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Local Gathering 다시보기 #4

로컬 공간 기획의 디테일 - 어반플레이 임동길 디렉터

강필호|

전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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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반플레이 임동길 디렉터입니다.

저는 어반플레이가 공간 콘텐츠를 어떻게 정의하고 기획하며 제작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먼저 어반플레이의 공간 프로젝트를 하나로 아우르는 개념인 ‘쉐어빌리지’에 대해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쉐어빌리지란 단일 권역에 저희가 직접 운영하는 여러 공간을 집적하고, 이를 통해 창작자의 콘텐츠와 지역의 유휴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궁극적으로는 혁신적인 로컬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개념입니다. 




다음으로는 쉐어빌리지의 전반적인 구축 과정을 단계별로 요약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콘텐츠를 기획하는 1단계 과정에서는 개별 공간의 컨셉을 기획하고, 그런 컨셉에 부합하는 크리에이터를 물색합니다. 특히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간 컨셉은 지역 안에서 사라져가는 공간 유형을 재해석하여 도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어반플레이의 자체적인 공간 유형 분류 기준인 라운지 유형 또는 스토어 유형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기본적인 컨셉을 구체화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이를 통해 동네에 만들어진 다양한 공간, 즉 콘텐츠 거점들을 연계하여 동네를 재구성하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이런 세 단계를 통해 콘텐츠 다양성이 살아 숨 쉬는 동네를 구성해보려는 프로젝트가 바로 쉐어빌리지 프로젝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어반플레이가 제안하는 모든 공간에는 두 가지 개념이 적용됩니다. ‘로컬 라운지’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위한 커뮤니티 라운지이며, ‘로컬 스토어’는 동네 커뮤니티 기반의 편집숍을 의미합니다. 두 공간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요. 로컬 콘텐츠 관련 경험을 대중에게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그런 취지를 어떤 형식으로 구현하는가에 따라서 라운지와 스토어로 나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로컬 라운지 '연남장'의 1층은 열린 공간이지만, 2층에는 프라이빗한 오피스가 들어서 있다


먼저 ‘로컬 라운지’의 개념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죠. 처음에는 동네 안에서 공실로 남아 있는 공간 중 리뉴얼하기 적합한 공간을 찾습니다. 이후 해당 공간에 부합하는 컨셉을 정하고요. 기획한 컨셉에 맞춰 협업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를 모집한 뒤 개별 크리에이터의 창작물을 공간에 적용합니다. 콘텐츠를 물리적으로 적용하는 단계에서는 사적인 경험과 공적인 경험을 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하며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역시도 경험 유형에 맞춰 분류한 뒤 적용합니다.

사적인 공간 유형으로는 오피스, 스튜디오, 주거 공간 등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기능적인 관점에서 프라이버시가 보장될 필요가 있는 공간입니다. 이런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공적인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와 나눌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만드는 연결 방식이 바로 로컬 라운지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로컬 스토어 '연남방앗간'


두 번째 공간 유형은 ‘로컬 스토어’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사라져가는 업종, 업태가 많습니다. 방앗간, 세탁소, 철물점 등이 그 대표적인 예시죠. 저희는 이처럼 사라져가는 상점의 운영 방식이나 커뮤니티 기능 등 소프트웨어적인 요소에 주목했습니다. 왜냐면 그런 요소들이 현시대에 각광받는 DIY, 로컬푸드, 1인 가구 등의 라이프스타일 코드와 접점을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라져가는 공간의 운영 방식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면 좋은 콘텐츠로서 잠재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로컬 스토어의 공간 구성 방식은 라운지와 유사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일단 로컬 스토어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공간의 성격과 상품, 인테리어 등을 전면적으로 리뉴얼합니다. 다시 말해 기존 상점의 매력적인 취지와 방향성은 유지하지만, 다른 모든 것은 크리에이터의 개성을 입혀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면모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죠. 이렇게 브랜딩한 공간 안에서 창작자와 고객이 서로 소통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상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도에서 빨갛게 표시한 공간이 현재 저희가 운영 중인 ‘연남방앗간’‘연남장’이고요. 검은색으로 표시된 스팟들이 올 상반기에 저희가 선보일 예정인 공간들입니다. 상반기까지는 총 6개 공간을 연남동과 연희동 일대에 구축할 예정이며, 나머지 네 공간은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총 10개 공간으로 연희-연남 쉐어빌리지 프로젝트를 구성할 예정입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완성할 공간은 로컬 라운지 3개와 로컬 스토어 3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현재 운영하는 공간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고, 향후 선보일 예정인 공간에 대해서는 쉐어빌리지 웹 페이지를 통한 정보 공유로 갈음하도록 하겠습니다.




