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시민이 소통하는 장터를 위해 성심을 다해 농부의 시장을 일궈온 이들이 있다. 바로 농부의 시장을 성실히 일궈온 쌈지농부의 천호균 대표와 임현주 국장이다. ‘농부 덕에 삽니다’를 모토로 시장을 이끌어 온 이들은 단순히 상품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농부들이 존중받고 자연을 지켜나가는 시장을 꿈꾼다. 첫 개장부터 현재까지 9년간 오랜 시간을 함께한 두 사람의 열정은 땀 흘려 작물을 재배하는 농부의 정성과 꼭 닮아있다.
서울시 농부의 시장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천호균(이하 천): 서울시 농부의 시장은 농부들과 도시민이 만나 함께 소통하는 장터입니다. 농부들은 농산물의 생산 주체로서 제품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고, 도시민은 농부에게서 농사 노하우를 비롯해 진열된 제품 이면의 이야기를 듣죠. 그 시작은 2012년, 서울시에서 도시농업 원년의 해를 선포하고, ‘농사짓는 도시’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딜 때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전국 각지의 농부들을 초청해 ‘농부가 말합니다’라는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됐었고, 그를 시초로 해서 농부와 도시민이 직접 만나는 장터가 열리게 됐습니다.
임현주(이하 임): 우리는 ‘농부와의 관계’, ‘존중과 신뢰가 있는 관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농부의 시장이 언제나 마음에 품고 있는 모토도 “농부 덕에 삽니다”죠. 우리 삶에 기본적인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들을 존중하고, 그들과 함께 관계를 쌓아나가는 곳이 서울시 농부의 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평균 60여 팀의 농부님들이 장터에 참여하며,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와 서울역 만리동광장을 중심으로 장터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두 분은 장터 운영뿐 아니라 쌈지농부라는 회사도 운영하고 계십니다. 쌈지농부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천: 쌈지농부는 ‘농사는 예술이다’라는 모토 아래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크게 네 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요, 어린이들에게 농사가 품고 있는 나눔의 가치를 교육하는 ‘논밭예술학교’, 농사의 가치에 공감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논밭갤러리’, 농산물을 유통·판매하는 ‘농부로부터’라는 브랜드와 비건, 제로 웨이스트, 플라스틱 프리 등 가치지향적인 카페 ‘씽크그린’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농부의 시장’은 전국 각지의 농가들이 참여합니다. 농가의 참여방식과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천: 매해 지자체에서 농가 출점 신청을 받고, 최종적으로 서울시 심의를 거쳐 농가가 선정됩니다. 저희는 주로 소농, 가족농, 대를 잇는 농부들을 중심으로 선정하려고 노력합니다. 기업 위주의 대농이 지닌 여러 한계점을 소농 위주의 직거래 장터를 통해서 극복해보려고 하죠.
임: 농부의 시장에 오시는 농부님들은 1차 농산물 재배를 넘어, 2차 가공, 3차 체험 프로그램 운영까지 관심 있는 적극적인 분들입니다. 그렇다 보니 도시민에게 매력적인 제품들을 장터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임: ‘플라스틱 프리’는 2018년에 처음 시작하게 됐습니다. 여름마다 농부님들과 모여서 장터의 발전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던 중 생태 및 환경보호에 대한 논의가 오가며 결정됐습니다. 마침 서울시에서도 ‘플라스틱 프리’를 제안해서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어요. 사실 과거부터 친환경적인 행사 중 하나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농산물을 활용한 전시나 음식 나눔 행사를 진행해왔는데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행동이 아닐까 해요.
농사짓기 힘든 시대라는 말들이 많습니다. 농부님들은 어떤 고충을 겪는지 궁금합니다.
천: 건강한 먹거리를 재배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지만, 존중받지 못한다는 점이 농부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보다는 인식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농부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어요. 농부님들 덕분에 우리가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말하고 그 가치를 사회 전반에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농부님들에게는 ‘농부의 시장’이 어떤 존재일까요?
천: 편하고 기분 좋은 시장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곳이자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장이니까요. 한 농부님은 이곳에서만 6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농부의 시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이 단골이 되고 거래를 넓혀나간 덕이죠.
임: 새로운 기회를 접하는 배출구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장아찌를 판매하시는 한 농부님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신제품도 개발하고, 나중에는 매장도 열었고, 다른 노부부 농부님은 수제 청을 만들어 백화점에 입점하기도 했죠. 소비자는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사고 농부님들은 소비자의 피드백을 통해 제품의 개선점을 찾으니, 서로에게 유익이 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친환경, 건강한 식생활 등 대안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장터를 처음 개최했을 때와 달리 소비자들의 시각에서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임: 초기에는 예쁘고, 깨끗하고, 큰 것만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았지만, 다양한 친환경 행사를 통해 슈퍼에서 파는 상품들과는 다르게 생긴 것들을 접하면서 사람들의 생각도 차츰 변했습니다. 생김새가 모난 채소와 과일도 충분히 맛있게 요리해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점이 된 거죠.
천: 단순 소비가 아닌, 가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고 느낍니다. “내가 이 소비를 해야지 이런 생산자들이 지속 가능하게 생산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공동 생산자로서의 의식을 가지고 소비하는 거죠.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장터가 취소되었습니다. 농부의 시장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천: 각종 SNS 채널에서 ‘농부님을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농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기존 장터가 농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SNS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거죠. 또한, 현재는 오프라인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스토어팜으로 온라인 판매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으로 인해 온라인몰 운영이 쉽지는 않지만, SNS 콘텐츠를 읽고 스토어팜을 찾아주시는 고객들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올 10월에는 농산물 주문 판매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추후 새로운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천: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제품 패키지나 이미지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서울시 농부의 시장이 지닌 신선한 매력을 예술가와의 협력을 통해서 새로운 형태로 선보일 계획이에요. 무엇보다 친환경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농부의 시장의 지향점에 맞게 태양광 요리 등 적정기술을 활용한 행사를 더욱 과감하게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재래시장과의 협력도 꿈꾸고 있습니다. 재래시장이 하드웨어라면, 서울시 농부의 시장에서 판매하는 농부들의 농산물이 소프트웨어가 되는 것이죠. 상인들과 농부들이 협업하고,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장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획·제작 서울시 X 어반플레이
소보윤 에디터
유하연 포토그래퍼
<서울 파머스 마켓>은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서울시 내에서 열리는 직거래 장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합니다. 가치 있는 소비를 독려함으로써 농부와 소비자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