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생각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

연희동 사진관

진혜란|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SNS가 일상 속에서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를 잡으면서 각각의 시민들은 모두 사진작가가 되었다. 사진 그 자체에 조금 더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라면 DSLR 또는 미러리스 카메라 등을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는 시대. 사진은 과거 그 어떤 시대보다도 폭넓은 대중에게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보편화된 사진 문화의 이면에서 ‘인스턴트식 사진 찍기’라는 2016년 고유의 촬영 방식 역시도 많은 사람에게 공통으로 향유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랜 고민 없이 셔터를 누르고, 그 자리에서 사진을 바로 확인한다. 혹여나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삭제 버튼을 누르면 그만이다. 이처럼 사진을 촬영하는 일련의 과정이 한편으로는 너무나 가볍게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인스턴트식 사진 찍기에 익숙해진 많은 사람들에게 연희동 사진관은 사진을 대하는 색다른태도를 제안한다. 바로 느림의 미학, 그리고 아날로그적인 매력이다.



연희동에 애정을 갖고 자리를 잡으시게 된 계기, 다시 말해 서울의 다른 곳이 아닌 연희동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연희동의 '옛' 스러운 느낌과 흑백 필름을 다루는 연희동 사진관의 '옛' 스러움이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연희동의 작고 오래된 상점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서울의 여느 동네와는 다르게 느껴졌던 것이죠. 실제로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느낀 연희동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멋스러운' 동네로 다가왔어요.


다른 마을과는 구분되는 연희동의 개성과 연희동 사진관에서 있었던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연희동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사실이 참 매력적인 곳이에요. 예전에 한 가족이 가족사진 촬영을 위해 연희동 사진관을 찾아 주셨었는데, 가정사를 이야기해 주시며 가족사진을 찍는 이유를 말씀해 주시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덕분에 저도 편안하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할 수 있었고 편안한 느낌과 애정을 갖고 사진 촬영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연희동 사진관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난해 5월, 연희동 사진관은 연희동에서 처음 문을 열고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연희동 사진관은 다른 스튜디오나 사진관과는 다르게 '흑백필름'으로 촬영을 합니다. '흑백'과 '필름' 두 가지 요소가 지닌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따뜻한 느낌을 사진을 통해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작고 소박한 연희동 사진관'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연희동만의 문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소소하고 자그마한 상점 및 공간들이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동네를 지키고 있는 곳이 바로 연희동이에요. 오랜 시간을 보내온 공간들이 옹기종기 모여 골목을 이루고 있는 것이죠. 크게 특별하지도 않고 소소하고 일상적인 공간들이 오랜 시간을 버티고 버텨 만들어낸 멋스러운 느낌은 연희동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 나에게 필름이 딱 한 장 남았을 때 어떻게 찍을 것인지를 먼저 고민한다. 몇 년 전 퓰리처 사진전에서 읽은 문구다. 이 짧은 문장은 인스턴트식 사진 찍기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진정한 사진’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해주었다. 물론 인스턴트식 사진 찍기가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사진을 촬영하는 찰나의 순간만을 흘려보내는 현대인들에게 때로는 사진을 ‘생각해볼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느림의 미학과 아날로그적인 방식만이 연출할 수 있는 감동은 언제나 연희동 사진관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진혜란

연기를 합니다, 종종 글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