연남장은 저희가 처음으로 선보인 로컬 라운지입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를 위한 라운지이며 다양한 전시 및 공연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자의 콘텐츠를 소개하는 문화 공간이기도 합니다. 특히 작업에 몰두하거나 다른 창작자와 소통할 수 있는 업무 공간 겸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점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희가 연남장을 처음 기획할 때 키워드로 잡은 것은 바로 예술과 문화입니다. 연남장의 BI를 보시면 ‘장(場)’이란 글자가 크게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이란 표현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가령 제가 지금 서있는 무대 역시도 이벤트가 진행되는 하나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무대 겸 테이블이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는 일종의 마당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다른 관점에서는 한자 ‘마당 장’자의 형태와 뜻을 각각 차용하여 BI와 테이블 겸 무대를 디자인한 측면도 있죠. 또한, 창작자를 위한 다양한 의미의 장이 공간을 구성하는 각 층마다 다른 의미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연남장은 업무, 주거, 문화 기능이 융합된 공간이다


연남장의 경우 지층 공간과 1층 공간은 오가는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하고 드나들 수 있으므로 저희는 이 두 층에 걸쳐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개방적인 기능을 지닌 공간을 조성하였습니다. 반면 2, 3층 공간은 조금 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설계하였으며 작업을 위한 스튜디오와 코워킹 스페이스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즉, 2층과 3층은 연남장 안에서 작업’장’을 담당한다고 할 수도 있겠죠.

1층은 평상시에는 카페 겸 레스토랑 등 물품과 식음료를 판매하는 업‘장’으로서 운영되지만, 종종 공연이나 강연,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이벤트 회’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하는 전시회’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플리마켓 등의 ‘장’터가 열리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합니다. 정리하자면 총 4개 층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층별로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콘텐츠를 선보이는 ‘장’으로서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上: 연남장 입주사 '르프렌치코드'가 주최한 재즈 공연

下: 연남장 지하에서 진행된 콰야(QWAYA) 작가의 개인전


실제 연남장 2, 3층에 입주한 문화·예술 관련 창작자들이 각자 제작한 콘텐츠를 연남장 1층이나 지하에서 선보이는 자리를 갖기도 하고요. 그런 콘텐츠를 관람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방문객이 많습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소통 과정을 통해서 창작자와 소비자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은 물론이고 1층과 지층 공간에서는 커뮤니티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라운지 구조를 설계하였습니다. 이상이 연남장의 전반적인 운영 방식입니다.




끝으로 어반플레이의 첫 번째 런칭 공간이자 첫 로컬 스토어인 연남방앗간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연남방앗간은 식음료 관련 창작자를 위한 편집숍으로, F&B 관련 상품 및 콘텐츠를 판매하거나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는 공간입니다. 연남방앗간이란 이름은 당연하게도 앞서 소개한 로컬 스토어의 개념과 깊게 맞닿아 있습니다. 이 공간을 만들 때의 핵심적인 고민은 ‘방앗간의 어떤 면모를 재해석할 것인가?’였습니다. 어반플레이가 주목한 방앗간의 속성은 ‘끈질긴 생명력’과 ‘커뮤니티 기능’이었습니다. 




침체된 전통시장에서 마지막까지 남는 상점은 방앗간이나 철물점입니다. 왜일까요? 방앗간은 물품을 사고파는 일반적인 상점의 기능을 넘어 커뮤니티적인 기능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한 할머니께서 고추를 빻아 고춧가루를 만들고자 방앗간을 방문하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할머니께서는 묵묵히 작업이 마무리되기만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방앗간을 방문하는 분들은 “이 고추로 고춧가루를 만들어 김장하면 맛있다”, “여기서 구매한 참기름은 나물에 무쳐 먹는 게 제격이다” 등 식음료 관련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저희는 방앗간의 이런 특성을 나름의 관점으로 재해석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식음료 콘텐츠를 매개로 하는 커뮤니티 스토어’란 생소하면서도 그럴듯한 개념이 도출되었죠.



