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도시 02: 도시생활혁명》 미리보기 #1

모빌리티 서비스는 도시 문제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차두원|

도시를 움직이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최근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차량 및 승차 공유, 공유전동킥보드, 자율주행 셔틀버스 등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도시 문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 여러 도시에서 모빌리티 서비스가 정착하는 과정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에서는 2차 공유전동킥보드 파일럿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2018년 7월부터 11월까지 120일간 진행된 1차 파일럿 프로그램 분석 결과, 시민의 34%와 방문객의 48%가 자가용, 택시, 우버, 리프트 대신 공유전동킥보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전동킥보드가 도로에서 운행하는 차량 감소에 기여했다는 의미다. 포틀랜드 교통 당국은 전동킥보드가 교통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이동량을 증가시키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모빌리티 디바이스라고 판단했다. 현재 2차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전동킥보드의 온실가스 감축 기여 여부, 효율적 운영, 수명 주기와 적합한 요금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처럼 포틀랜드는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의 도시 정착 과정에 관한 긍정적인 선례를 보여준다.

한편 지난 2년 사이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지역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교통 혁신의 성지라 불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현재 ‘전동스쿠터 공유 허용 프로그램(Powered Scooter Share Permit Program)’을 진행 중이다. 2018년 3월 버드(BIRD), 라임, 스쿠트(scoot)가 교통 당국과의 협의 없이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교통 당국은 도심의 질서와 시민의 안전을 고려해 강제 철수를 명령했지만, 그 대신 같은 해 10월 전동스쿠터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엄격한 심사 끝에 스킵(skip)과 스쿠트가 프로그램 대상으로 선발됐고, 이 과정은 ‘위대한 스쿠터 전쟁(The Great Scooter War of 2018)’, ‘스쿠터-게돈(Scooter-Geddon)’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이후 2019년 10월에 시작된 ‘전동스쿠터 공유 허용 프로그램’에서 교통 당국은 추가로 점프(JUMP), 라임, 스핀(SPIN)에게 운행 허가를 발급했다. 동시에 각 기업에게는 사용자 주차 교육 제공, 보험 가입, 개인정보 보호정책 입증, 데이터 공유, 저소득층을 위한 계획 제시 등 세부적인 의무가 주어졌다. 기업별로 콜센터, 웹사이트 혹은 대표 이메일도 운영해야 한다. 시민들은 해당 채널을 통해 위험한 탑승 행위나 부적절한 주차 사례를 신고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교통 당국이 운영하는 콜센터 311번을 통해서도 신고 가능하며, 기업들은 사용자와 시민들의 불만 사항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교통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나아가, 교통 당국은 횡단보도 및 인도 침범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쿠터 운영 대수 확장 조건으로 잠금장치 사용을 제시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거리의 전용 주차장에 주차된 스쿠트의 전동스쿠터


산호세는 ‘더 나은 산호세 자전거 계획 2025(San Jose Better Bike Plan 2025)’의 일환으로 2018년부터 시내 주요 도로의 마지막 차로를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을 위한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용 도로로 재정비하고 있다. 2040년까지 시민 이동 거리의 15% 이상을 자전거로 대체하기 위해 시작한 계획이다. 전동킥보드 1만 9,000여 대를 운영 중인 샌디에이고에서는 전동킥보드 2,5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전용 주차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교통 현황과 정책, 거주민의 수용성 등에 따라 도시마다 각광받는 디바이스 종류는 다르지만,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분명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혁신과 규제 사이에 놓인 국내 모빌리티 업계

