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콘서트 겨울 시즌

1. 별일 있는 하루

소보윤|

일과 삶 사이 그 어딘가, 별일 있는 하루


지하철 5호선의 끝자락 마천은 초등학교와 시장이 있는 전형적인 주거지역이다. 친근한 풍경이 반기는 한적한 동네에서 골목콘서트 겨울 시즌 첫 번째 행사 ‘별일 있는 하루’가 열렸다. 송파구는 신촌, 홍대가 있는 마포구, 성수가 있는 성동구와 달리 청년들의 동네로 이야기되는 곳은 아니다. 골목콘서트가 열린 마천시장 역시 청년의 활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골목에는 작은 카트를 끌고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이 대부분이었고,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는 전깃줄이 얼기설기 드리워져 있었다. 이 평범한 시장 골목 한복판에 홀로 북적이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공간 거실(Guhshil)’이다.  

거실은 송파구의 청년과 주민들에게 질 높은 문화 경험을 선사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유독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적은 송파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자 버려져 있던 가게를 빌려 문을 열었다. 지난 8개월간 동네 주민들은 스터디를 진행하기도 하고, 서울의 각 지역에서 모인 청년들은 다양한 모임을 열기도 했다.


 


그렇게 주민들만 다니던 동네 시장에 낯선 청년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거실에서 서로를 알게 된 단골들은 더 나아가 다른 청년들을 모으고 네트워크를 단단히 하기 위해 이날의 행사를 기획했다. ‘별일 있는 하루’는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른 ‘일’을 주제로 북테라피, 강연, 워크숍을 열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토요일 오후, 각자의 일을 이야기하기 위해 찾은 사람들이 마천 시장 골목으로 모여들었다. 이미 거실에서는 일에 대한 고민을 상담하며 알맞은 책을 추천받는 북테라피가 한창이었다. 문 앞에는 철학부터 시, 에세이를 아우르는 다양한 일 관련 서적들이 마련돼 있었는데, 방문객들은 책을 하나둘 펼쳐보며 마치 이미 알던 친구인듯 서로의 직업에 대한 대화를 자연스레 이어나갔다. 




뒤이어 북테라피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N잡러’ 홍진아 씨의 강연이 시작됐다. 그녀는 두 곳의 회사에서 동시에 일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일해야 할지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것만이 왕도가 아닌 요즘, 관객들은 질문과 답을 주고 받으며 새로운 길을 걸어갈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강연이 끝난 후, 일에 대한 가치관을 알아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을 통해 별일 있는 하루를 마무리지었다.

멈춤 없이 굴러가는 현실에서 숨 가쁘게 살다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다.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는 결국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느냐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하나의 정답이란 없겠지만, 거실에 모인 청년들은 나름의 답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갔다. 그렇게 이름도 모르는 낯선 타인으로 만난 이들은 어느새 삶의 고민을 나누는 친구가 됐다. 별일 있는 하루의 해는 저물었지만, 마천동 거실에서는 청년들의 일상을 짙게 물들일 이야기가 계속될 것이다.






'골목콘서트 겨울 시즌' 연재글 리스트

1. 별일 있는 하루 (현재글)

2. 계림동처방전

3. 책 한 잔 따뜻하게 주세요

에디터

* 편집자: 이지현

소보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