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콘서트 여름 시즌

4. 지금의 살롱

박혜주|

지금의 세상에서 우리, 지금의 살롱



대부분의 이가 일과를 마쳤을 밤 9시, 사당역 근처 혼잡한 번화가 사이를 가로질러 걸었다. 골목을 따라 계속 걷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거리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술집만 가득했던 골목은 어느새 빵집, 세탁소, 미용실 등 동네 상점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 사이 간판도 없이 자리한 책방 ‘지금의 세상’이 문을 활짝 연 채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인문 360과 어반플레이가 함께 기획한 골목콘서트 여름 시즌 네 번째 시간, ‘지금의 살롱’이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지금의 살롱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행사를 진행하는 이도 행사에 찾아온 이도 모두 이곳 사당동에 터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세상 책방 사장님을 중심으로 미용실 ‘친절한 지균씨’ 사장님, 정육점 ‘한성한우’ 사장님이 패널로 참여했고, 빵집, 술집, 국숫집 등 동네 상인들이 스태프로 참여하여 직접 운영하는 행사다. 그들은 이번 살롱을 통해 주민들과 모여 책을 매개로 고민과 일상을 나누고자 했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정이 오가는 ‘사람 냄새 나는 살아 있는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다.



동네 골목을 오가다 한 번쯤 만나는 익숙한 얼굴들이 진행해서 일까?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던 관객들은 금세 입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와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다.


“저는 정말 좋아하는 일이 없어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살아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일과 삶을 어떻게 구분 짓고 균형을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상황이 변한 것뿐인데, 주변에서 제가 변했다고 해요. 그럴 때마다 인간관계가 너무 어려워요.”


서로의 단골집을 추천해주며 가볍게 시작한 대화의 주제는 어느새 진지한 고민으로 흘러갔다. 사람들은 포스트잇 쪽지로, 신청 곡으로, 혹은 직접 손을 들고 발화하며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전했다. 진로, 일, 연애까지, 주제의 범위도 넓었다. 하나의 고민이 끄집어질 때마다 사람들은 공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패널로 참여한 상인들도 자신의 경험담을 빗대어 위로하거나 인상 깊었던 책의 구절을 인용해 답을 전했다. 객석에 앉아 있던 이들 외에도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던 젊은 엄마도, 다정하게 동네 산책을 하던 모녀도 발걸음을 멈추고 열린 문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이곳에 있던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고민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이렇게 같이 이야기해봐도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결국은 본인이 결정해야 하는 일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도 이 시간이 소중한 건, 같은 고민을 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의 세상에서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가 된 이들. 이번 골목콘서트를 계기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갈 이들의 존재가 다시금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되어 줄 거다. 그래서인지 약 2시간의 행사가 지나고, 서로 다음을 기약하는 인사를 나누며 책방 문밖을 나서는 이들의 미소에서 어떠한 고민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골목콘서트 여름 시즌' 연재글 리스트

1. 그림책 속으로 탱고가 흐른다.
2. 실험적인(人) 
3. 둥이네 베란다
4. 지금의 살롱 (현재글)

에디터

박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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