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굴로 돌아오다

글라스하우스

심영규|

고성군 천진해변의 유명한 카페이자 서핑숍인 글라스하우스(Glasshaus). 이 공간을 만든 최지수 대표는, 고성군에서 태어나 대도시에서 젊은 날을 보낸 뒤 다시 고향 바다로 돌아왔다. ‘파도굴’이라는 의미의 글라스하우스를 운영하는 그의 남다른 사연을 들어봤다.



최지수(글라스하우스 대표)

    

고향으로 돌아온 계기가 있나.

2007년 서울에 갔다. 패션에 관심이 많아 스타일리스트를 꿈꾸며 공부했고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했다. 그러나 서울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더군다나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니 너무 힘들더라. 결국 다른 사업을 준비하다 2015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당시엔 카페가 하나도 없던 조용한 바닷가였다. 어릴 때부터 물과 친했고 서핑이 취미였는데, 그때만 해도 서핑 커뮤니티라고 해봤자 ‘싸이월드’에 200여 명쯤 모인 클럽이 고작이었다. 같은 시기 국내에 서핑숍이 한두 개씩 생기기 시작했다.


개점 초기 글라스하우스 인기가 대단했다고 들었다.

2015년 문을 연 첫 가게는 1년밖에 운영하지 못했다. 관광객이 몰리자 월세가 올랐고 건물주에게 쫓겨났다. 당시 너무 많은 사람이 왔는데, 양양과는 다른 고즈넉한 분위기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예 가게를 새로 만든 뒤 ‘서프.엣모스피어(Surf. Atmosphere)’라는 브랜드를 론칭해서 디자인 사무실을 겸하고 있다. 예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 갔는데, 간판도 없는 창고 같은 건물에 서핑숍이 있더라. 그곳에서 내가 좋아하던 유명 서퍼들이 직접 티셔츠를 만들거나 보드 셰이빙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글라스하우스를 만들 때 영감을 많이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서핑숍에서 영감을 받은 글라스하우스 외관의 이국적인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쇼룸이자 팝업 스토어로 운영 중인 온실


글라스하우스의 공간을 소개해 달라.

카페와 온실, 디자인 사무실 그리고 마당으로 구성돼 있다. 온실은 쇼룸이자 팝업 스토어다. 서핑숍은 아무래도 겨울에 운영이 힘들다. 그래서 온실을 만들어 겨울에도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직접 디자인한 브랜드를 경험하는 전시 공간의 성격으로, 온실뿐 아니라 사무실 한쪽에도 쇼룸을 뒀다. 6월부터 9월까지 사람이 몰리는 성수기엔 그라미치(GRAMICCI), 섬띵엘스(Something Else), 애틀리(Atlee) 등의 브랜드 팝업 스토어로 운영한다.


이 공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그냥 글라스하우스다. 매해 이곳에서 재미있는 행사를 추진하고, 서울의 많은 예술가가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현재 연 1회 플리마켓도 열고 팝업 스토어도 진행한다. 올해는 광복절이 있는 주의 토요일에 ‘비트윈 더 세츠 파티!(between the sets party!)’라는 행사를 진행한다. 주변에 블랭크스 서프보드 디자인(BLANKS Surfboards Design), 써풀(SURFOOL), 론존(LORN JOHN), 렛미서프(LET ME SURF) 등의 서핑숍이 있다. 이들과 함께 ‘천진서핑잔치’를 기획해 전문 서퍼뿐 아니라 초보자 대상으로 대회를 열어 상을 주기도 했다. 올해는 유감스럽게도 고성・속초 산불로 인해 행사 개최가 어렵게 됐다.




간결한 카페 내부(위)와 독특한 분위기로 포토 스폿이 된 뒷마당(아래)


고향에 돌아와 좋은 점이 있다면.

공기 좋고 물 좋고. 바다도 좋지만 산도 좋다. 진부령도 있고, 고성에서도 북쪽인 현내면까지 들어가면 정말 조용한 해변이 많다. 특히 초도해변은 무척 아름답고 고요하다.


최근 고성도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 글라스하우스 문을 열 때 외딴 바다라 장사가 안 될 거라고 주변에서 말렸다(웃음). 명소가 하나 생기면 주변에 가게가 하나둘 들어서는 법이지만, 이곳은 서울의 연남동 같은 곳과 다르게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 이런 명소는 지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오징어축제 같은 마을 행사가 있으면 팔을 걷어붙이고 돕는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숍 운영이 아닌 공간 사업을 하는 것이다.


동해안의 다른 지역과 고성은 무엇이 다른가.

더 조용하고 편안하다. 예전에는 아무도 찾지 않던 해변에 이제는 서핑 문화가 전파되면서 방문객이 꽤 많아졌다. 서핑을 온전히 즐기려면 한 파도에 한 명이 타야 하는데, 사람이 많아지면 탈 만한 파도가 모자라고 서핑 횟수가 줄어든다. 그렇기 때문에 괜찮은 파도를 찾아 동해안의 북쪽인 고성을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참고로 가장 한산한 편인 최북단의 명파해변은 여름 한 달만 개장한다.


※ 본 콘텐츠는 《아는동네 아는강원 1》의 수록 콘텐츠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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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편집자: 아는동네

심영규

shim09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