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콘서트 겨울 시즌

3. 책 한 잔 따뜻하게 주세요

박혜주|

새로운 시작을 바라는 이들에게


수인선 연수역 인근 골목은 인천 연수구의 번화가로 꼽히는 곳으로, 저녁 늦은 시간까지 많은 이가 오간다. 그중 한 골목에서 밝게 불을 밝힌 카페 ‘디벨롭핑룸’을 찾았다. 이 카페를 아지트로 삼는 인천 출신의 세 남자가 겨울 시즌 마지막 골목콘서트를 이곳에서 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동창인 세 명의 친구들은 아지트에 모여 각자의 취미를 나누곤 했다. 한 명은 뮤지션의 공연을, 한 명은 다양한 지식 모임을, 한 명은 독서를 좋아했다. 서로의 취향과 취미는 달랐지만, 무언가 함께할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들은 고민을 거듭해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동네 주민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열기로 계획했다. 그렇게 독서와 모임, 공연이 함께하는 ‘책 한잔 따뜻하게 주세요’가 시작되었다.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무엇보다 입장 티켓이었다. 참여자들은 입장료 대신 자신의 책을 티켓처럼 들고 왔다. 그들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다시 들추지 않거나 감명 깊게 읽어 누군가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제출했다. 포스트잇에 추천 이유까지 적어낸 후, 행사가 모두 끝난 다음 다른 사람들이 제출한 책을 한 권 집어 집에 가지고 갈 수 있다.





사회자의 멘트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차분해지자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다. 인디밴드 뮤지션 ‘헤일’이 등장해 박준 시인의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의 구절을 낭독하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헤일은 중간중간 자신들의 노래 가사를 먼저 읊어주거나 좋아하는 작가를 나누거나 하며 공연을 이끌어갔다. 특히 부르는 곡마다 어떤 감정을 담았는지, 어떻게 이 곡을 쓰게 됐는지 설명해주어 마치 소설 속에 빠져들 듯 관객들은 더욱 노래에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그들의 노래처럼 따뜻하고 평온한 시간이었다.



“저희는 이 콘서트를 시작으로 연수구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볼 예정이에요.”


행사를 기획한 이준의 씨는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독서 모임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연수구를 배경으로 펼칠 예정이라며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거창한 것이 필요하지 않다. 자그마한 감정의 여파로 헤일이 훌륭한 곡을 만들었듯이, 세 친구의 소소한 대화로 하나의 콘서트를 열었듯이, 일상 속에서 충분히 시작의 계기를 찾을 수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기획자들은 이번 콘서트를 계기로 새로운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할 것이고, 연수구는 이를 통해 좀 더 따뜻해지고 정겨워질 테다. 이번 콘서트에 참여한 이들 또한, 다른 이의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는 책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계기를 찾길 기대한다.





'골목콘서트 겨울 시즌' 연재글 리스트

1. 별일 있는 하루

2. 계림동처방전

3. 책 한 잔 따뜻하게 주세요 (현재글)

에디터

* 편집자: 박혜주

박혜주

phj90031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