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Local Gathering 다시 보기 #2

제주, 로컬 생태계를 말하다

강필호|

1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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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nd Table] MYSC / 크립톤 / 소풍벤처스 /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기업의 비즈니스에 있어 투자 프로세스는 미션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지름길을 제공할 수 있다. 로컬 인베스트먼트 스테이지는 로컬 비즈니스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임하고 있는 지역기관, 벤처캐피탈, 임팩트 투자사의 견해를 들을 수 있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일반적인 투자사의 관점에서는 소셜 임팩트 및 로컬 비즈니스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업계와 관련 기업이 스케일업을 이뤄내어 뚜렷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흐름을 지켜본 임팩트 투자 기관 MYSC의 김정태 대표는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사업의 성장 전망을 분석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례로 MYSC가 제주의 로컬 기업 해녀의 부엌의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높은 가치를 부여한 건 성과지표가 아니라 그들이 기획하고 선보인 콘텐츠였다. ‘해녀와 함께하는 극장식 레스토랑’이란 콘셉트는 전통문화와 여행업, 요식업을 결합한 유일무이한 콘텐츠로서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즉, 투자사 관점에서 로컬 기업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단순한 이윤 극대화가 아닌 고유성을 지닌 콘텐츠를 통한 사회적 가치의 창출이다.

소셜 벤처 엑셀러레이터인 소풍에서 로컬 투자 운영을 담당하는 유서영 팀장 역시도 유사한 견해를 밝혔다. 특히 로컬 투자를 시작하는 관점에서 소풍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7가지 투자 전략이 인상적이었는데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      기업 본사가 대상 지역 내에 위치하는가?

     지역 인재가 기업 경영을 주도하는가?

     지역 자본으로 창업하고 경영하는가?     

     지역성을 고려한 경영 방식을 채택했는가?

     로컬 기업의 활동 결과는 온전히 지역에 귀속되는가?

     기업이 축적한 자산은 지역 혁신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는가?

     같은 맥락에서 지역 성장과 기업의 성장이 상호작용을 이뤄낼 수 있는가?

이는 곧 로컬 비즈니스가 지역의 자산을 활용하여 운영되는 동시에 지역 사회와 공생하며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비록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동 분야가 매우 다양하고 세부적인 경영 방식에서 특수성이 존재하겠지만, 로컬 비즈니스가 지닌 소셜 임팩트는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돌아볼 수 있는 항목들이었다.

한편 국내 최장수 액셀러레이터 크립톤 최동은 팀장은 투자사의 관점에서 ‘투자하기 좋은 지역’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인력과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로컬 투자를 모색하는 기관이나 기업에서 전국 각지를 빠짐없이 분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크립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석해보면 주된 투자 지역은 거점으로 활동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존재해 창업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투자 환경이 마련되어 있을 때 투자사도 의욕적인 로컬 투자를 전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끝으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김희정 팀장은 로컬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지원사업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을 개발하고 발전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투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지역 기업에게 시드머니 투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해당 기업들이 시리즈 A 이상의 투자 단계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지역민 개개인의 자본을 로컬 스타트업에 투자하여 지역 경제와 커뮤니티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할 계획이다.


[Local Creator Talk Show] 카카오패밀리 / 해녀의 부엌 / 제주박스 / 플레이스캠프 제주

컨퍼런스의 대미를 장식한 ‘로컬 크리에이터 스테이지: 제주에서 로컬을 말하다’에서는 제주의 지역성과 로컬 콘텐츠를 활용해 사업을 펼치고 있는 로컬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먼저 성산 일대를 기반으로 숙박과 F&B, 액티비티 등을 결합한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플레이스캠프는 창작자를 위한 인큐베이터를 자처하고 있다. 플레이스 캠프 김대우 총괄은 제주 로컬 비즈니스에 있어 인력 유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어려움이자 관건이라고 밝혔다. 도내 인재들이 육지로 향하는 한편 이주민은 워라밸을 꿈꾸며 섬으로 향하고 있어 원활한 인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가능성이 숨 쉬는 제주만의 지역성은 여전히 매력적이며 앞으로도 브랜드 개발이나 협업 등에 있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카오패밀리 김정아 대표는 과테말라 생활을 통해 접한 카카오를 활용해 로컬 푸드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다. 주요 관광지마다 카카오를 활용한 초콜릿 등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상당수가 천편일률적인 제조법과 패키지 디자인을 내놓는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카카오의 기원과 고유성에 제주만의 지역성을 접목하여 완성도 높은 F&B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해외의 식자재를 국내로 들여와 가공하는 과정에서 지역색을 입히는 카카오패밀리의 사업 방식을 통해 로컬 콘텐츠의 개발 대상을 비단 국내 기반 지역으로만 한정할 필요가 없음을 엿볼 수 있다.

해녀의 부엌 김하원 대표는 제주 태생이지만 고향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제주를 떠나 한예종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이후에도 한동안은 제주에 정착하겠다는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가깝게는 부모님이 생업을 영위하며 품은 고민을 듣게 되었고 멀게는 산업 구조, 인적 네트워크와 결부된 어민 및 해녀들의 고충을 접하며 이를 위한 해결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김 대표는 해녀의 스토리텔링을 반영한 공연을 보며 제주 바다에서 나는 재료를 활용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게 되었다. 지역 어촌계를 비롯해 해녀들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는 로컬 기업이라는 관점에서 해녀의 부엌이 선보이는 콘텐츠는 제주 어업과 어촌의 청사진이 어떤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할지를 보여준다.

제주박스의 사업 방식은 오롯이 육지와 먼 섬이라는 제주만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섬 특성상, 제주도에서는 육지로부터의 운송이 어려운 대형가전, 가구 등의 품목을 택배를 통해 수령할 수 없다. 제주박스는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배에 실려 제주로 향하는 화물차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대형 수하물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서 지역이라면 보편적으로 겪는 문제이기에, 제주박스의 사업 모델은 타 도서 지역이나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성이란 측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제로포인트트레일, 퓨처플레이 등 로컬게더링 행사 기획 및 운영에 도움을 준 기업에 대한 소개를 끝으로 로컬게더링 제주는 마무리되었다. 전국적으로 로컬 비즈니스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자연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독특한 지역색을 품고 있는 제주의 로컬씬 전반을 조망할 수 있었던 이번 행사는 네트워킹 측면에서나 사업 고도화의 관점에서 그 의의가 작지 않았다. 다가오는 7월에는 부산의 지역성을 반영한 콘텐츠를 소개하는 네 번째 로컬게더링 투어가 이어질 예정이다.




About 로컬 게더링

로컬게더링 2020은 ‘로컬 크리에이터, 도시 임팩트를 만들다’라는 주제 아래 지역성을 바탕으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를 발굴 및 육성하고, 도시 콘텐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임팩트 사례의 확산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아는동네> 미디어는 로컬 게더링에서 진행된 발표 내용을 요약하여 연재합니다. 로컬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에게 영감과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에디터

강필호

stopkang108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