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골목을 향기로 채우는 연희동의 정원

로라스 플라워(LAURAS FLOWER)

진혜란, 이해|


연희동 윗마을,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로라스 플라워 스튜디오 LAURA’S FLOWER STUDIO. 이곳에서는 소중한 순간을 더욱 빛내줄 감각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의 꽃과 식물, 소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웨딩·파티 등 각종 이벤트를 위한 특별한 플라워데코를 만날 수 있다. AIFD 플로리스트가 1:1로 진행하는 체계적인 플라워스쿨 및 원데이 클래스도 상시 진행된다. 365일 꽃향기 가득한 로라스 플라워는 기분 좋은 연희동 산책길에서 항상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플로리스트로써 꽃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다.

꽃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다. 꽃은 플로리스트에게 사랑이다. 물론 일이라서 힘들 때도 있지만, 보람이 크다. 그런데 플로리스트한테 꽃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재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부케를 만든다고 하면 단순히 부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케를 받는 분이 자신만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느낌을 받도록 만드는 정성이 필요하다. 아주 조그마한 꽃다발일지라도 항상 특별한 포인트를 어떻게 줄까에 대해 고민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꽃집들과 차별화 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

내가 꽃집을 운영하기 전에는, 꽃집에 손님으로 가면 정말 까다로운 손님이었다. 사장님이 추천해주시는 꽃은 절대로 맘에 들지 않아서, 항상 까다롭게 색을 조합하곤 했다. 그런데 제가 말하는 대로 색을 조합하면 사장님이 항상 깜짝 놀라시면서 “아 정말 괜찮네요.”라고 하시더라. 그리고 제가 집 꾸미기를 굉장히 좋아해서 한  집을 꾸미면 카페처럼 활용될 정도로 사람들이 너무 좋아했다. 심지어 현대백화점에서 했던 예쁜 집 콘테스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색감에 관심이 많았다. 꽃을 예쁘게 만들려면 여러 가지 감각이 있어야 하는데, 패션이나 집 꾸미기나 색에 대한 관심들은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꽃을 공부한 지는 10년 정도 되었는데 한 분에게 배우는 것에 만족하지 못해서 스승이 세 분이었어다. 미국에서 AIFD자격증도 땄고. 공부는 늦게 시작했지만, 관심 있는 분야는 끊임없이 공부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성과가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돈도 많이 들었지만, 더 중요했던 건 노력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꽃집들과 비교했을 때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외국 분들과 소통이 가능하다. 그냥 영어는 숙제 같은 느낌으로 드라마를 보거나, 차를 타고 다닐 때 영어 방송을 틀어서 공부하는 중이다. 계속 그러다 보니까 귀가 열리는 것 같긴 하더라.



기억에 남는 특별한 손님이 있나.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도 로즈데이에 온 손님이 떠오른다. 어떤 아빠랑 아기가 들어왔는데, 아이 머리에 암 환자들이 쓰는 것으로 보이는 모자가 씌워져 있었다. 아기가 자기가 오늘 암 치료를 끝냈는데, 그동안 자기를 챙기느라 너무 힘들었던 엄마를 위해서 꽃을 주고 싶다는 했다. 마침 만들어놓은 작은 꽃바구니 샘플이 그 아이를 생각하고 만든 것처럼 딱 어울리더라. 

또한, 한 외국 손님은 주말마다 아내를 위해서 꽃을 사 간다. 원래 살던 나라에 갔다 돌아올 때는 언제나 남편이 한국에 먼저 돌아오더라. 뒤이어 아내가 오는데, 그때 아내가 돌아오는 것을 기념해서 남편이 꽃을 준비한다. 가게에 와서 “다음 화요일 비키 와요. 꽃 필요해요.” 라고 말하면 제가 꽃을 준비한다. (웃음) 굉장히 로맨틱하더라.



꽃다발 말고 꽃을 이용한 다른 제품들은 어떤 것이 있나.

‘시와’라는 이름으로, 서울에 모여 있는 외국인 여성들의 모임이 있다. 캐나다에 있을 때 외국인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서 한국에 돌아와서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거기에 가입했는데, 제가 봉사할 수 있는 부분은 당연히도 꽃이더라. 그래서 매년 바자회 때 코르사주를 만들어서 드리고 있다. 코르사주는 인근에 있는 외국인학교 졸업식 때 많이 나가기도 한다. 요즘은 웨딩부케도 많이 만든다. 전시를 위한 꽃과 꽃바구니도 만들고. 꽃 선물은 다양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꽃다발이나 바구니가 많이 나간다. 하지만 저는 베이스(꽃병)에 꽃을 꽂아주는 걸 권한다. 그대로 가져다 놓을 수 있으니까.



" 연희동의 정원이라고 불릴 때마다 행복해요. "


로라스 플라워에게 연희동이란?

연희동은 나에게 운명 같은 곳이다. 시와라는 그룹에 들어갔을 때 그곳 사람들이 클래스를 운영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 내가 주저할 때 저한테 용기를 줘서 처음에는 집에서 플라워 클래스를 시작했다. 성북구 아파트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했다. 근데 나한테 배우러 오는 외국인들이 다 연희동에 살았다.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꽃들이 너무 많이 남는데 그게 아까웠다. 작품을 만들어 팔 수도 있겠다 싶더라. 그래서 서치를 해보다 이왕 꽃가게를 운영할 거면 외국인들이 사는 곳에서 가까울수록 좋겠다 싶었다. 그곳이 연희동이었다. 그러다 이 가게를 발견했고 운명처럼 왔다. 그뿐만 아니라 연희동에 살고 계신 주민분들이 연희동의 정원이다, 행운이다 말해주실 때마다 행복하다.

사실 가게가 좁고, 불편한 부분이 있음에도 연희동을 벗어나야겠단 생각은 안 든다. 모든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시면서 좋아해 주시고, 꽃을 일부러 사주시기도 한다. 연희동 사람들이 가진 마음의 여유가 참 좋다.

한 번은 국화를 사셨던 분이 2주 만에 꽃이 시들었다고 오셨요. 그래서 새 국화를 드렸었는데, 생각해보니 일전에 20만 원 상당의 꽃을 구매하셨던 손님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분께 죄송해서 “반이라도 보상해 드릴까요?” 했는데 그분이 덕분에 2주 동안 행복했으니 괜찮다고 하시더라. 그 마음의 여유를 참 닮고 싶다. 



한동안 플라워 레슨을 열심히 들으러 다녔다. 꽃을 만지고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을 꾸준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꽃다발은 그저 꽃 몇 송이를 뭉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제각각인 꽃의 모양과 색깔, 길이 등을 조화롭게 배치해야만 하나의 꽃다발이 완성된다. 로라스 플라워 역시도 꽃다발과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제각각인 연희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꽃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로 조화롭게 묶어주니 말이다.

찬바람이 불어도 꽃은 향기를 내뿜을 것이다. 벌써 추운 공기를 타고 흐르는 로라스 플라워의 꽃향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박혜주

진혜란

연기를 합니다, 종종 글도 씁니다.

이해

색다른 시야를 확보한 사람 (그것은 한 입에 사라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