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 June terrorist attacks on Borough Market will never be forgotten
by our market community. But instead of hate, we saw love, hope and belief
in the vital role markets play to bring communities together
to share conversation, fun and good food.
Every visit, every purchase, every word, handshake or message, made a difference.
While the pain caused by the attack will take a long time to fade,
so too will the sense of togetherness it helped to foster.
All of us in the Borough Market family want to say a huge thank you
to all of those who offered support when we needed it the most.”
– Darren Henaghan, Borough Market Managing director
2017년 6월의 어느 날, 불안한 비명과 요란한 불빛이 고요히 잠든 런던 중심가를 가득 채웠다. 연이은 테러와 폭발적인 이민자 유입의 영향으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인종과 가치관이 충돌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때였다. 바로 그 시기에 영국 런던브릿지(London Bridge)와 버로우마켓(Borough Market)을 중심으로 발생한 테러사건은 55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키며 ‘Keep Calm and Carry On’이라는 메시지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시민들의 마음에 갈등의 씨앗을 퍼뜨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 버로우마켓 디렉터 ‘Darren Henaghan’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Borough Market Family & Community)는 서로에 대한 증오 대신 사랑, 희망, 그리고 믿음을 확인했습니다. 테러로 인한 고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우리가 함께라는 것(the sense of togetherness)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런던 버로우마켓 풍경 & 런던시 기념사
MELTING POT & SALAD BOWL IN UK, 버로우마켓
2017년 12월에 방문한 버로우마켓은 6개월 전의 공포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활력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이른 아침부터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토록 빠른 회복이 가능했던 데는 버로우마켓을 위해 모금된 10만 파운드의 성금 역시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때마침, 시장 입구에서는 런던시(市)와 런던의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LEAP(The Local Enterprise Partnership of London) 그룹에서 발간한 런던 지역 시장에 대한 리서치 보고서(Understanding London’s Markets) 관련 기념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기념사를 통해 가장 오래된 식음료 시장으로서 1,000년의 역사를 지닌 버로우마켓을 포함하여 런던 내 200여 개 시장을 중심으로 실현되고 있는 미래지향적인 도시재생의 현주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시장을 통해 바라보는 영국의 도시재생은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 및 사업(리모델링, 바우처 지원, 청년 창업지원 등)이 미봉책에 그친 채 종료되면, 단편적으로 소비되던 시장이 재차 침체되는 한국의 현실에 익숙하다면 말이다. 특히, 버로우마켓에서는 다양한 피부색, 언어, 문화,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이 교차하는 거대한 용광로로 기능하는 런던의 오늘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요소 간 상호작용을 통해 파생되는 특유의 긴장감과 에너지가 지역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시장과 관련이 있는 다양한 주체가 서로 소통하며 지역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구성원 간 갈등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현되기 이전에 공동체의 결속력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연습의 장이란 생각도 해보게 된다.
런던 시장 분포도(출처: Understanding London’s Marekts)
런던 버로우마켓 인포메이션 센터 내 굿즈 및 소식지
PEOPLE, PROSPERITY, AND PLACE, CITY FOR ALL LONDONERS
그렇다면 런던은 시장을 통해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런던은 ‘City for All Londoners’라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 중 한 곳으로 시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시민 중심의 밀도 있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사람(People), 활성화(Prosperity), 지역(Place)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장 커뮤니티 육성을 위한 섬세한 지원책과 가이드를 제공하는 지원자(Incubator)의 역할을 수행한다. 런던은 이를 통해 시장이 건강한 지역 커뮤니티를 생성하고, 번화가(High Street) 및 도심지(Town Centers)의 공동 성장을 유도함으로써 ‘도시(지역)재생’이라는 사회적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아가 정부-상인-주민 간의 유기적인 협력 관계는 지역 고유의 개성(Local Identity)이 표출되는 시장에 국내외로부터 신규 방문객을 유치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경쟁력 강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런던의 시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금제도(예: Good Growth Fund and Crowdfund London)를 통해 지역 주민에게 지역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참여권을 보장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소속감을 키운다. 또한, 정부와 지역 커뮤니티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은 시장 상인들은 품질 좋은 상품과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시장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커뮤니티의 소통 채널(Community Catalysers)로써 기능한다. 실제로 버로우마켓 입구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시장의 콘텐츠를 담은 신문과 매거진을 배포하고, 굿즈를 개발해 판매하며, 시장 콘텐츠와 연계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MAKE A DIFFERENCE IN ITS COMMUNITY, 함께 살아가기
물론 영국 시장 업계에도 침체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80년대에 겪은 하락세를 극복하고 다양한 실천을 통해 선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영국은 2019년 개최될 제10회 International Public Market Conference를 공동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정도로 진취적인 자세를 보이게 되었다. 남성 중심의 시장 업계에서 여성, 유색인종, 소수인종의 창업을 도우며 다양성을 확충하고, 한편으로는 사전 영업 테스트를 해볼 수 있도록 팝업스토어 운영을 도와 예비창업자의 위험부담을 낮추며, 끝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 진입장벽을 낮춘다. 이에 더해, 소비자의 편의성 증진 및 시장 운영의 효율성 재고를 위한 기술을 적용하기도 한다. 그 덕분에 영국에서는 과거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을 것만 같은 시장에서 가장 혁신적인 담론이 만들어지고, 도시재생을 위한 변화의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난다.
Make a Difference in Its Community. 런던의 사례는 유기적인 커뮤니티 형성에 힘입어 지역이 생명력을 얻고 발전하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정책의 한계, 문화적 이질성, 대외적 위협에도 불구하고 런던의 지역 커뮤니티는 시장을 통해 소통하며 고통을 분담하고 자생해 나간다. 테러 이후, “더이상 참지 않겠다(Enough is enough)”는 영국 총리의 단호한 경고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버로우마켓이 내세운 #LoveBorough라는 메시지는 시장 활성화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도시, 런던을 그리고 있다.
※ 본 인사이트 콘텐츠는 런던시 보고서 <Understanding London’s Markets>의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버로우마켓 더 알아보기 - 링크
런던 내 시장 및 도시재생에 대해서 더 알아보기 - 링크
'URBAN INSIGHT SERIES - 영국의 도시재생' 연재글 리스트
1. [INTRO] KEEP CALM AND INNOVATE THE CITY
2. [PLACE] 재생과 개발 사이, 배터시 화력발전소
3. [PLACE] 미래도시를 설계하다, 킹스크로스
4. [PLACE] 지역 커뮤니티와 도시재생, 버로우마켓 (현재글)
5. [GROUP] 도시를 재정의하다, 어셈블(ASSEMBLE)
6. [OUTRO] 잘 생겼다 한국?!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