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것

‘성수동’이라는 브랜드

우승우|



바야흐로 성수 전성시대

얼마 전 성수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그 소식을 접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수동 좋죠?”, “요즘 성수동이 완전 ‘핫’하다던데 생활해보니 어떠세요?” 등 소감을 궁금해하거나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성수동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커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최근에야 갑자기 성수동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원래 성수동은 강남의 대표적 동네인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한 지리적 이점이 있음에도, 오랫동안 성수동에 대한 관심은 다른 동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성수동에 개성 있는 공간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림창고, 자그마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등 자기 색깔이 뚜렷하면서도 매력적인 공간이자 브랜드가 터를 잡았다. 그와 함께 성수동이라는 지역의 개성도 살아났다.

오랜 시간 성수동은 구두, 피혁, 인쇄, 자동차 정비 등 여러 제품을 생산하거나 정비하는 소규모 공장이 모인 준공업지역이었다. 지금도 제법 많은 사람이 성수동 하면 수제화거리를 먼저 떠올리는 이유다. 또한 여전히 공장들이 기계음을 내면서 돌아가는 제조와 생산의 공간이다. 유행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고, 소비를 주도하는 20~30대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로 들어서며 공장・창고 등 오래된 건물을 활용한 카페, 편집숍, 갤러리가 늘어났다. 이러한 스타일이 성수동을 상징하는 건축이나 디자인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으며, 문화적으로 활용 가능한 자산을 지닌 이 동네를 다채로운 브랜드들이 비로소 주목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로 들어서며 공장・창고 등 오래된 건물을 활용한 카페, 편집숍, 갤러리가 늘어났다


린 브랜딩 관점으로 바라본 성수

최근 로컬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동네가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단순한 행정구역의 의미나 거주지의 개념에서 나아가, 각각의 동네 자체가 명확한 개성과 매력을 갖춘 브랜드로 확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아는동네》 매거진에서 다뤘던 연남, 을지로, 이태원을 비롯해 가로수길, 상수・합정 등은 고유의 색깔이 뚜렷한 동네이자 브랜드가 되어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그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렇다면 성수동 역시 그 자체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공감할 만한 이미지, 공유하고 싶은 의미를 만들어내는 브랜드인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브랜딩의 새로운 트렌드이자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린(Lean) 브랜딩’ 관점에서 성수동을 바라보려 한다. 

린 브랜딩은 불필요한 것을 모두 제거하는 방식이다. 꼭 필요한 요소만으로 작고 빠른 실행을 추구하는데, 이를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하며 브랜드를 만들어간다. 카카오, 배달의민족, 야놀자, 토스처럼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습관을 바꾸는 다양한 브랜드의 성공 요인이 바로 린 브랜딩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많은 예산을 들여 굳이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는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소규모로 서비스를 시작해 소수의 고객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만족감을 느낀 고객은 반복적으로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았고, 해당 기업을 응원하고 스스로 입소문을 내며 그 브랜드의 충성 고객임을 자랑했다. 대규모 마케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화려한 이벤트를 기획했던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의 브랜딩이다.

린 브랜딩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징을 보인다.

ⅰ. 자기 사업과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한다.

ⅱ. 고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고객에게 감동을 전할 스토리를 발굴한다. 

ⅲ. 상징 요소를 만들어 고객과 연결 고리를 만든다.

ⅳ. 고객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기준으로 성수동이라는 브랜드를 다시 살펴보면 어떠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을까. 

첫째, 성수동만의 특별한 자기다움이 있다. 과거 성수동은 단순한 소비 중심 상권이 형성된 동네가 아닌 적극적으로 제품의 제조와 생산이 이루어지던 공간이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성수동에서 선보인 브랜드도 자기 이름을 걸고 자기 색깔을 담아낸 것이 많았다. 색다른 콘셉트를 과감하게 시도했으며, 평범한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미묘하게 ‘성수동스러운’ 무언가가 있었다. 왜 성수동에 자리 잡아야 하는지, 자기 사업과 브랜드의 존재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들이 주를 이뤘다. 2011년 문을 열어 터줏대감이라 불리는 대림창고가 바로 그 시작점이다. 2014년 성수동으로 이전해 소셜벤처시대를 이끈 루트임팩트, 2016년 성수동에서 시작된 수제 맥주 브랜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역시 지향점이 명확했다. ‘성수동 페일에일’ 등을 통해 드러난 그들의 정체성은, 새로움과 가능성의 장으로서 성수동이 지닌 맥락과 잘 어울렸다. 

