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가격으로 즐기는 문화생활

스페이스움

김선주|

"예쁜 카페에 앉아서 온종일 차를 마시거나 쉬고 싶어."


친구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말이다.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고 싶은 곳이 바로 카페인 셈이다. 젊은 세대는 유명한 관광지를 돌지 않아도, 특별한 놀거리를 즐기지 않아도 그저 카페에서 잡지를 넘기며 친구와 몇 시간씩 수다를 떠는 것을 휴식이며 여행이라 여긴다. 유명 TV 프로그램 ‘삼시세끼’처럼 그저 새로운 곳에서 즐기는 일상과 휴식.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뒹굴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여행인 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오래전부터 부산은 명실공히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한 곳이지만, 요즘에는 예쁜 카페나 펍이 늘어나면서 여성이 선호하는 도시 여행지로 변모하고 있다. 부산 카페 투어를 즐기는 관광객이 늘었고 부산에 펍 크롤링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사실 커피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부산에는 몇 날 며칠이고 돌고 싶은 카페가 참 많다.

사실 부산 전역으로 퍼져가는 카페 열풍이 아직 동래까지 미치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온천천 카페거리에 카페가 줄지어 서 있지만, 동래역 주변에서는 좀처럼 카페를 찾아보기 힘들다. 카페뿐만 아니라 동래구에 없는 게 또 한가지 있다. 바로 미술관이다. 해양자연사박물관, 부산민속예술관, 복천박물관, 동래읍성역사관. 유적이 많은 지역인 만큼 박물관은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미술관은 좀처럼 찾을 수 없다.





동래에서 이곳 저곳을 오가던 나는 카페이자 미술관이기도 한 스페이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스페이스움은 공연, 전시, 강좌 등을 통해 누구나 간편하게 예술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부산 지역 작가들의 전시를 통해 지역 예술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며, 지역 주민이 문화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제공하는 ‘문화예술 중개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넓은 공간 한쪽에는 카페, 다른 한쪽에는 갤러리가 있다. 방문객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옆 공간에서 전시를 관람한다. 내가 방문한 날에는 ‘시간을 담은 이야기 전’이라는 도자기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커피를 마시다가 도자기 전시를 관람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전시 공간뿐 아니라 카페 공간에서도 매월 다양한 강좌와 공연이 진행된다. 팝페라, 재즈콘서트, 아카펠라 공연 등 다채로운 실내악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연주자의 숨소리마저 가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무대가 가까워 공연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시간을 내서 연주회나 전시회를 관람하기 힘든 주민은 물론이고 부산을 방문하는 여행객에게도 지역작가의 전시와 공연은 큰 의미로 다가설 것이다. 음료 가격만 내면 즐길 수 있는 값진 문화생활, 바로 스페이스움으로부터 시작한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김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