에 아기자기한 상점이 들어서면서, 최근 봉황동 점집 거리는 ‘봉리단길’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늦은 저녁, 봉리단길은 오래된 거리와 새로 들어선 공간들이 함께 자아내는 독특한 분위기에 이끌려 찾아온 이들로 북적였다. 분홍빛 담벼락을 지나 도착한 회현종합상사에는 이미 꽤 많은 관객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존 카니 감독의 영화 <싱 스트리트>에서 이름을 딴 이번 골목콘서트는 오랜 시간 골목을 지켜온 어르신과 새롭게 이곳에 자리 잡은 청년들이 모여 영화 음악과 함께 청춘의 꿈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마련되었다. 공연을 맡은 것은 싱어송라이터 헤이즈문과 피움, 첼리스트 김설령, 그리고 키보디스트 김성희였다.

 


해가 거의 넘어갈 때쯤, 영화 <원스>의 OST ‘Falling Slowly’가 익숙한 반주와 함께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첫 곡이 끝나자, 진행을 맡은 배우 김판겸 씨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관객들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주인공이 멋지게 꿈을 이루어내곤 하는 영화와 달리, 현실 속 우리네 꿈은 인생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십상이다. 골목콘서트의 첫 질문에는 관객들이 잠시나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었다.

 


뒤이어 존 카니 감독의 또 다른 음악영화 <싱 스트리트>와 <비긴 어게인>에 등장한 음악이 차례로 이어졌다. 노래와 노래 사이의 공백은 존 카니 감독의 영화 속 인물들처럼 꿈을 가진 사람들의 사연으로 채워졌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오디티에서 사전에 모집한 사연으로, 김해 청년들의 꿈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위로와 사랑을 전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저 행복해지는 것이 꿈이에요.”

 


이제 막 꿈을 꾸기 시작한 이, 꿈을 한창 좇고 있는 이, 혹은 꿈을 포기하려는 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관객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그와 연결된 공연을 들으며 어렴풋이 미소를 짓기도 했다. 때로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그들도 느꼈으리라.

 


차가운 밤공기가 골목을 가득 채웠지만, 회현종합상사의 대문을 나서는 이들의 표정은 포근하기만 했다. 봉황동에 새 숨을 불어넣는 움직임과 이곳을 배경으로 키워나가는 청년들의 꿈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날 잔잔히 울려 퍼졌던 음악처럼 따뜻한 모습으로 말이다.

 





'골목콘서트 가을 시즌' 연재글 리스트

1. 싱 스트리트 인 봉리단 (현재글)
2. 사계시음회
3. 섭헌우도서관

에디터

* 편집자: 박혜주

조윤

yjo@urbanpl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