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맥주로 동해에 자리잡은 개척자들

동해안 로컬 음료 The Origin

강필호|

많은 이가 시퍼런 바다와 드높은 산으로 동해안의 이미지를 갈음하곤 했다. 2010년대 들어 카페와 브루어리가 그 자리를 대신한 데는 어떤 가능성도 보이지 않을 때 이곳에 정착해 원두를 볶고 맥아를 발효해온 개척자들의 역할이 크다. 여기 몸소 새로운 흐름의 기원이 되어온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커피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공장

대한민국 1세대 바리스타로 불리는 박이추 대표는 한국 커피의 개척자일 뿐만 아니라 강릉을 커피의 도시로 변모하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재일 동포로서 고국에서 협동농장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한국을 찾았던 그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과정을 거치며 도시에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수단으로 커피를 공부하겠노라 결심했고, 로스팅과 핸드드립 기법이 고도화된 일본으로 돌아가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 1988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서울 혜화동에 ‘보헤미안’의 첫 번째 점포를 열었다. 당시 한국인에게는원두를종이필터에넣은뒤그위로뜨거운물을부어드립 커피를 만드는 모습이 생경했다. 서울 안암동과 강원도 이곳저곳을 거쳐 2004년 강릉에 정착한 그는 한결같은 자세로 커피 탐구에 매진하고 있다. 기술적인 접근보다는 결국 커피를 내리고 마시는 주체인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의 철학은 2019년 현재도 유효하다.

커피공장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해안로 1107

경포점 강원도 강릉시 수리골길 121-4

연곡본점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홍질목길 55-11

@bohemian_roasters


커피 테라로사 

한 남자가 퇴사 후 고향 강릉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며 문을 연 커피공장은 국내 최고의 커피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IMF 외환 위기 직후 요식업 창업에 도전했지만 부족함을 느낀 김용덕 대표는 일본의 어느 커피하우스에서 문화 충격을 받았고, 당시만 해도 열악했던 국내 커피산업에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일본에서 원료를 들여와 로스팅해 유통하는 데 주력했고, 이후 미국에서 서서히 태동하던 스페셜티 커피에 매료되어 세계 각지의 수준 높은 원두를 연구하고 소개하는 일에 몰두하게 되었다. 테라로사의 철학은 비단 커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품격 있는 맛을 지닌 커피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런 커피를 음미하면서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고 영감을 주고받는 공간을 지향한다. 커피, 건축, 문화, 커뮤니티가 응축된 테라로사만의 철학은 전국 열다섯 개 매장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커피공장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현천길 7

임당점 강원도 강릉시 문화의길 9

사천점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순포안길 6

경포호수점 강원도 강릉시 난설헌로 145

@terarosacoffee


버드나무브루어리

로컬 브루어리는 지역성을 반영해 독창적인 맥주를 만드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아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더 나아가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 개발에 매진한다. 오랜 기간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온 강릉 탁주공장 자리에서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이곳은 단순히 공간 재생에 그치지 않고 지역 커뮤니티와 술의 연결 고리를 온전히 복원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사천면 미노리에서 나고 자란 쌀로 맥주를 빚거나 백일홍, 국화, 솔잎을 재료로 삼는다. 우리네 아버지가 즐거운 날 이웃과 막걸리를 나눴던 것처럼, 강릉 젊은이들은 버드나무브루어리에서 맥주 한잔에 시름을 잊는다.


강원도 강릉시 경강로 1961

@budnamu_brewery


맥주 크래프트루트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위치한 탭하우스 크래프트 루(CRAFT ROO)는 세련된 한옥에서 내로라하는 국산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어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크래프트 루의 김정현 대표는 맥주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직접 양조하길 원했고, 그 꿈은 속초에서 새롭게 선보인 크래프트루트(CraftRoot)를 통해 현실화되었다. 김 대표는 UFO가 연상되는 독특한 건물 구조를 십분 활용해 층고가 높은 안쪽 공간에 양조 설비를 들였고, 곡면으로 난 창을 바라보며 맥주를 즐길 수 있도록 펍을 설계했다. 전원이 비어 소믈리에인 펍 크루는 직접 만든 맥주를 마시고 분석하는 품평회를 가질 만큼 품질 관리에 힘쓰고 있다. 크래프트루트는 수제 맥주 페스티벌을 열고, 홉 농사 체험 등의 프로그램까지 기획하며 속초 지역 사회에 스며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강원도 속초시 관광로418 

@craftroot


맥주 문베어브루잉

한반도의 토종 생명체인 반달가슴곰을 상징으로 내세운 문베어브루잉(MOONBEAR BREWING)은 2018년 12월 강원도 고성군 설악산 자락에서 그 시작을 알렸다. 태백산맥 청정 지역의 화강암반수에 최고급 홉과 몰트를 더해 양조하는 프리미엄 수제 맥주를 표방한다. 현재는 금강산 골든에일, 한라산 위트, 백두산 IPA 등 대한민국 명산을 테마로 3종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2019년 7월 개점한 탭하우스에서는 브루어리의 생산 설비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뿐아니라, 신선한 맥주에 미쉐린 레스토랑 출신 셰프의 음식을 곁들여 맛볼 수 있다. 8월부터는 공장의 설비를 직접 둘러보는 체험형 브루어리 견학 투어를 비롯한 다채로운 이벤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용원로 266

@moonbearbrewing_korea




※ 본 콘텐츠는 《아는동네 아는강원 1》 의 수록 콘텐츠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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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편집자: 아는동네

강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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