연남방앗간의 공간은 쇼룸, 커뮤니티, 스토어 등 크게 세 가지 성격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남방앗간은 크게 세 가지 성격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 쇼룸, 커뮤니티, 스토어의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들이죠.

쇼룸의 경우 ‘누군가의 공간’이란 컨셉을 설정해두었습니다. ‘누군가’란 워딩은 모든 창작자에게 공간의 문이 열려 있음을 의미하고요. ‘공간’이란 단어의 자리에는 공간 성격에 따라 작업실, 식탁, 책방 등의 이름을 붙여두었습니다. 즉, 이곳은 용도와 사용 목적은 정해두지만, 사용 또는 방문 가능한 사람에 대한 조건은 한정하지 않는 열린 공간입니다. 누군가의 작업실은 공예 작가 또는 디자이너가 자신의 작업물을 방문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고요. 누군가의 식탁에서는 식음료 관련 기획 전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책방에서는 월별, 분기별로 뚜렷한 취향을 가진 창작자의 시선에서 선별한 책을 진열하며, 이를 구매할 수도 있도록 운영합니다. 

커뮤니티 성격을 지닌 공간도 갖추고 있습니다. 지하 공간은 차, 커피 등의 음료를 주제로 클래스를 진행하거나 여러 사람이 함께 같은 음식을 먹어보는 등 식음료 관련 소규모 이벤트를 운영할 수 있는 ‘누군가의 상점’으로 운영합니다. 거실과 같은 1층 공간은 조금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강연, 세미나 등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활용합니다. 


上: 누군가의 작업실1

下: 누군가의 책방


개별 공간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지만 평소에는 카페처럼 운영합니다. 즉, 콘텐츠 공간의 성격과 카페 공간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다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콘텐츠의 개성과 카페의 일상성은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습니다. 방문객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식음료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음료를 즐기고, 공간을 눈에 담는 것에 만족감을 느낍니다. 다만 본연의 취지는 다양한 분야, 다양한 창작자의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연남방앗간 첫 번째 기획전 <제주백화점>


개별 공간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지만, 평소에는 카페처럼 운영합니다. 즉, 콘텐츠 공간의 성격과 카페 공간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다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콘텐츠의 개성과 카페의 일상성은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습니다. 방문객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식음료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음료를 즐기고, 공간을 눈에 담는 것에 만족감을 느낍니다. 다만 본연의 취지는 다양한 분야, 다양한 창작자의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특히 분기별로 기획한 컨셉에 따라 콘텐츠를 선별하여 소개하고 판매한다는 점 역시도 연남방앗간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장류 상품을 만드는 장인이나 브랜드를 조명한 ‘장 공장 공장장’, 제주의 콘텐츠와 식음료를 소개한 ‘제주백화점’ 등을 진행해왔습니다.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공간이 연남방앗간이며, 다양한 콘텐츠와 브랜드를 소개할 수 있는 스토어가 바로 로컬 스토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향후 저희가 계획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정보는 쉐어빌리지 홈페이지를 참고 부탁드리며 이상으로 제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5편에서 계속





About 로컬 게더링

도시 콘텐츠 기업 ㈜어반플레이의 쇼케이스 프로그램인 ‘로컬 게더링’은 로컬 비즈니스 분야의 현주소와 전망,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콘퍼런스입니다. 첫 번째 로컬 게더링에는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와디즈’, ‘뮤렉스파트너스’ 등 협력 그룹이 참여하여 로컬 비즈니스와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동 지속성을 다각도로 점쳐보았습니다.  

<아는동네> 미디어는 로컬 게더링에서 진행된 발표 내용을 요약하여 연재합니다. 로컬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에게 영감과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길 기원해봅니다.

에디터

강필호

stopkang108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