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폴리X랩노쉬

서울과학사 종범X종언 인터뷰

이혜림|

 



똑같이 출근해도 그 시간에 ‘이동’하는 사람이 있고, ‘산책’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예술가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은 딴생각도 많이 하고, 같은 것을 보면서 다른 상상을 하고 다른 감성을 느끼고. 그런 감수성은, 조금은 민망하지만, 예술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인 것 같다. 일상을 통해서 다른 것을 보고 가공해서 다른 것을 만들고 싶다는 것.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서울 속 일상적인 것들을 낯설게 보고 다르게 보려고 시도하는 이들이 있다. 랜드마크가 아닌 서울에 있는 독특한 것들을 모형으로 만드는 ‘서울과학사’를 만났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종언X종범 3D프린터를 제조하고 있는 최종언이고, 디자인을 하고 있는 김종범이다.




서울과학사는 어떠한 곳이고 어떻게 시작됐나. 

종언 내가 3D프린터를 제조하고 있는데 2년 전쯤, 신제품이 나올 때 ‘노네임노샵(-종범의 디자인 스튜디오 이름-)'의 종범씨에게 제품디자인을 의뢰했다. 그때 3개월 동안 제가 종범씨 사무실로 출근해서 매일같이 같이 일했었다. 그러던 중에 종범씨가 전시를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 '서울과학사'가 생겨나게 됐다.

종범 덧붙이자면 제안이 들어왔던 전시의 타이틀이 <메이드인 서울(-보안여관 기획-)>이었다. 여러 작가들이 참여했는데 그중에 저희는 서울 자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을 구상했다. 우리가 서울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이 재미있게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둘 다 모형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더라. 그래서 서울의 곳곳에 좋아하는 것들을 모형으로 만들고 서울과학사라는 모형점을 만들었다. 우리는 전시로 인해 시작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모형으로 만들기 때문에 과학사라는 이름을 갖게 된 건가.

종범 그렇다. 나 같은 경우에는 어린 시절부터 모형을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일반적으로 모형점도 그렇고 오락실도 그렇고 그 이름을 건전하게 표현하려던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의 모형점이 과학사라는 이름을 주로 썼다. 그 기억을 떠올려서 서울과학사라고 지었다.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제품화하나.

종범 서울과학사는 서울에 있는 특이점이랄까, 독특한 것들을 대상으로 한다. 예를 들면 유명한 남산타워 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가진다. 서울에만 있는 독특한 형태를 가진, 문화적 토양에 따라 발생한 것들, 그런 것들을 만들어보자 생각하는 것이다. 주변에 분명히 있지만 쉬이 스쳐지나가거나 무어라고 불러야할지 알 수 없는 구조물을 모형으로 만든다.




제품화할 때 구조물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

종범 제품을 만들 때 선정 기준이 칼같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되는대로 만들어 내기는 하는데(웃음), 종언씨 같은 경우는 나보다 자주 전시장을 가서 도록도 사고 시간 날 때마다 서울의 골목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요즘은 오래된 아파트를 찾아다니며 기록하고 있고.


아파트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종언 요즘은 80년대 후반에 지어진 아파트를 돌아다니고 있다. 주공아파트나 보통 복도식 아파트들을 많이 찾아다닌다. 주변에서 지나가면서 보긴 했지만, 아예 그 아파트를 보기 위해 간 적은 없었다. 다른 시선으로 보니까 재미있더라. 이렇게 탐방을 다닌 것은 한 1년쯤 된 것 같다.


이런 활동이 결과물(모형)로 내놓아질 수도 있는 것인가.

종언 하고는 싶은데 구상만 하고 있다. 이런 아파트는 이런저런 방식의 모형으로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종범 아파트라는 것을 되게 싫어했다. ‘욕망의 상징’인 것 같고 ‘도시의 찌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에 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더라. 종언씨처럼. 보면서, ‘아, 정말 좋은 감수성이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사실 종언씨는 제조업 회사 대표라 시간이 정말 없다. 서울과학사 활동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비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어디서인가 전시 제안이 들어오면 그때 맞춰서 갑자기 제작에 들어간다. 계획이 전혀 없다. (웃음) 문래동 시리즈도 재미공작소에서 열렸던 팝업샵, <서울과학사 486일 경과보고>를 위해 만들게 된 것이다.




지금 보니 완성된 모형들은 도색이 돼있는데 판매되는 것은 하얀색이다.

종범 그렇다. 지금은 도색해서 전시하지만, 처음에는 도색을 안 했어요. 도색한 것은 얼마 전부터 시작했다. 3D프린터로 출력한 흰색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형태 자체에 집중하도록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술학원에 있는 하얀 석고상도 그 상이 가진 형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처럼.

종언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원하는 사람은 칠을 하면 되는데 사실 색칠이 쉽지는 않다. 또 조립하기 전의 모습 그대로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있어서 조립하지 않은 채 구매한 그대로 소장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다. 다양하다.




흰색 제품과 함께 입고 계신 새하얀 유니폼도 도드라진다. 

종범 이 스타일은 우리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복장을 참고한 것이다. ‘메이와덴키라는 일본의 아티스트는 평소 아트워크, 제품과 퍼포먼스 3박자로 이루어진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또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들의 유니폼이었다. 우리가 표방하는 것이 우리 두 명이 제작과 생산, 판매까지 다 해내는 독립모형점이다. 예를 들면 패키지 디자인과 제작도 자체적으로 현장에서 다 만들고, 3D프린터를 통해서 필요한 것을 제작하고, 동시에 판매하고. 그런데 그때 딱 갖춰진 유니폼을 입고 사람들을 만나면 판매하는 것이지만 때론 퍼포먼스의 형태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더라.

종범 일단 이 옷을 입고 다니면 ‘묘한 기분’이 들어요. 제가 패션 감각이 정말 없는데 이 유니폼을 입으면 뭘 입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편하기도 하고 누구든지 알아보더라. 예전에 연남동 마을 시장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방문한 사람이 엄청 많았다. 그때 이 하얀 유니폼을 입고 가니 다들 알아보시더라. “저기에 흰옷 입은 사람들이 있다, 가보라”고.(웃음) 괜찮은 것 같다. 대놓고 시선을 받는 것 아닌가. 평소에는 별로 원하지 않는 것이지만 그런 것들이 좋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특별한 경험이다.




비정기적이라는 서울과학사의 올해 계획은 무엇이 있나.

종범 일단은 서울과학사가 해온 ‘비정기적인 판매와 퍼포먼스’를 ‘비정기적’으로 유지할 생각이고, 아파트라든지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좀 더 ‘발칙한 것들’을 찾아서 효자모델로 개발하고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고 싶다. 아직 추상적인데 ‘하비쇼 Hobby show라고 일본의 모형에 관한 페어가 있다. 그런 곳에서 서울과학사를 선보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도 있고, 서울과학사가 모형뿐 아니라 마이너한 감수성의 제품들을 닥치는 대로 생산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다.






어반폴리 X 랩노쉬 : 미래를 생각하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다.

도시 속 놀이터, 어반폴리와 미래형 식사, 랩노쉬가 크리에이터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일상 속에서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그 ‘무엇’을 찾아봅니다.

크리에이터가 그리는 미래, 꿈꾸는 도시를 만나보세요.

도시에서 활동하는 모두를 응원합니다.




에디터

* 편집자: 박혜주

이혜림

yarim@urbanpl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