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동네 아는강남》 미리보기 #1

공유오피스의 오늘과 내일

심영규|

강남은 서울의 대표적인 사무실 임대 시장이다. 부동산업계는 업무 권역을 종로와 을지로 일대의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역삼동, 삼성동, 신사동 일대의 GBD(Gangnam Business District), 여의도와 마포를 포함한 YBD(Yeouido Business District), 기타 지역으로 구분한다. 지역과 입지에 따른 사무실 임대료를 그래프로 그린다면 넓은 대로와 지하철 역세권의 고층 건물을 중심으로 높은 곡선을 그릴 것이다. 그만큼 입지가 임대료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에도 강남은 서울 대표 업무지구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런데 철옹성 같던 강남의 사무실 임대 시장에 공유오피스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왜 강남은 공유오피스의 성지가 됐을까?




강남, 공유오피스의 등장

강남구청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관내 1,910개 동 사무용 빌딩 중 65% 가까이가 역삼동(583개), 논현동(340개), 삼성동(274개)에 몰려 있다. 이 중 테헤란로에는 383개가 자리 잡고 있다. 강남대로는 광역버스 교통망이 발달해 젊은 세대 유동인구가 많은 것은 물론이고 2008년 말 삼성그룹이 삼성타운에 입주하면서 서울 최대의 사무 중심지로 발전했다. 그로 인해 이곳은 기업보다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B2C 사업이 주로 발전했다. 한편 테헤란로는 IT 기업을 주축으로 다수의 기업체가 자리를 잡았고, 삼성역은 무역센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의 중심지로 발전해왔다. 2026년 현대자동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완공되면 더 많은 사무실이 몰릴 예정이다.

이렇게 기존 사무실은 단순히 업무를 위한 공간으로 입지 조건이나 면적에 따라 임대료와 관리비를 산정했으나, 최근에는 사무실을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매개체로 보기 시작했다. 기존에 ‘소호사무실’이나 ‘비즈니스센터’로 불리던 소형 임대 사무실 시장이 2010년대 들어 공유오피스라는 개념으로 급격히 전환됐는데, 일찌감치 임대료가 높은 해외에선 ‘오피스리스(Officeless)’라는 개념으로 코워킹, 코리빙과 같은 코스페이스가 일반화됐다. 국내에선 2013년 1월 선정릉역 인근에 임팩트허브서울이라는 첫 상업용 공유오피스가 생긴 이래, 2015년 2월 패스트파이브가 강남에 1호점을 열었고, 2016년 8월 글로벌 기업 위워크 역시 1호점을 강남역 인근에 열었다. 강남이 국내 공유오피스의 성지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이후 시장은 급성장했다. 위워크가 진출한 2016년과 비교해 현재 입주 면적은 57만 8,700㎡로 6배나 증가했다. 전체 사무실 임대 면적의 2.4% 정도로 아직까진 그 규모가 작지만, 대로변의 프라임 오피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은 게 특징이다.



강남구에 위치한 사무용 빌딩 1,910개 중 383개가 테헤란로에 몰려 있다

ⓒ Johnathan21


강남에 공유오피스가 몰리는 이유

현재 국내 1위 공유오피스 기업인 패스트파이브는 27개 지점에 1,900여 개의 입주사와 1만 8,000여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강남에만 20개 지점이 몰려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3%가 늘어 607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11만 개의 스타트업 신설 법인이 생겼고, IT 기업의 분산 근무 수요, 중소기업의 사업 임대 수요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공유오피스는 유독 강남에 집중될까?

