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타고 떠나는 동해 여행

7번 국도 버스 트립

조혜원|

여행 좀 한다 하는 사람들에게 7번 국도 로드 트립은 일종의 로망이다. 한반도의 등줄기를 따라 달리다 마음이 이끌리는 곳에 멈춰 서면 시작되는 여행. 별다른 목적지 없이 배회하다 우연히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만날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차가 없거나 운전이 고된 이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때는 모바일 지도 서비스를 이용해 7번 국도를 따라 달리는 버스 노선을 찾아보자. 버스 투어의 장점은 많다. 피곤하게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이고, 버스에 오르내리는 지역 주민과의 정겨운 대화 역시 소소한 즐거움이다. 다만 여행 일정은 가급적 여유로워야 하고 느긋한 마음도 지참해야 한다. 도시만큼 촘촘하지 않은 배차 간격에 익숙해져야 하고, 버스 계단을 한 칸씩 느리게 오르내리는 어르신도 배려해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마을 주민과 동행해야 하니까. 간혹 버스가 정류장이 아닌 곳에 정차해도 당황하지 말자. 걸음이 느린 할머니가 걸어오는 모습을 본 사려깊은 기사의 배려일테니. 비효율적일 수도 있겠지만 평소와는 결이 다른 여행이다. 버스 창문을 액자 삼아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러다 우연찮게 동네 주민만 아는 맛집을 발견할 수도 있고, 거스름돈 통에 사탕 서너 알 넣고 내린 주민을 향한 기사의 미소를 지켜볼 수도 있다. 여기, 조금 느릿한 당신의 여행길에 벗이 되어줄 보석 같은 명소들이 있다.


동해 21-4번(동해상사동해영업소 ~ 삼척종합버스터미널) 
동해상사동해영업소 - 어달해수욕장 - 묵호동어판장앞 - 발한삼거리 - 동해시공영버스터미널 - 동해시청앞 - 동해종합운동장 - 북평중앙사거리 - 추암입구 - 삼척향교앞 - 삼척종합버스터미널


공간이 건네는 말 
단순한 진심

울창한 감나무가 손님을 반기는 ‘단순한 진심’은 책과 함께 고요하게 쉴 수 있는 북스테이이자, 북바인딩 공작소 ‘안녕늘보씨’를 운영하는 두 작업자의 삶터 겸 일터다.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방안 깊숙이 나른한 햇살이 드는 나무방을 여행자에게 내어준다. 숙소라는 느낌보다 바닷가에 작업실을 차린 친구 집에 잠시 머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공간지기와 마주치지 않더라도 집 안 곳곳에 남은 배려와 흔적이 말을 건다. 호텔처럼 정갈하게 정리한 수건, 거실 곳곳에 배치된 책, 작은 테이블 옆에 있는 메모지, 딱 필요한 곳에 놓인 생활용품 등은 편히 머물다 가라며 담백한 인사를 건네는 주인장의 마음 같다. 시내 중심가에 자리해 묵호항역・하평해변・논골담길 등 주요 여행지와 가까운 편인데, 두 주인장은 이런 이점을 살려 방문객을 위한 자전거도 준비해두었다. 조식은 ‘한살림’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건강하고도 정성스럽게 차려낸다. 

강원도 동해시 부곡복개로 38-1 | 010 5069 7416 | sincerity.kr




주민들의 바다 
묵호항역 & 하평해변

좋아하는 사람과 동해를 여행한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사실 묵호항역은 화물만 취급하는 역이므로 여행객이 좀처럼 지나칠 일이 없다. 역명을 적은 나무 팻말이 걸린 붉은색 담벼락, 그 안에서 인자하게 웃고 있는 돌하르방만이 인적 드문 역을 지킬 뿐이다. 역앞의 방치된 옛집과 넓은 공터에서는 사람 키보다 큰 해바라기가 자란다. 여름에 묵호항역을 찾아야 만날 수 있는 비밀의 정원이다. 동해와 맞닿은 묵호항역에 제주도의 상징물 돌하르방이 자리하게 된 나름의 사연도 있는데, 이는 직접 방문해서 확인하길. 묵호항역을 왼편에 두고 철길을 따라 걸으면, 대체로 동네 주민들만 이용하는 하평해변이 나타난다. 기찻길, 하얀 모래사장,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이 한폭의 그림 같다. 한적하여 더욱 아름다운 이 해변을 걷다보면, 마치 꿈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묵호항변 강원도 동해시 향로봉길 91 | 1544-7788(코레일)
하평해변 강원도 동해시 평릉동 | 033 - 530 - 2234(동해시 관광과)





건강한 재료로 만드는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
메르시마마

성장 촉진제를 먹고 자란 밀이 우리 몸에 좋을 리 없다. 건강한 맛을 추구하는 ‘메르시마마(MERCI- MAMA)’는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밀로 배송 당일 구운 빵을 판매한다. 메르시마마의 대표 메뉴인 ‘빵 반찬’은 식사용 빵과 함께 즐기는 일종의 토핑인데, 흰밥에 반찬을 곁들여 먹는 것에서 착안해 이름 붙였다. 빵 반찬은 동해시 약천마을의 유기농 황토농장에서 당일 새벽 수확한 채소로 만든다. 누가 알고 여기까지 찾아올까 싶은 곳에 있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 준비된 빵은 오후 무렵이면 금세 동난다. 전국 각지에서 택배 주문도 쇄도한다. 예약 후 매장에 방문하면 빵 반찬을 종류별로 시식할 수 있다. 버스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미니빵 3종세트는 여행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 것이다.

강원도 동해시 발한로 220 - 12 | 033 - 535 - 4310 | @mercimama777



※ 본 콘텐츠는 《아는동네 아는강원 1》 의 수록 콘텐츠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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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조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