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는 환경을 위한 크고 작은 활동을 도모하는 커뮤니티가 곳곳에 있다. 비거니즘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주도하는 ‘제로불모지’, 제로 웨이스트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 전부터 오랜 시간 자원의 최소화를 고민해온 전주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숍 ‘늘미곡’, 폐기물을 자원으로 순환하는 데 앞장서는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이 그것이다. 저마다 주력하는 분야는 다르나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은 틀림없다.
불편한 모험에 동행하다
'제로불모지'
제로불모지는 비거니즘을 기반으로 한 환경 커뮤니티다. 제로 웨이스트 숙소를 운영하는 기획자 ‘모아’를 중심으로 동물권에 관심이 많은 ‘자몽’, 유기농을 공부하는 ‘성빈’이 모임을 이끈다. 많은 이들이 쉬이 접근할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비건위크’ 캠페인을 진행하고, ‘비건탐식단’을 결성해 전주 내 비건 카페와 식당을 늘리는 데 앞장서며, ‘비건지도’를 제작해 공유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제로불모지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성빈 ‘비건지도’, ‘비건위크’, ‘비건탐식단’ 등 제로 웨이스트와 비거니즘을 아우르는 온·오프라인 환경 콘텐츠와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제로 웨이스트와 비거니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예요. 채식으로 접근하면 플렉시테리언, 페스코, 비건 등 7개 기준으로 나뉘는데, 단계를 이해하면서 종차별주의에 대해 알게 되고, 이어서 동물권에 관해 공부하게 되죠. 이전에 옳다고 생각하고 행했던 것들이 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더라고요. 뜻을 같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그러한 활동을 공유하며, 함께 발맞춰 걸어가고 있어요.
전주 내 환경 관련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하게 됐나요?
모아 2019년 제로 웨이스트 장터 ‘불모지장’이 시작점이었습니다. 기획자는 저를 포함해 4명이며, 장터 운영과 활성화에 주력했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졌고, 장터 외에 비거니즘과 환경 이슈를 논하거나 더 많은 이들과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다들 본업이 있어 물리적으로 함께하는 건 무리였고, 홀로 사이드 프로젝트 ‘제로불모지’를 만들었어요. 캠페인이나 폐자원 수거 등을 혼자서 진행하니 힘에 부치는 일이 많아졌고, 참여자가 늘면서 지금처럼 팀을 꾸리게 됐어요. 평소 환경 활동에 관심이 많은 자몽과 성빈에게 연락했죠. 비록 팀은 달라도 불모지장과 제로불모지는 연대하고 있어요.
많은 이들과 또 어떤 고민을 나누고 싶은지요?
성빈 나와 같은 청년들이 균형 잡힌 식단을 못 챙겨 먹거나 건강한 식생활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을 볼 때면 안타까워요. 농업과 건강, 환경을 연결하는 독서 모임을 만들어 관련 책을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싶어요.
자몽 요즘 같은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언젠가 태어날 아이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스스로 꾸준히 움직이며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했고, 완주군에 ‘만큼’이라는 제로 웨이스트 숍을 열었어요. 동물권에 관심이 있어 관련 다큐멘터리나 영화 등을 함께 관람하고, 생각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에요.
모아 올해는 전주 커뮤니티 공간 ‘지향집’을 열어 한쪽에서 비건 식료품점 ‘비건모아’를 운영할 예정이에요. 단순 판매보다 제로불모지 활동을 오프라인화하고, 커뮤니티 거점을 만들고자 하는 게 목표예요. 머지않아 많은 이들이 채식을 하고,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가 특정 활동을 정의하는 것이 아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길 바라요.
잘 사고, 잘 버리기
'늘미곡'
늘미곡은 2020년에 문을 연, 전주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숍이다. 늘미곡의 주인장 서늘 대표는 상점을 운영하기 전, 임상병리사와 대기환경기사로 일하며 환경문제를 거시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과거에는 법을 따라가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법보다 앞서나가 제안하는 사람이 됐다. 그는 ‘잘 사고, 잘 버리는 것’이 지구인의 의무라고 말한다.
