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게가 스타가 되기까지

연남동 스타 가게

박혜주|

연남동을 방문할 때마다 전에 보지 못한 가게가 눈에 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연남동은 서울 주요 상권 중 최근 3년간 음식점 개업 신고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연남동에서의 도약을 꿈꾸며 시작을 알린 수많은 가게. 이 중 1년 후에도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가게는 몇이나 될까. 동진시장 인근에서 카페 겸 펍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주변인의 말을 듣고 이곳에 자리 잡았지만, 생각보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고 그에 비해 임대료가 너무 비싸 주변 상인 대부분이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아직 수많은 가게가 이곳에서 새 출발을 꿈꾸는 이유는, 사람들이 수많은 실패보다 몇 없는 성공에 미래를 겹쳐 보기 때문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대상은 연남동에 기반을 두고 크게 성장한 가게로, 대표적으로는 '툭툭누들타이', '감나무집 기사식당', '바다파스타'를 꼽을 수 있다. 연남동이 유명세를 치르기 전부터 이곳에 자리 잡고 상권을 이끈 이들은 급변하는 동네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위치를 지킬 수 있었을까.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그 비결을 엿봤다. 










장사의 기본은 덕심
툭툭누들타이


“내가 가고 싶은 식당, 내가 먹고 싶은 음식” 툭툭누들타이의 기준은 임동혁 대표 본인이다. 그가 만족할 정도라면 누구나 맛있게 태국의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태국 사랑은 대단하다. 원래부터 요식업에 종사했던 그는 우연히 지인을 따라 태국 여행을 갔다가 태국 음식 문화에 흠뻑 빠졌고, 이를 계기로 2,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동진시장 인근 점포(현재의 멕시칸 식당 ‘베무초칸티나’)에 자그마한 가게를 시작했다. 그는 처음부터 대중을 타깃으로 잡지 않았다. 자신처럼 태국 음식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가게를 꾸리고자 태국 현지의 모습과 비슷하게 꾸몄다. 사업 초반에는 접시, 인테리어 소품 등도 모두 현지에서 샀을 정도. 다시 말해, 그는 음식뿐 아니라 태국의 문화까지 판매하고자 했다. 조그마한 공간에 대기하는 손님이 늘어나자, 두 달 만에 동진시장 골목 지하 매장으로 가게를 옮긴 그는 태국인 요리사를 초빙해 좀 더 전문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지하 매장에서 시장 골목까지 대기줄이 이어질 정도로 손님이 끊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근 연남동 골목상권에 생기를 불어넣는 결과를 끌어낸다. 이에 힘입어 ‘Soi연남’, ‘오파스’ 등 다른 태국 음식 체인점을 내는 것도 모자라, 현재의 3층 건물로 이전하고 2017년 한국 미쉐린 가이드 ‘빕 그루망Bib Groumand’에 선정되며 승승장구한다. 가맹점 문의가 빗발쳤지만, 그는 모든 제의를 거절했다. “자신의 음식은 매일 먹어도 맛있다”는 그가 성장할 수 있었던 기저에는 자신의 음식을 향한, 또 태국 문화를 향한 강한 애정이 있었다.





맛과 서비스의 진정성
바다파스타



바다파스타의 시작은 소박했다. 방송작가 일을 하다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났던 이선영 사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만의 작은 파스타집을 차리고자 했다. 입지가 좋다고 하여 연고도 없는 연남동에 덜컥 자리 잡은 2014년, 아직 인근이 유명해지기 전이었다. 스스로 동네 파스타집 정도 규모로 예상하던 바다파스타는 금세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 동진시장 인근에 생선 스테이크 전문점 ‘바다스테이크’, 화덕 피자 전문점 ‘바다피자’, 동네의 오래된 방앗간 자리에 와인바 ‘동남방앗간’까지 오픈한다. 성공은예기치 않게 다가왔지만, 그녀의 운영 철학을 보면 그저 우연히 얻은 게 아니다. 우선 이곳에서는 가게 안에 수조를 설치해 냉동이 아닌 살아 있는 해산물로 바로 요리한다. 파스타, 스테이크, 피자 등 다른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면 한 곳에서 같이 취급할 만한 음식을 각각 주메뉴로 살려 가게를 따로 운영한다. 특히 해감이 까다로운 조개가 주가 되는 파스타를 주메뉴로 내놓는 것은 웬만한 전문 레스토랑도 선뜻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바다파스타 이현 매니저는 “‘한 맺힌 암꽃게 로제파스타’, ‘꿈을 이룬 고기 샐러드’처럼 메뉴마다 독특한 이름을 지어 이탈리안 전문 음식이 손님들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한 것도 하나의 비결”이라 설명했다. 손님마다 이곳을 찾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합의점은 결국 맛있는 음식이다. 어쩌면 가게의 흥망을 좌우하는 건 뛰어난 사업 수완도, 철저한 시장 조사도 아닌 제공하는 음식과 서비스의 진정성이 아닐까? 





손님을 향한 끝없는 고찰: 감나무집 기사식당


코오롱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인부들의 끼니를 담당하던 함바식당. 이곳을 운영하던 장윤수 대표는 건축 공사가 모두 마무리된 후, 가게 옆에 있던 감나무를 내세워 기사 식당을 차렸다. 이미 동교로 쪽에 기사 식당 거리가 조성된 이후였기에 후발주자나 마찬가지였던 감나무집 기사식당은 택시 기사의 성향과 특징을 고심했다. 택시 기사들은 식사뿐 아니라 화장실 사용, 동전 및 지폐 교환 등 다양한 용무를 함께 해결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내 동전교환기와 지폐계수기를 구비해 기사들이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감나무가 있던 마당을 주차장으로 바꿔 택시를 끌고도 편하게 방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사소한 것이라 여겨질 수 있는 배려는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가게 이름이 오르내리게 했고, 감나무집 기사식당은 곧 연남동의 유명 맛집이 되었다. 이어 사업을 확장한 감나무집 기사식당은 장소의 제약 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도시락 사업을 시작하고,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윤수김밥’을 오픈했다. 대표와 손녀의 이름을 따 ㈜윤수를 설립하고, 연남동에만 김밥집을 포함해 총 5개의 음식점을 열었다.(현재 윤수카페는 폐업 중) 감나무집 기사식당 또한 유명 TV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명성을 얻더니 올해 6월, 50년 된 낡은 가게를 정리하고 신축 건물로 이전했다. 이처럼 감나무집 기사식당이 하나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사소할지 모르나 가장 중요한 이유, 고객을 향한 분석과 고민이 있었다. 




※ 본 콘텐츠는 《아는동네 아는연남》 의 수록 콘텐츠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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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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