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채우는 집

625막걸리

홍현민|

쉴 새 없이 이바구가 흘러나오는 장소가 있다. 동네의 이바구부터 전국 각지에서 흘러온 이야기까지 그 모습도 다양하다. 시원한 막걸리 한 잔 앞에 모인 이바구는 저녁 시간이 되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이러한 막걸리 집의 또 다른 매력은 할머니의 손길에 있다.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파전은 누군가에게는 옛 추억을 떠오르게 만드는 그리움의 맛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친숙하고 따뜻한 맛으로 다가간다.



625막걸리는 168계단을 오른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곳에서 정겹게 손님을 맞이하는 어르신들의 손맛을 느끼다 보면 무더운 여름에는 더위를, 찬바람 부는 겨울에는 추위를 피하며 맘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625막걸리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으며 그와 동시에 이바구길의 개성과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막걸리 집에는 그때 그 시절,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의 정취가 담겨 있고 음식에서는 ‘옛맛'이 느껴진다.




음식에 관한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싱싱한 재료는 식감을 더하고 어르신의 노하우는 음식에 감칠맛을 더한다. 모든 음식을 맛보고 싶었지만, 주어진 시간과 소화 능력에 모두 한계가 있어 알짜배기만 골라 먹어야 했다. 해물파전, 김치전, 부추전, 오징어무침 그리고 막걸리 한 잔. 낮이든 저녁이든 이 조합은 사람들의 입을 열게 하고 이바구 속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그처럼 625막걸리는 허기진 배를 달래며 마음마저 채울 수 있는 곳이다.



물론 625막걸리의 매력은 음식에만 있지 않다. 공간을 채우는 모든 이는 각자의 이바구를 지녔다. 정성을 담아 음식을 해주시는 어르신은 물론이고 막걸릿집을 방문하는 관광객과 주민 또한 자신만의 이바구를 품고 있다. 잔을 부딪칠수록 달아오르는 각양각색 이바구를 전부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이 남을 정도다.



"오래된 이야기는 풀어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가는 곳"


 초량동에 있는 모든 곳이 그렇겠지만, 625막걸리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이바구가 태어난다. 혼자 아니면 둘 셋, 그들이 삶 속에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바구가 이곳에서 마구 쏟아진다.

Tip. 쉴 새 없이 오고 가는 이바구에 피곤함을 느꼈다면 같은 길에 있는 <이바구 충전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내일을 위해 몸과 마음을 충전해도 좋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홍현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