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콘서트 가을 시즌

2. 사계시음회

박혜주|

다시 제주를 음미할 때, 사계시음회


산방산에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을 제외하고, 늘 한적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제주의 시골 마을, 사계리. 여느 날과 다름없이 조용하게 흘러가던 마을의 일상이 저녁이 되자 소란스러워졌다. 골목콘서트 가을 시즌의 세 번째 시간인 사계시음회가 사계생활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사계생활은 로컬 여행자를 위한 콘텐츠 저장소로, 사계리에서 난 재료로 만든 빵과 음료, 제주 작가들의 작품 및 디자인 굿즈를 판매하는 편집숍이자 카페이다. 본래 마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던 농협 건물이었으나, 은행이 이사를 가면서 빈 곳으로 남겨졌다. 방치된 공간에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콘텐츠 그룹 재주상회와 도시콘텐츠 창작 그룹 어반플레이가 마을의 이야기를 채워 넣어 지금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건물의 과거를 살려 은행 대기실처럼 꾸며놓은 공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이내 조명이 켜지고 사회자가 등장하며 사계시음회의 시작을 알렸다. 사계시음회는 시,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제주 아티스트들이 제주어로 제주를 표현하는 공연이다. 이들은 제주어로 시 낭송과 재즈 공연을 하고, 라이브 드로잉 쇼를 통해 제주를 그렸다. 이를 통해 사라져가는 제주어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했다.



첫 순서를 맡은 황금녀 할망은 잊혀 가는 제주어로 시를 짓는 시인이다. 그녀는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을 제주어인 ‘성달래고장’로 바꿔 낭송했다. 이미 알고 있는 시였음에도 제주어로 들으니 신선하고 색달랐다. 자리에 앉아 있던 관객 또한 제주에 살고 있음에도 제주어가 익숙하지 않은 듯 낭독에 귀를 기울였다. 실제로 이후 순서로 진행된 제주어 퀴즈에서도 다들 제주어를 생소하게 느끼는 걸 보아, 제주에서도 제주어가 일상생활 속에서 많이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문신기 작가와 김나형 뮤지션의 콜라보로 이루어진 라이브 드로잉 쇼가 끝난 후, 관객들은 제주어에 관한 이야기를 더욱 심도 있게 들을 수 있었다. 시인과 작가, 뮤지션과 함께 제주어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베롱한 싀상’은 아픔을 딛고 이제 좋은 세상이 왔다는 뜻이에요. 제주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 4.3 사건 이후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제주어에 얽힌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들으니, 생소하기만 했던 이곳의 언어가 친근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새롭게 주목받는 것이 있으면 반대로 잊히는 것 또한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속에 담겨 있는 수많은 사람의 세월과 이야기마저 흘려보내기엔 아깝고 아쉽다. 공간 사계생활과 이번 골목콘서트 사계시음회은 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다시금 숨을 불어넣었다. 덕분에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오랜 시간 쌓이고 쌓여 진해진 제주의 향기를, 또 사계리의 이야기를 깊게 음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시간은 계속해서 주민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오래도록 일상 속에 스며들 것이다.






'골목콘서트 가을 시즌' 연재글 리스트

1. 싱 스트리트 인 봉리단
2. 사계시음회 (현재글)
3. 섭헌우도서관

에디터

박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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