국내에서는 카셰어링 업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국내 카셰어링 양대 기업인 쏘카와 그린카의 회원 수는 약 44배, 서비스 존은 약 7배, 차량 수는 약 12배 증가했다.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우버는 자가용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엑스(Uber X)’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대와 서울시의 고발 등을 이기지 못하고 2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일자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출범하면서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가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019년 7월 국토교통부는 ‘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일명 ‘717 대책’)’을 발표했다. 717대책은 Type 1(플랫폼 운송사업), Type 2(플랫폼 가맹사업), Type 3(플랫폼 중개사업)로 이뤄진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제도를 제시했다. 하지만 Type 1으로 분류 가능한 타다의 불법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타다는 몇 년간 이어진 긴 전쟁을 끝내고 주요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타다를 중심으로 공유경제와 혁신, 합법과 불법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다양한 서비스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반반택시 등 규제 샌드박스 적용 사례를 제외하면, 717 대책에 명시한 비즈니스 모델 외에는 서비스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해외에서는 투로(TURO)와 겟어라운드(Getaround)로 대표되는 P2P 차량공유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소유자는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을 때 원하는 가격을 직접 책정해 앱에 내놓을 수 있고, 대여자는 트럭, SUV, 클래식카 등 다양한 자동차를 렌터카보다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다. 투로는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내 5,500개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겟어라운드는 세계 300개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두 서비스 모두 우리 정부의 ‘서비스 R&D 추진 전략’에 포함된 공유경제 정의인 ‘플랫폼 등을 활용하여 자산・서비스를 타인과 공유하여 사용함으로써 효율성을 제고하는 경제 모델’로 적합함에도 법망에 걸려 국내 운영이 불가능하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으로는 일정 대수의 자동차와 주차장을 보유한 사업자만이 자동차 대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 업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별도의 면허를 보유해야만 운전할 수 있고, 차도에서만 통행 가능하다. 2019년 3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개최한 ‘규제·제도혁신 해커톤’ 결과, 전동킥보드는 25km/h 이하의 속도로 자전거도로에서 주행이 가능하도록 관련 기업과 정부, 시민단체의 합의가 이뤄졌다. 또한 2019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전동킥보드 안전기준 개정고시를 발표하는 등 전동킥보드를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정착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위의 내용을 포함해 2019년 2월 8일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으나 상정되지 못한 상태다. 여전히 전동킥보드는 현행법과 개정 법안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더 나은 도시를 위한 실험 환경을 마련해야 할 때

프랑스 자동차 기업 PSA 그룹 산하 온라인 부품 판매 기업 미스터오토(MISTER AUTO)가 발표한 ‘2019년 드라이빙 도시 지수(2019 Driving Cities Index)’ 분석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주요 100대 도시 가운데 쉰세 번째로 운전하기 좋은 곳이다. 서울은 15개 지표 가운데 대중교통 분야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그 밖에 리터당 유가, 일일평균정체점수, 연간도로세 등은 중위권에 머물렀고, 대기질은 무려 91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는 국내 교통 시스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시민들이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기는 도시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시장조사 전문 기관 엠브레인(EMBRAIN) 트렌드모니터가 전국의 운전면허 소지자 1,000명을 대상으로 카셰어링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문을 시행한 결과 자동차 구입 부담감 해소, 극심한 주차난 해소, 교통 체증 개선 등의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카셰어링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출처: 2018 카셰어링 관련 U&A 및 인식 조사, 트렌드모니터, 2018.12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세계 여러 도시의 경우, 관련 스타트업과 정부 및 지자체가 도시 변화와 이동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모빌리티 정책의 입안과 실행은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고 있으며 자전거, 전동킥보드, 차량 및 승차 공유, 자율주행차 등으로 분절돼 시행 중이다.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업계의 해답은 보이지 않고, 차량 및 승차 공유는 제도적 한계에 부딪혔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부딪히는 규제가 하나라도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비즈니스 설계의 첫 번째 절차가 돼버렸다. 도시를 변화시키려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및 출시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종합적인 모빌리티 산업 및 서비스의 발전과 다양한 디바이스 간의 연계를 위한 정부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과 거시적 방향성도 없다. 

이 글의 서두에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정착하는 과정을 기술했다. 해당 도시들이 강조하는 단어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실험’이다. 여기서 말하는 실험이란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의 안착을 위해 여러 이해당사자가 시민과 탑승자의 안전과 편익뿐 아니라 도시 문제, 노동 문제, 사회적 수용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합의해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의미의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어느 수준까지 마련됐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 필자 주: 전동킥보드 관련 내용의 경우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 공개 의무가 없고, 특정 기업의 데이터를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어 해외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Contributing Writer 차두원

현대모비스 연구소,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위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겸임연구원, 코드42 정책총괄 등을 거쳐 현재 한국인사이트연구소에 재직 중이다. 과학 기술과 모빌리티 산업을 미래를 이끌어나갈 중요한 정책 대상으로 바라보며, 최근에는 모빌리티 분야의 산업 구조, 서비스 모델, 규제, 도시와의 협력모델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동의 미래』(2018), 『로봇과 인공지능이 바꾸는 일자리의 미래』(2016), 『초연결시대, 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의 미래』(2015) 등의 책을 집필했으며 다양한 매체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본 콘텐츠는 《아는도시 02: 도시생활혁명》의 수록 콘텐츠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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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편집자: 아는동네

차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