둘째, 고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고객에게 감동을 전할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성수동의 여러 브랜드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물건을 팔기 위해 브랜드를 만들거나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물론 수익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기의 생각과 스토리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목적이 컸다. 복합문화공간 자그마치와 어반소스가 그 예다. 두 공간 모두 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또한 재치 있는 네이밍이 인상적인 카우앤독의 브랜딩 스토리 역시 매력적이다. ‘개나 소나’ 누구에게나 창업의 기회가 열려 있음을 연상시키지만, 실제 이름에는 ‘협업(Co-Work)’과 ‘좋은 일을 한다(Do Good)’의 의미가 담겨 있다. 복사하듯 찍어내는 프랜차이즈나 대기업 중심의 브랜드가 아니라, 이처럼 자신의 주관과 철학이 깃든 브랜드가 성수동 거리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셋째, 성수동 하면 떠오르는 특별한 상징 요소가 있다. 지난날 공장이었음을 자연스레 짐작하게 하는 널찍한 공간, 붉은벽돌을 사용해 지은 건물, 구석구석 이어진 좁은 골목. 세월이 흐르며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풍경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익숙한 성수동의 모습이다. 성수동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제조업의 흔적에서 이 동네의 이미지가 선명해진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생산과 소비가 공존하는 성수동만의 이미지 말이다. 올해 초 문을 연 성수연방이 대표적 사례다. 성수연방은 앞서 성수동의 변화를 이끈 다른 공간들과 마찬가지로 1970년대 공장을 리모델링했다. 눈여겨볼 만한 지점은, 단순히 건축물이나 인테리어뿐만이 아니라 콘텐츠와 브랜드 측면에서도 성수만의 감성과 이야기를 풍성하게 담아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의 등장은 성수동의 이미지를 더욱 명확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성수동에 뿌리내린 브랜드들은 고객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선다. 이러한 자세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함이지만, 이를 통해 자신만의 제품(혹은 서비스)과 연계된 매력적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한다. 동네 특성상 대부분의 브랜드가 조용하고 작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런칭 파티와 같은 마케팅 활동이나 광고의 힘이 아닌, 비슷한 생각과 취향을 지닌 고객에게 브랜드와 콘텐츠를 노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고객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강력한 입소문을 만들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2015년 성수동에서 출발한 빵집 밀도(meal°), 카우앤독의 원년 멤버로 시작한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PUBLY) 역시 린 브랜드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브랜드다. 


카우앤독


마지막으로 성수동에 뿌리내린 브랜드들은 고객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선다. 이러한 자세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함이지만, 이를 통해 자신만의 제품(혹은 서비스)과 연계된 매력적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한다. 동네 특성상 대부분의 브랜드가 조용하고 작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런칭 파티와 같은 마케팅 활동이나 광고의 힘이 아닌, 비슷한 생각과 취향을 지닌 고객에게 브랜드와 콘텐츠를 노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고객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강력한 입소문을 만들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2015년 성수동에서 출발한 빵집 밀도(meal°), 카우앤독의 원년 멤버로 시작한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PUBLY) 역시 린 브랜드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브랜드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서울의 브루클린? 성수라는 이름으로 충분한 동네

브랜드가 고객에게 널리 사랑받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브랜드가 태어나고 사라진다. 인기 있던 브랜드라 해도 세월과 함께 노후화되고 잊히는 것이 일상인 시대다. 동네 역시 마찬가지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인파가 몰리다가도 다양한 이유로 발길이 뜸해지다 대중의 뇌리에서 점차 사라져 간다. 존재감이 사라진 동네의 사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성수동을 하나의 브랜드로 볼 수 있을까. 누군가는 성수동을 ‘서울의 브루클린’이라 부르지만, 다른 동네와 비교하는 것은 아직 조심스럽다. 어쩌면 지금의 관심과 주목이 반짝 유행으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수동은 서울의 그 어떤 동네보다 브랜드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그저 생각날 때마다 성수동에 놀러 왔거나 머물렀던 경험을 통해 판단한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진지하게 브랜드 관련 회사를 운영하는 관점으로 바라본 것이다. 성수동은 잠재력이 가득한 곳이다. 더욱이 매일 이 지역을 직접 경험하며 성수동만이 가진 차별화된 힘을 알게 되었다.

성수동은 단순히 소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제조와 생산, 더 나아가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골목 구석구석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매력과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공존한다. 또한 성수동에는 공간이든 프로젝트든 작품이든 새로운 무엇인가를 시작하려는 감각 충만한 예술가들이 모여든다. 그런 점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성수동이 ‘서울의 브루클린’이 아닌, 그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서울의 성수’ 혹은 ‘한국의 성수’라고 불리기를 기대한다. 


※ 본 콘텐츠는 《아는동네 아는을지로》의 수록 콘텐츠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에디터

우승우

‘브랜드 민주화’를 지향하는 브랜드테크 기업 ‘더.워터멜론’ 공동 대표로 일하며, 브랜드 커뮤니티 ‘Be my B’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