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존귀함을 이야기합니다

스페이스 마마

이지현|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안다. 또한, 나의 존귀함을 아는 사람이 타인의 존귀함을 안다. 소셜벤처기업 마리몬드는 이렇듯 세상의 가운데에서 ‘존귀함’을 이야기하며 사회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2012년부터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임으로써 사람들이 이 문제에 더욱 관심을 두도록 독려해왔던 이들은 이제 어머니의 존귀함을 이야기하려 한다. 불광동에 새롭게 문을 연 스페이스 마마는 세상 모든 어머니를 위한 공간이다. 지혜영 엄마 프로젝트 총괄 매니저를 만나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마리몬드가 '어머니의 존귀함'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마리몬드는 앞으로도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과 동반자로서 함께 할 예정이다. 다만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이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다른 분야도 찾고 있었다. 많은 생각을 거쳐 회의하다가 ‘멀리에서 찾지 말고 우리 가까이에서 찾아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가까이에 있지만 존귀함을 잠시 잊고 지내는, 존귀함을 이야기할 만한 대상이 누가 있을까? 바로 ‘엄마’가 떠오르더라. 

사실 어머니로서 겪는 노동의 강도는 대단한데, 그 고된 노동을 견디는 어머니를 우리 대부분이 공기나 물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고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 않나. 이번 기회에 ‘어머니’라는 존재의 존귀함을 이야기하자는 팀원들의 생각이 모여 이번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스페이스 마마는 기본적으로 게스트하우스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엄마 혹은 아내로서의 무게에서 잠시 벗어나 한 개인이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간을 구상한 과정과 이야기가 궁금하다.


우선 우리 대표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언젠가 우리 대표님의 어머님께서 대표님에게 “나는 너희 아빠랑 싸우면 집을 나가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계속 대표님의 마음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엄마들은 홀로 편히 쉬기 위해 갈 곳이 없더라. 엄마를 위한 숙박시설이 필요하겠다는 대표님의 생각이 게스트하우스 형태로 구체화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공간을 본 건 작년 여름쯤이고 10월부터 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원래 셰어하우스로 운영되던 곳이라 기본적인 인테리어는 다 돼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공간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짜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아무래도 어머니들에게 집이라는 공간 역시 자신만의 온전한 휴식을 보장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남편이나 가족과 싸웠을 때도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지 말고 이곳을 찾아와 쉴 수 있다면 물론 좋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 자식이 엄마를 위해서, 남편이 아내를 위해서 하루의 휴식을 선물로 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꿈이다. 어머니들이 집안일과 사회 생활의 무게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자 네트워킹을 위한 커뮤니티로 활용됐으면 좋겠어요. 이곳에서 무언가를 배우거나 기존에 갖고 있던 재능을 살려 어머니들이 하시는 일이 경제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기획도 있다.




경제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구조란 무엇을 의미하나.

예를 들어 저희 어머니는 김치를 맛있게 잘 담근다. 다른 어머니들도 이처럼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계실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블로그 마켓처럼 자신의 재능을 사업화할 수 있는 영역들이 많다. 그에 비해 어머님들은 정말 좋은 재능을 가지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사업화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도 하고 애초에 이에 대한 생각 자체를 못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그분들의 재능을 저희가 사업으로 연결하며 이끌어드리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당신이 정말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면서 자존감도 높아질 것이고, 그 안에서 얻는 성취감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단순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어머니라는 존재가 더욱 주체적인 한 사람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운영 방법이 인상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엄마가 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변화 중 하나가 원하지 않은 경력 단절이고, 이는 큰 사회적 문제다. 우리가 어머니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도 이러한 문제들을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함이다. 첫 번째로 어머니들께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벼운 취미를 다루는 원데이클래스부터 조금 더 심도 있는 워크숍까지 다양하게 진행해보려고 한다.

두 번째로는 어머니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부모 교육 전문 기관과 협업해서 진행하려고 한다. 어머니들은 자녀의 문제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시는데 정작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을 먼저 사랑할 기회를 마련해드리고자 한다.




세 번째로는 이 공간을 어머니들께서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말씀드렸듯이 이곳에서 함께 논의된 이야기에 저희가 힘을 보태서 비즈니스로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스페이스 마마가 좀 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후에는 이곳을 기획하고 관리하시는 분들도 전부 어머님들로 채용해서 어머님을 위한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게다가 아무래도 엄마 마음은 엄마가 잘 알 테니까 그런 면에서 더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기도 하고.




"엄마이기에 포기해야만 했던 온전한 하루를 선물하다."


스페이스 마마를 오픈하고 지금까지 이 공간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숙박하셨던 분 중에서 한 분도 빼놓지 않고 똑같이 하시는 말은 “남이 해주는 밥 먹으니 너무 좋다.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이다. 하지만 남이 해주는 밥 먹고 남이 다 치워주고 설거지도 해주는데, 내가 집안일 할 것이 없으니까 오히려 어색하게 느끼기도 하시더라. 별 것이 아닌데도 하나하나에 감동하시니까 지켜보는 저희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고 뭉클했어요. 휴식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당연한 것인데, 지금까지 사회 안에서 어머니라는 존재가 가진 특이성 때문에 어머니들에게는 하루의 온전한 휴식이 너무나 특별하고 뜻깊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어머니(엄마, 예비 엄마)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엄마를 포함한 일행의 동반 입장은 가능하지만, 남성 및 미취학 아동의 동반 입장은 불가능하다. 엄마의 책임과 무게를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완전하게 지워버리는 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이다. 이곳에서는 일부러라도 엄마의 역할을 하지 않도록 공간 운영 방식을 설정한 것이다. 여자 대부분이 아이를 낳으면 내 이름은 없어지고 ‘누구 엄마’가 되어버리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것을 바꾸고 싶다. 하루만이라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누구 엄마, 누구 아내’가 아닌 ‘나 자신’으로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후로도 자신의 이름을 온전히 간직한 상태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차근차근 알아 가면서 어머니들이 한 자아로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이것이 저희 마리몬드 직원 모두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앞으로 스페이스 마마 그리고 마리몬드의 영향력으로 바뀌어 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저희는 ‘모든 사람은 존귀한 존재’라고 말하는 기업이다. 모두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를 포함한 다른 모든 사람, 즉 서로가 소중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이 마리몬드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자신과 타인의 소중함을 아는 시대가 온다면 그때 마리몬드는 사회에서 사라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저희의 이상이 현실로 이루어질 때까지 사람들의 존귀함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제품, 그리고 스페이스 마마와 같은 서비스를 계속해서 런칭할 계획이다.


세상 모든 어머니가 자신의 존귀함을 알아보고 자신을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스페이스 마마와 마리몬드는 작은 변화의 시작점을 오늘도 꿈꾼다. 이들이 바라는 변화는 단순히 어느 집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가 존귀한 존재임을 깨닫기 위한 과정의 일부다. 이제 그 변화에 우리 사회도 응답을 할 때다. 존귀한 나와 당신, 우리 모두를 위해서.

스페이스 마마
서울특별시 은평구 불광로128 배진하우스 4층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이지현

삶을 음미하며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