잡곡 리필 스테이션으로 ‘늘미곡’을 시작했지요. 제로 웨이스트를 잡곡으로 접근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머니가 20년간 잡곡을 유통했어요. 옆에서 보고 자라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됐죠. ‘1인 가구는 점점 느는데, 그들에게 이렇게나 많은 양이 필요할까?’, ‘성장기 아이에게는 서리태를 더 넣어주고, 당뇨가 있다면 현미를 섞어주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구독 형식으로 영양 성분을 고려해 잡곡을 제조하는 것도 좋겠다’ 등을 궁리하며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 사업 계획서를 써서 제출하곤 했어요.
제로 웨이스트 숍을 운영할 때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균형이요. 제가 화장하거나 밀랍랩 상품과 값싼 중국산 상품을 다루는 것에 의의를 제기하는 몇몇 강성 환경 운동가도 있었어요. 당시에는 흔들렸지만 나다움을 지키면서 해야 오래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어요. 품목마다 브랜드나 제조 국가 지역을 고려해 다양하게 들인 이유는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문턱을 낮추고, 실천 중인 분들에게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서예요. 저는 환경 운동가나 환경 활동가가 아니에요. 영리를 추구하며 손님의 인식과 눈높이에 맞춰 친환경을 전파하고, 지구에 기여할 수 있게끔 연결해주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친환경을 실천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에겐 친환경이 아닌 개인의 건강 문제로 접근하고요. 이를테면 플라스틱 칫솔 사용으로 매주 카드 한 장과 비슷한 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체내에 쌓인다고 알려주죠. 내 몸을 위한 것이라 여기면 행동하기 쉽거든요.
계획 중인 것이 있다면요.
환경 교육에 주안점을 두고 싶어 내년쯤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고자 해요. 올해는 단단히 준비하는 한 해가 될 것 같고요. 환경에 관심 많은 어린이와 학생들도 상점에 자주 와요. 스펀지 같은 흡수력을 지닌 친구들이라 제가 일상에서 실천하면 좋을 것들을 알려주면 실제로 적용하고, 재방문해 후기를 들려주더라고요. 학생들에게 아는 것을 알려주고, 대화를 나누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입장이다 보니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마음이 커졌어요.
폐기물의 쓸모를 연구하다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의 모든 사업은 폐기물 감축에 기반한다. 폐기물 업사이클링이 시민 문화로 확산할 수 있게끔 워크숍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분야를 세분화해 전문가를 양성한다. 나아가 폐기물을 재생한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업체를 지원하는 등 폐기물이 순환되도록 다방면으로 돕는다.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이하 다시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폐기물 자원화 인식 개선을 돕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합니다. 시민 아카데미와 체험 프로그램, 폐자원을 사업화하고자 하는 크리에이터 양성과 입주 기업 모집, 기획 전시를 비롯한 디자인 공모와 소재 개발 연구 등을 진행하죠. 최근 한국국토정보공사와 공동 주관해 폐기된 유니폼 1000벌을 재생해 가방과 파우치를 만들었어요. 기업과 협업하는 프로젝트는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닌 기업이 책임감을 갖고,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끔 기약을 도모하고 있고요.
다시봄이 주력하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시민 문화 확산입니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폐기물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자원화가 우선되어야 하는 터라 새활용 산업의 확산이 시급합니다. 폐자원 산업을 확장하려면 새활용 상품 생산을 늘리고, 유통 통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시제품을 만들 때 예산이 많이 들어 현실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아요. 그래서 기업과 지원 사업 등을 매칭해주고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새활용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 정도예요. 폐기물을 자원화할 때 많은 인프라와 비용이 소요되기에 단가는 높고, 접근성은 떨어지죠. 그럼에도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 업사이클링 분야에 희망이 보여요. 수요가 늘면 시장도 분명 커질 것입니다.
전주에서 새활용 산업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지역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지역에서 자원화했으면 해요. 각 지역의 특색이 드러나는 소재가 발굴되길 바랍니다.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쓰레기 자원을 발굴해 시민들과 다양한 활동을 펼쳐 새활용 문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해요. 폐자원 활용에 대한 시민 의식을 높이고, 기업도 함께할 수 있게끔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 본 콘텐츠는 《아는동네 아는전주》의 수록 콘텐츠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