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WOOZOO(우주)

황정부 디자이너

채아람|


의식주는 인간에게 필수적 요소라 하지만, 서울 사는 청년들은 심각한 주거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청년이 본인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고려할 수 있는 집은 여전히 열악한 요즘, 합리적인 가격대에 더욱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는 셰어하우스 Share-House가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셰어하우스 우주'는 2012년부터 국내에 셰어하우스 문화를 선도해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서울 내 교통이 편리한 곳마다 위치한 오십여 개의 근사한 ‘우주하우스'는 누가 짓는 것일까. ‘함께 사는 가치'를 공간에 담아내는 황정부 디자이너를 만났다.


셰어하우스 우주의 이름은 어떤 뜻을 담고 있나.

한자로는 집 우(宇), 집 주(宙)를 쓰는데, 사실 중의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이 가진 ‘우주’를 만난다는 의미에서, 셰어하우스를 통해 여러 우주를 만나고, 그러면서 서로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32호점 ⓒ셰어하우스우주


해외에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공동 주거 문화가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는 셰어하우스라는 개념이 아직 생소한 분이 많을 것 같다. 

미국, 유럽 등 서구권 국가들에서는 누구나 고등학교 졸업 후 독립하는 것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통념이다. 그만큼 이미 1인 가구에 대한 고민이 예전부터 많이 이어져왔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성인이 돼도 결혼 전까지 분가하지 않는 것이 최근까지도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부터 본인들이 그렇게 살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 특별히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점점 젊은 사람들이 결혼도 늦게 하고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니까, 1인 가구에 대한 고민도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2030 청년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어느 정도 셰어하우스에 대해 알지만, 임대인이신 40-50대 분들은 보통 ‘아주머니가 안 계시는 옛날 하숙집’이라고 설명해 드려야 이해한다.

셰어하우스는 사실 아직 법제상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 건물을 지으면 법적으로 건물 용도를 나라에 신고해야 하는데, 아직 셰어하우스만을 위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셰어하우스로 새롭게 리모델링한 빌라, 아파트, 상가 등은 고시원과 똑같이 ‘가정용 생활업소’라고 신고하는 실정이다. 그만큼 사회 인식 자체가 셰어하우스 문화에 대해서 준비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우주가 국내에 최초로 기업형 셰어하우스 시장을 열 수 있었던 이유는 미리 일본 등의 사례를 보면서 사회 현상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로서 셰어하우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특별히 있나.

예전에 런던에서 유학하면서 잠깐 한국인이 운영하는셰어하우스에 살긴 했지만, 직접 디자인하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고 3~4년 동안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상업 공간 위주로 일했다. 일이 손에 익고 나서는 항상 비슷한 패턴 속에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새로운 재미나 강력한 동기를 찾고 싶어졌다. 또 내가 가진 디자인이라는 기술을, 나만의 이익뿐만 아니라 남들을 도울 방법으로도 활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데, 마침 셰어하우스 우주를 알게 되면서 좋은 기회가 닿았던 것이다. 이곳에서 내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53호점 ⓒ셰어하우스우주


여러 명이 함께 사는 집을 만드는 데 있어, 디자이너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셰어하우스는 집이다. 집의 가장 큰 가치는 ‘기능’이다. 집은 편해야 한다. 예쁘기보다는 편한 것이 우선이 돼야 해요. 전에 내가 하던 일들은 기능보다는 보이는 디자인이 중요했다. 예컨대 카페는 손님을 잘 유치하기 위해서 첫인상이 좋아야 했다. 그런데 집이라는 것은 그럴 필요가 없고, 거쳐 가는 공간이 아닌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큰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




맨 처음 입사 후 이틀 만에 집을 오픈했어야 했는데(웃음), 집이니까 뭐 거실에 TV, 소파, 예쁜 가구 놓으면 되겠지 했다. 그런데 그렇게 조닝 zoning을 했더니, 내부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패브릭 소파를 들이면 계속 식구가 순환되는 이 집에서 아무도 책임지고 관리하지 않을 것이다’, ‘TV는 식구들 사이 대화를 없앨 가능성이 있다.’ 등. 예전에는 생각해본 적 없었던, 가장 기본적 기능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요구했다. 초반에 시행착오가 정말 많았다.




53호점 ⓒ셰어하우스우주


작업하면서 언제 재미나 보람을 느끼나.

예전에 일할 때는 직접 디자인한 카페에 몰래 가서 음료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만든 공간에 사람들이 와서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하며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셰어하우스는 한 번 오픈하면 이 집에 다시 갈 수 없다. 집은 사적인 공간이니까. 그래도 종종 입주자분들이 퇴실할 때 ‘하우스매니저(관리직원)’에게 ‘좋은 공간에서 잘 지내다 간다, 이전에 살던 곳보다 좋았고 여기서 추억이 많이 생겼다.’ 같은 메시지를 남기고 갈 때가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쁘다.

셰어하우스의 디자인은 공간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 형태, 디자인, 공간 기획에 따라서 사람들 삶의 질이 많이 달라질 테니까. 요즘 유행하는 핑크색 벽지니, 대리석이니 하는 보이는 것들이 사람을 혹하게 할 수는 있지만 좋아 보이는 것은 오래가야 한두 달이다. 사람들은 공간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능은 처음에 잘 잡아 두면 사는 내내 계속 유지된다. 경쟁사로 여겨지는 다른 셰어하우스 기업들을 주기적으로 리서치하는데, 형태야 우리보다 나을지는 몰라도 기능적인 부분에서 그런 고민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디자이너로서 개인적으로 가지고 계신 꿈이나 목표가 궁금하다.

대규모의 셰어하우스를 제대로 지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몇십, 몇백 명이 입주할 수 있고, 또 그만한 커뮤니티가 가능해지는 공간을 꾸려보는 것이다. 좀 다른 측면으로 이야기해보면, 셰어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많은 분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교류를 잘하는 사람만 오지는 않는다. 내향적인 사람, 혹은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들과 같이 살기를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 이곳에 살 사람을 생각하며, 개인 공간에서 정말 프라이버시가 존중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나에겐 하나의 목표이다. 사실 기존 아파트, 빌라 등은 이러한 내용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운 형태이다. 예를 들어 안방은 규모가 커서 1명 살게 하기는 수익구조에 맞지 않은데, 두세 명 살게 가벽으로 나뉘기에는 또 갑갑해져요. 만약 셰어하우스 전용 대규모 신축 건물을 짓는다면, 평면부터 디자인할 수 있으니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그간의 노하우를 집약시켜서 만들었을 때 입주자들이 얼마나 만족하는지 실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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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편집자: 박혜주

채아람

ahram.cha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