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메이커

팹랩 서울, 김동현 랩장

박혜주|

전 세계적으로 ‘메이커 운동’이 열풍인 요즘, 한국에선 을지로를 주목한다. 이곳은 조선 시대부터 전통적으로 메이커들을 키워냈다. 팹랩 서울은 이 동네에 축적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국의 새로운 메이커 문화를 선도한다.



팹랩 서울 내부



김동현 랩장 ⓒ 홍종호


공동제작소답게 지금도 무언가 만드는 이들로 가득하다. 이곳에 찾아오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다양한 사람이 온다. 굳이 주 고객층을 꼽자면 절반 정도가 대학생이다. 건축공학, 기계공학, 산업디자인,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많다. 아무래도 디지털 캐드 모델링이나 기존 전자회로를 다뤘던 분들이 전공의 연장선상에서 온다. 미디어 아티스트나 작가들도 와서 작업한다.


메이커들에게 공간을 지원하면서 얻는 이익은 뭔가?

경제적인 수익은 공간 대여비, 장비 렌트비, 워크숍 교육비 등으로 얻는다. 또 한국에 이런 메이커 문화를 계속 퍼뜨리면서 지원하고 알리는 데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본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이를 실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몽상에 그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는 생각으로 끝나지 않고 무언가를 직접 움직이고 만들어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공장의 획일적인 생산 시스템이나 수만 시간 단련된 장인만이 ‘생산’, ‘제조’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부를 창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디지털 제도의 도입으로 소프트웨어만 다룰 수 있으면 누구나 무언가를 만들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일종의 제조 영역의 민주화다.


이곳에서 만든 제품의 사진을 찍어 다른 사람과 공유하도록 한다. 그것도 메이커 문화를 퍼뜨리는 일의 일환인가?

사실 지금은 진행이 잘 안 되고 있다. 그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언가 만드는 과정에 실패와 성공의 이유가 모두 있다. 실패를 해결하는 방법도 성공으로 이끌어 가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 것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고 좀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래서 ‘오픈 소스’ 문화는 메이커 문화에 빼놓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을지로와 잘 어울린다. 공동제작실 장소를 선정할 때 이 지역을 가장 먼저 염두에 뒀나?

그렇다. 고산 대표가 처음부터 팹랩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처음에는 스타트업을 교육 및 지원하는 민간기관이 한국에 필요하다고 생각해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 일을 하다 보니 대부분의 회사가 애플리케이션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한 나라의 바탕을 이루는 건 제조 산업이다. 당시 해외에서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하드웨어 스타트업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도 하드웨어를 지원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연구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팹랩을 도입했다. 장소를 물색하는데, 세운상가가 눈에 들어왔다. 침체되고 있는 상황이 아쉬워서 이곳을 살리고 싶었다. 뿐만 아니라 메이커 입장에서 이 주변에 다양한 재료가 있어 선택했다.


메이커로서 을지로의 장점은 부품이 많다는 것 외에 무엇이 있나?

부품을 구하는 과정에서 얻는 게 많다. 예를 들어 전동 스케이트를 만든다면 전동 모터를 고르고, 그에 맞는 배터리를 선정해야 한다. 그때 이 일대 상점 중 한 곳을 찾아가면 내가 필요로 하는 부품이 있는 다른 가게를 소개해준다. 또 귀찮아하면서도 이것저것 조언해준다. 그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엔지니어링 감각’이 대단하다. 즉, 이곳의 장점은 그냥 ‘재료 및 부품을 구하기 쉽다’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컨설팅까지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의 영향인지 젊은 사람이 많이 온다. 앞으로 이곳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나? 

사실 서울시의 보행 데크 리모델링 이전부터 이곳에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거의 것과 새로운 사람들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 될 거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홍대와 똑같아질 거라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이 듣는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건 당연한 거다. 거부하거나 늦출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할 일은 기존 사람들과 어울릴 방법을 찾는 동시에 어떻게 새로이 융합된 문화를 만들지 고민하는 거다.




에디터

박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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