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을 담아 제주를 선물합니다

제주한면가

조혜원|

제주 조천읍 해동마을에서 태어나 셰프를 꿈구던 제주 청년은 일본에서 요리를 배우고 고향으로 돌아와 고기국수 가게를 차렸다. 식당이나 관광지가 없는 조용한 마을 길가에 파란 깃발을 펄럭이는 돌담 집이 눈에 띈다. 아직 개업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서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기도 전부터 손님이 줄을 선다.



"제주 청년, 제주의 별을 보며 꿈을 그리다."


얼핏 보기에는 일본풍의 느낌이 묻어나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사소한 부분까지 한국의 전통을 담았다. 한자로 '제주한면가'라 적힌 파란 깃발은 북적이는 한양 장터에서 고유의 깃발을 세워 영업 개시를 알렸던 국숫집의 상징이다. 돌담 앞에는 대기하는 손님을 위한 자리도 마련돼있다.



나무문을 스르륵 열고 들어가면 갤러리처럼 제주한면가를 시각적으로 소개하는 공간과 셀프 주문 기계가 손님을 맞이한다. 이곳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손으로 돈을 만지지 않기 위해 자동 주문 기계를 사용한다. 먹거리 1인분에 만 원을 훌적 넘기는 제주도 물가에 비하면 고기국수는 7,000원, 보말 비빔국수는 9,000원으로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



가게 내부는 아담하다. 여럿이보다는 혼자 혹은 둘 셋이서 오기에 적당하다. 주문은 밖에서 했으니, 적당한 자리에 앉으면 한라산 우엉차를 가져다 준다. 넓게 뚫린 오픈형 주방에서 단정하게 복장을 갖춘 셰프가 주문과 동시에 요리를 한다. 경건한 의식을 지켜보듯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들리고 모두 조용히 음식을 기다린다.



메뉴 구성은 소박하다. 제주의 최상급 흑돼지만 사용한 고기국수와 돔베고기, 해녀인 어머니가 북촌리 앞바다 채취한 보말로 만든 보말비빔국수, 이렇게 3가지가 전부다. 돼지 사골만을 푹 고아 만든 육수는 느끼하지 않으며 고소하고 담백하다. 자체 제작한 무균 냉장 숙성실에서 습식 숙성한 앞다릿살만 사용한 돔베고기 역시도 풍미가 대단하다. 곁들여 나오는 천일염에 살짝 찍어 먹으면 흑돼지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우엉차부터 보말국수에 뿌려 먹는 매실 식초까지 모두 제주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로 직접 만든 것뿐이다. 후루룩 먹는 국수 한 그릇에 이렇게나 진한 정성이 담겨 있으니 귀하게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면 작은 정원이 이어진다. 주인장은 여유 있게 머물며 소화도 시키고 제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직접 정원을 조성하고 '제주소원(濟州所願)'이라 이름 붙였다. 흑맥문동, 매화나무, 백합, 배롱나무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박자박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화산송이 산책로를 걸으니 제주한면가에서의 시간이 완벽히 마무리되는 듯하다.



"제주한면가에서 보내는 시간이 고객님께 짧지만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활자로 전하는 인사에는 진심이 가득하다. 단순한 국수 한 그릇이 아니다. 제주한면가는 제주의 자연과 사람과 음식을 모든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조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