그 이유는 사업자의 수요와 강남 사무실 임대 시장의 특성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전국 사무실 임대 시장의 규모는 72조 원인데, 이 중 19인 이내 소규모 임대 건이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사옥을 지을 수 있는 역량이 있거나 이미 자가로 보유한 대기업보단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임대 시장에 더 중요한 고객인 이유다. 사업주는 대부분 입지와 가격을 바탕으로 사무실을 정하는데, 공유오피스는 소기업들이 함께 사용하는 이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기존에 대기업은 역세권이나 대로변에 있는 프라임 빌딩을, 소기업은 이면도로 뒤 중소형 빌딩을 임대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였다면, 대로변에 있는 큰 빌딩을 공유오피스 이용자들이 함께 나눠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소규모 기업도 입지가 좋은 프라임 빌딩으로 사무실을 옮기게 됐다. 다시 말해 강남에 즐비한 공유오피스들은 이 지역에 오피스로 사용 가능한 대형 빌딩의 공급과 이를 노리는 소규모 사무실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다음으로 강남에 위치한 기업들의 특성 역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GBD는 IT를 기반으로 한 1인 기업과 중소기업의 비율이 높다. 엔지니어링과 제조,전자 부문의 업체 비율이 37.5%, 금융 26%, IT 13.2% 등으로 타 지역 대비 IT 업체의 비중이 큰 편이다. 현재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은 대부분 IT 업체인데, 회사들은 대체로 유연한 업무 방식을 선호한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툴을 활용해 대면을 줄이고, 서버를 회사에 두지 않고 클라우드를 활용해 언제 어디에서나 편리하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다. 게다가 지금의 30~40대에 해당하는 밀레니얼은 스마트폰에 익숙하고, 소유보다는 가치나 경험을 중시한다. 이로 인해 독립된 공간보다는 인프라 및 서비스가 잘 구축된 사무실과 공유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업무 환경도 무선화, 모듈화, 모바일화돼간다. 결국 고전적인 임대형 사무실보다 공유오피스가 여러모로 매력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강남이 공유오피스의 성지가 된 배경에는 소규모 기업 혹은 개별 이용자가 나눠쓸 수 있는 대형 빌딩이 밀집된 지역적 특성이 있다


접근성, 유동성, 직접도

강남에서 일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장점을 누릴 수 있을까? 직원의 입장에서 사무실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무래도 접근성이다. 대기업보단 중소기업일수록 접근성이 중요하다. 강남은 사통팔달로 특히 경기 남부에서의 접근성이 좋다. 강남에 자리 잡은 뒤 크게 성공한 소규모 IT 회사의 사례도 많아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스타트업에겐 명함에 적힌 사무실의 위치가 기업의 이미지로 직결되기도 한다. 패스트파이브의 김서윤 이사는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의 강남은 지하철역마다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다”고 설명한다. 그는 “강남역은 힙하거나 특출나진 않지만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는 느낌, 역삼역은 IT 업종으로 시작한 큰 회사가 많다. 선릉은 전통적인 기업의 느낌이 강하고, 삼성역은 전문적이고 패셔너블한 이미지다. 한편, 신사는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가로수길 때문에 트렌디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말한다.

강남의 직장인들은 한 건물 내에서 위아래로 이동하기보다 대로를 따라 이동하며 업무공간을 활용한다. 이를테면 업무 미팅 후 카페에서 일하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소규모 IT 회사가 많다 보니 유연근무를 적용하거나 출퇴근이 유동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통상 오전 11시 반부터 시작되는 점심시간 역시 이곳에선 유동적이다. 김 이사는 “오후 3시까지 식당에 사람이 많고, 도시락을 싸오는 이들도 많다. 퇴근 시간은 늦은 편이다. 오후 8시에 나와도 여전히 많이 막힌다. 늦은 퇴근시간을 활용해 자기계발을 하거나 책을 읽는 수요가 많은 이유다”라고 말한다. 패스트파이브는 아예 야간 및 주말 수요에 대응하는 상품을 만들었다. 밤이나 주말에 일하며 사이드잡으로 창업을 모색하는 수요가 많아 현재 해당 오피스 상품의 이용자는 300명이고, 이용 좌석은 500석이 넘는다.

게다가 강남 지역에는 동종업계 사업체가 집적돼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장점으로 작용하는데, 업무 미팅을 위한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네트워크 및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활발한 협업과 지원을 모색할 수 있다. 일하는 방식 자체가 변하고 있는 요즘, 다양한 업무 형태를 폭넓게 포용하는 공유오피스의 미래는 밝다.


※ 본 콘텐츠는 《아는동네 아는강남》의 수록 콘텐츠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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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편집자: 아는동네

심영규

shim09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