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가 시장에서 발견한 것들

단양구경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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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구경시장

두 남자가 시장에서 발견한 것들

때는 1월, 전통시장 도슨트와 도시 양봉 전문가가 만났다. 단양의 특산품인 육쪽마늘과 소백산 꿀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마늘은 수확 시기가 한참 지난 터라 마늘 거치대마저도 텅 빈 상태였고, 꿀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 남자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단양구경시장을 구석구석 누비고 다녔다. 만두도 먹고, 순댓국도 먹고, 궁금한 게 있으면 상인들과 얘기도 나눴다. 그러다 창고 앞 마늘 몇 단과 옷가게에서 자그마하게 팔고 있는 꿀을 발견했다. 상황이 영 엉뚱했는데 두 남자는 마늘과 꿀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소백산에서 지리산까지 다녀왔다. 주부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묘하게 집중되는 시간이었다.





전통시장 도슨트 이희준



1,000여 곳이 넘는 전통시장의 역사와 상인들의 철학, 그리고 특화된 상품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통시장의 이야기를 알리고 있으며, 저서로는 《시장이 두근두근》이 있다. 2016년 7월부터는 전국의 방앗간을 돌면서 몇몇 장인과 함께 건강한 국내산 참기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어반비즈서울 대표 박 진



도시가 싫지만 그럼에도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고자 도시 양봉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관심은 어느새 업이 되어 2013년에 ‘어반비즈서울’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사회적 기업인 어반비즈는 현재 서울, 수원, 인천 등 6개의 도시에서 30곳의 도시 양봉장을 운영하고 있다. 벌과 사람이 공존하는 달콤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01 석회암과 마늘의 끈끈한 관계


누군가 시장을 보면 그 지역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시장 안엔 현지인의 생활방식과 지역의 특징이 묻어나 있기 때문. 그렇다면 단양구경시장의 특징은 무엇일까? 눈썰미가 있는 이라면 시장에 유독 ‘마늘’이 들어간 간판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다. 단양은 마늘로 유명하다. 하지만 서산이나 의성도 마늘로 유명하다. 단양 마늘이 그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단양은 일찍이 시멘트 산업이 발달했다. 석회암지대로 이뤄진 곳이 많아서인데, 이러한 토양이 단양의 우수한 마늘을 탄생케 했다. 약산성 황토밭에서 자란 단양의 육쪽마늘은 다른 마늘에 비해 맛과 향이 독특하고 매운 편이다. 또한 알이 단단해서 오래 저장할 수 있다고.

한창 마늘을 수확할 시기인 6월 중하순엔 재밌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시장 거치대에 주렁주렁 매달린 마늘단이 그 주인공이다. 알싸한 향을 풍기며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준다. 11월 초만 되어도 그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맛으로 기억하면 되니까. 마늘이 들어간 고기만두, 떡갈비, 순대, 크로켓, 통닭, 어묵 등의 먹거리가 겨울 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PLACE

충북 단양군 단양읍 도전5길 31 / 043 422 1706

상가건물형의 중형 시장으로 매월 1, 6으로 끝나는 날 오일장이 선다.




02 단양에 왔으면 마늘

시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찾은 맛집들


1# 마늘 고기만두 & 마늘 김치만두



엄마네식당 만두는 피가 얇고 쫄깃한 게 특징이다. 다른 만두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마늘이 넉넉히 들어갔다는 것. 고기만두에서 은은한 마늘 맛이 난다면 김치만두에선 김치 맛과 함께 마늘의 알싸한 맛이 느껴진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매력이랄까?

또한 찜기에서 갓 꺼내어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너무 맛있어서 여덟 개가 들어 있는 한 판이 좀 적게 느껴질 정도. 고기만두, 김치만두 외에도 새우만두가 있는데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2#흑마늘빵



경주 황남빵, 천안 호두과자, 안흥 찐빵 그리고 제주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 돌하르방 빵이 있다면 단양구경시장엔 흑마늘빵이 있다.

이름은 낯설지만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와 동글동글한 마늘 모양이 귀엽다. 그러나 맛은 좀 진중한 편. 달달한 단팥에 밴 흑마늘 향이 제법 그윽하다. 입이 심심할 때 건강한 주전부리로 제격이다.


3# 원시인 마늘 떡갈비



원시인 마늘 떡갈비는 만화에 나오는 원시인처럼 뼈를 잡고 고기를 뜯어 먹는 재미가 있다. 전통시장에서 떡갈비를 파는 경우는 많지만 뼈째 구워주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생각보다 마늘 향이 강하지 않아서 아이가 먹기에도 좋고, 주문을 하면 바로 숯불에서 구워주기 때문에 깊은 불향을 느낄 수 있다.

