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

서울소셜스탠다드

이지현|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잘 갖춰진 인프라와 풍부한 문화생활을 얻는 대신 어디를 가든 수많은 군중과 치솟는 집값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처럼 누군가는 차라리 도시를 떠나기도 하지만, 혼잡하고 물가가 비싼 이곳에서 단단히 버틴 채 삶을 살아갈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기존 관습에서 벗어나 코리빙에 주목하는 서울소셜스탠다드의 행보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도시는 이미 변화하고 있고, 더 이상 주변과 똑같은 삶의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공동 주거는 많았지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서 코리빙이 주목받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코리빙은 도시에서 사는 1인 가구에게 불가피한 주거 형태다. 도시에서 일하고, 도시에 모여 살 수밖에 없을 때는 밀도 때문에라도 ‘Co-’라는 공유의 가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가족 개념이 붕괴되는 시점에 밀레니얼은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회사명을 ‘서울소셜스탠다드’라고 지은 이유도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코리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오래전부터 주거와 노동 간의 밀접한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성나연 공동 대표가 일전에 일본의 셰어하우스에서 간호사, 작가, 바텐더와 같이 살았는데, 생활 스케줄이 전혀 달라서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는 시간대가 거의 없었다. 여러 공간을 겹치지 않게 혼자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노동 시장이 일반적인 9 to 6 직업군으로만 이뤄져 있지 않고,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날에는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노동과 근무 형태도 과거에 비해 훨씬 유연하다. 우리가 사는 방식은 일하는 방식과 연결돼 있으므로, 일터와 삶터가 바뀌고 혼합되면서 공동 주거 형태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통의동집에서는 한옥이 많은 서촌 풍경이 시야에 고스란히 들어와 동네의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서울소셜스탠다드 제공


지역마다 다른 특성에 부합하는 코리빙 공간 구현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지역성을 반영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목표다. 연남동과 홍대 인근에는 작가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동네 단골 가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그 때문에 연남동의 어쩌다집@연남에는 집 안에 별도의 코워킹 스페이스를 둘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역삼동의 위드썸띵 지하 1층에는 업무를 볼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고, 1층에는 밤늦도록 불을 밝혀주는 카페가 있다. 골목 이면에 유흥가가 많아 아지트처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추가로 필요했다. 반면 집 안에서 고즈넉한 한옥 풍경이 보이는 통의동집은 지역색이 가장 뚜렷한 공간이다. 오래된 건물이 지닌 단점에도 불구하고 동네가 가진 매력이 워낙 강해서 대부분 그 동네에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이 들어온다.


코리빙 공간을 만들 때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무엇인가.

아무리 공간을 잘 꾸며도 동네의 매력도가 떨어지면 외면받는다. 서울 인구의 30~40%에 육박하는 1인 가구의 주거지 선택 기준과 그들에게 필요한 근린 시설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끝에 그 지역에서 거점이 될 만한 상업 공간을 1층에 만들기로 했다. 퇴근 후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술집이나 동네 서점 등 입주자들이 이 동네에 살고 싶게 만들 만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자체적인 결론이었다. 일반적인 저층 주거지가 1층에 주차가 가능한 필로티 구조로 설계되다 보니 동네 골목을 걷는 일은 마치 지하 주차장을 걷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1층 공간에 코리빙 공간 내외부의 접점이 되는 시설을 만들면 점차 걷고 싶은 동네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서울소셜스탠다드가 제안하는 4단계를 반영한 건물 단면도

지하 1층 부엌이 저층부의 열린 공유 공간이고, 1층이 동네 골목 공공 공간이다

서울소셜스탠다드 제공


코리빙 공간 역시 동네와의 접점이 중요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신림동 소담소담의 경우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만 이뤄져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코리빙 공간보다 외부인에 대한 경계도 심하다. 외부와 접점을 이루는 공간이 내부에 하나는 있어야 하겠더라. 통의동집의 경우 1층에 있는 정림건축문화재단이 그런 역할을 해준다. 또한 1층 상업 공간의 관리인이 코리빙 공간 전체를 관리한다면 대부분의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정림건축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통의동집 1층의 공유 라운지는 코리빙 공간과 동네의 접점이 된다

ⓒ 김용관


입주자들이 서울소셜스탠다드의 코리빙 공간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대부분 공간이나 서비스보다도 일상적인 경험을 좋았던 점으로 꼽는다.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건 이곳에서의 삶을 통해 일상의 경험이 바뀌는 것이다. 코리빙 공간을 운영하는 주체는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입주자에게 어떤 이익을 제공할지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이때 이익이란 사람에 따라 멋진 공간일 수도, 저렴한 가격일 수도, 같이 사는 사람이나 동네의 매력일 수도 있다. 함께 산다는 건 반드시 불편함을 동반하지만, 이를 능가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이곳에 산다.


코리빙 문화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나.

주거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최근 정책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가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의 기조는 대체로 ‘서울 이외의 지역에 싸고 좋은 집이 많으니 그곳에 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주거 환경을 제공해도 학교에서 밤새워서 과제하고,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어울리는 청년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면 학교 앞 반지하가 더 나은 선택지다. 결국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이때 코리빙은 좋은 대안이다.


※ 본 콘텐츠는 <아는도시 01: 로컬전성시대>의 수록 콘텐츠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interviewee

김하나 대표

서울소셜스탠다드, 줄여서 삼시옷(ㅅㅅㅅ)이라는 소셜 벤쳐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빠르고 밀도 높은 성장의 역사를 가진 서울을 배경으로 그 안의 사람과 시간, 공간이 만드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우리가 지지해야 할 표준은 무엇인지 발굴하고 만들어간다. 대표적으로 일련의 셰어하우스 프로젝트가 알려져 있다.

에디터

* 편집자: 아는동네

이지현

삶을 음미하며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