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를 지키는 먹거리

친환경 장터로부터 시작되는 변화

이지현|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야 할 때를 한 번 떠올려 보자. 상품을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 많은 이들이 ‘유통기한과 가격’을 꼽을 것이다.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 식재료가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 말이다. 이들이 내 몸에 들어가 신체의 일부를 이룬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건강한 식재료를 고르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은 결코 나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은 내가 소비한 상품과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식탁 위의 질문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적어도 먹는 일만큼은 별다른 고민 없이 간편하게 해결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연례 없이 길었던 올여름의 장마를 비롯해 지금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극단적인 기후 변화는 우리의 식탁부터 조금씩 변해야 할 때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환경을 보전하고 소비자에게 보다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 및 사료첨가제 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량만을 사용해 생산한 친환경 식재료를 찾아보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면 친환경 식재료를 만날 수 있는 친환경 장터가 우리 주변에서 이미 꾸준히 열리고 있다. 



©은평꽃피는장날


사람과 이야기로 채워지는 건강한 장터

은평꽃피는장날


최근 들어 로컬 유기농 먹거리 수요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은평꽃피는장날’은 농산물 생산자와 도시의 소비자를 연결하고, 믿을 수 있는 건강한 상품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는 직거래 장터다. 무농약인증 블루베리 생과와 이를 이용해 만든 수제 잼, 보리싹 먹고 자란 닭이 낳은 유기농 달걀 등 건강하게 생산한 다양한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참여 업체 중에는 농산물을 재배할 농토조차 화학비료나 항생제에 오염된 가축 분을 사용하지 않고 억새·갈대·낙엽·풀·수피 등 오로지 자연의 재료만 사용해 만들었다는 농가도 존재한다. 이런 토양에서 자란 유기농 채소와 쌀은 얼마나 건강한 영양분으로 가득 채워져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은평꽃피는장날


올해로 운영한 지 3년이 되는 이 지역 장터는 은평구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꽃장’ 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은평구 내에서 60년 전통을 이어 온 불광대장간도 참여해 각종 농기구와 칼, 가위를 갈아주고, 지역 내 요리 고수들이 만든 맛있는 음식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지역 주민이 한데 어우러지는 동네 축제나 다름없다. 이처럼 안전한 먹거리와 지역에서 만든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맺는 동안 지역사회 문화는 더욱 풍성하게 꽃피운다. 이처럼 은평꽃피는장날은 단순히 돈과 상품만 오고 가는 시장이 아니라 상품 안에 담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소통하는 건강한 장터의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소규모 형태의 ‘반짝꽃장’을 말 그대로 반짝! 열고 있으니 공식 블로그의 공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자.





©얼굴있는 농부시장


바른 식문화를 실천하는 첫걸음

얼굴있는 농부시장


건강한 먹거리를 선별해 먹는 일이 아직은 다소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진다면?  더욱 많은 이들이 일상 속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경험하고 삶의 일부로 여길 수 있도록 활발히 소통하는 ‘얼굴있는 농부시장’에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DDP 공간 한편에서 꾸준히 열리는 시민들의 놀이터이자 장터로,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건강함을 맛보고 이러한 경험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건강한 환경에서 재배한 유기농 채소부터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비건 쿠키와 업사이클링 의류까지, 다양한 종류의 친환경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얼굴있는 농부시장


특히 올해는 오랜 집콕 생활에 지친 나에게 건강하고 즐거운 한 끼를 선물할 수 있는 ‘한 끼의 레시피 꾸러미’를 기획해 선보이기도 했다. 얼굴있는 농부시장에 참여하는 농가들이 생산한 식재료로 꾸러미 재료를 꼭꼭 채워, '흑염소고기를 만든 밀푀유나베', '바질페스토냉파스타', '표고버섯곤드레나물밥' 총 세 가지 종류의 꾸러미를 준비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얼굴있는 농부시장에서는 일회용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을 적극 실천하며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함께 전해주고 있다. 건강한 장보기의 첫걸음, 얼굴있는 농부시장에서 차근차근 시작해보자!





©강동 도토리장터


일상 가까이에서 만나는 우리 농산물

강동 도토리장터


강동구에서 운영 중인 ‘강동 도토리장터’는 귀여운 이름이 인상적인 장터다. ‘도토리’는 '강동구 도시농부들과 토요일에 함께하는 이(리)야기가 있는 친환경장터'의 줄임말이다. 도시농부와 구민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자리에 모여 친환경 농산물, 먹거리, 수공예품을 직접 거래하는 교류의 장인 것이다. 우수지방 특산물 재배농가, 사회적경제기업, 소상공인 등이 한데 모여 친환경 채소와 과일, 통밀빵, 누룽지 등의 여러 먹거리와 수공예품을 20~30여 개의 부스에서 선보이고 있다. 가로수를 따라 사람들로 흥성거리는 장터를 찬찬히 구경하다 보면 어릴 적 부모님과 자주 찾던 시장의 정겨운 분위기가 변함없이 느껴지곤 한다.


강동 도토리장터의 매력은 누구나 참여 가능한 다양한 행사와 구미를 자극하는 여러 먹거리를 장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된장찌개를 끓이면 그 맛이 기가 막힌 보리막장 담그는 법을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배워 가기도 하고, 장터 한편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고소한 부침개 한 장에 전통 식혜를 곁들이며 즐거운 담소를 나눌 수도 있다. 다만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오프라인 장터를 개최하지 않는다고. 그래도 상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는 동시에 소비자가 건강한 먹거리를 만날 기회를 변함없이 제공하고자 ‘온라인 강동 도토리장터’를 준비했다고 하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곧 다가올 추석 선물은 온라인 강동 도토리장터에서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기획·제작 서울시 X 어반플레이  

이지현 에디터 



<서울 파머스 마켓>은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서울시 내에서 열리는 직거래 장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합니다. 가치 있는 소비를 독려함으로써 농부와 소비자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나갑니다.

에디터

이지현

삶을 음미하며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