혹여나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다면 사장님이 직접 기획한 트릭아트를 둘러보기를. 어설픈 트릭아트를 보고 있으면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진다.


4#마늘 순댓국



단양구경시장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딱 한 가지 음식을 추천한다면 망설임 없이 마늘 순댓국을 선택하겠다. 순댓국을 먹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국물인데, 마늘 순댓국의 국물은 진하기보다 맑다. 그래서인지 질리지 않고, 다 먹은 후에는 기분 좋은 포만감이 몰려온다.

마늘이 송송 박힌 순대는 쫄깃하고 소금, 쌈장 등 어느 소스를 찍어 먹어도 다 맛있다. 혹시 혼자라도 걱정하지 마시길.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순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솔로 세트가 있고, 연인과 가족을 위한 세트도 준비되어 있으니.


5# 흑마늘 누룽지 닭강정



누룽지를 전문으로 연구한 사장님이 누룽지와 닭강정을 합쳤다. 여기에다 오랜 시간 숙성 후 말린 흑마늘을 넣어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이름도 긴 흑마늘 누룽지 닭강정.

고소한 누룽지와 매콤한 닭강정의 조화는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이곳은 한 마리 단위로만 판매하는데 양이 많을 것 같다고 미리 걱정하지 말자. 평소보다 더 많이 먹는 당신을 보게 될 것이다.




03 건강한 육쪽마늘 고르기



단양의 육쪽마늘은 6월 중하순부터 출하되어 11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만약 6월에 마늘을 구입할 예정이라면 건조대에 걸려 있는 마늘을 선택할 것. 마늘은 수확한 뒤 반드시 말리는 과정이 필요한데, 다른 지역에서는 마늘을 세워두는 형식으로 말린다면 단양에선 마늘을 걸어두는 식으로 말린다. 한마디로 건조대에 있는 마늘은 수확한 지 얼마 안 된 신선한 상태를 뜻한다.


TIP 육쪽마늘 제대로 고르는 법

① 크기와 모양이 균일한 것이 좋다.

② 표피가 담갈색인 것이 좋다.

③ 통마늘을 손으로 들었을 때 묵직한 것이 좋다.

⑤ 수염 뿌리가 붙어 있고, 속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는 것이 좋다.




04 시장 구석의 아까시꿀

꿀은 꽃꿀Nectar을 꿀벌이 가져와 꿀Honey로 바꾼 상태를 말한다. 동종의 꽃에서 난 꿀이라도 생산된 지역에 따라 맛이 모두 다르다. 흔히 아까시꿀, 밤꿀, 유채꿀 등 단일종의 이름을 가진 꿀은 한 가지 꽃에서 얻은 꿀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렇지 않다.



아까시꽃이 피는 5월을 상상해보자. 아까시나무 주변에 아까시꽃 외에도 수많은 다른 꽃이 피어 있고, 꿀벌들은 그 수많은 꽃에서 꿀을 가져온다. 아까시꿀은 절대량에서 아까시꽃의 꿀이 가장 많아 붙인 명칭이지, 100% 아까시꽃으로부터 얻은 꿀이 아니다.

바꿔 말하면, 지역마다 피는 꽃이 다르기에 아까시꿀도 지역마다 다른 맛을 지닌다. 소백산의 아까시꿀, 지리산의 아까시꿀, 서울의 아까시꿀 모두 맛이 다른 것이다. 이렇다 보니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잡화라고 하는 꿀의 이름도 ‘밤+헛개’, ‘아까시+유채’와 같이 들어간 꽃나무의 이름을 모두 언급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탈리아에는 꿀맛만 전문으로 평가하는 ‘허니 소믈리에’도 있다.



단양구경시장의 아까시꿀이 다른 아까시꿀보다 조금 더 색깔이 짙은 이유도 그 안에 든 꽃의 성분이 달라서 그렇다. 꿀은 단순히 당류로만 구성된 게 아니다. 이 외에도 미량의 꽃가루, 프로폴리스, 미네랄, 비타민 등이 함유되어 있어 설탕 등의 당류와는 차이를 보인다.


TIP 꿀과 관련된 꿀팁

01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사는 지역에서 생산 된 꿀을 먹는 게 좋다. 그 꿀에는 꽃가루가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예방주사를 맞은 듯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소백산 주변에 거주한다면 소백산 꿀을 드시길 권한다.

02

국내에는 아카시아꿀이 없다. 오직 아까시꿀만 있다. 우리 나라에 자생하는 나무의 이름은 아카시아열대 자생종, 미 모사아과가 아닌 아까시나무장미목 콩과다.



에디터

* 편집자: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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