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동네 아는경기≫ 웹진 #3

나홀로 오이도에서 보물찾기

이지현|

<아는동네 아는경기> 세 번째 골목. 시흥 오이도 바다거리


모든 여행의 시작과 끝은 골목으로 통합니다. 어느 낯선 골목에서 누군가는 잠자던 호기심을 일깨우는 보석 같은 장소를 발견하고, 누군가는 소란스러운 일상에서 잠시 로그아웃한 채 한갓진 골목을 걸으며 여유를 즐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오래된 골목에 켜켜이 쌓인 시간을 더듬어가며 흥미로운 이야기 속을 탐험합니다. 경기도는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발굴하여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골목길이 될 수 있도록 관광테마골목 육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는동네가 소개할 경기도 골목 14곳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껏 몰랐던 경기도 구석구석의 매력을 경험하는 골목 여행자가 되어보세요. <아는동네 아는경기>는 10번에 걸쳐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여러분을 찾아옵니다.



나홀로 오이도에서 보물찾기


혼자 밥을 먹는 ‘혼밥’,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 그리고 혼자 여행하는 ‘혼행’까지. 1인 가구의 증가와 코로나 펜데믹을 경험하며 바야흐로 혼자 무엇을 하든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내 멋대로 하루를 차근차근 채워나가는 여행의 즐거움은 어딘가로 혼자 떠나본 이들만이 아는 전유물이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나 자신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 선택대로 자유롭게 무언가를 먹고, 마시고, 즐기다 보면 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어떨 때 행복해지는 사람인지를 자연스레 알게 된다. 이때 뚜벅이의 접근성이 좋은 오이도는 문득 바다가 보고 싶을 때 주머니 사정 걱정 없이 훌쩍 떠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그동안 나와의 관계가 소원했다면 나만을 위한 작은 오이도 여행을 선물해보자. 홀로 떠난 그곳에서 분명 나를 기쁘게 할 보물 같은 순간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MISSION 1. 낯선 여행지에서, 혼자 먹을 결심

소양강회집(경기 시흥시 오이도로 131)



혼자 먹기에 부담 없으면서도 바닷가에 온 느낌은 내고 싶을 때, 각종 해물이 한껏 들어간 해물칼국수 한 그릇은 언제나 믿음직스러운 선택지가 되어준다. 오이도 내 대부분의 횟집은 관광객에게 인기 좋은 조개구이를 주력으로 미는 모양새지만, 해물칼국수는 인근 직장인이나 혼밥족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메뉴다. 쉽게 말해 오이도에서 조개구이가 첫눈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화려한 매력의 주인공이라면, 해물칼국수는 그 옆에서 꾸준히 인기 많은 서브 캐릭터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메인 도로를 따라 즐비한 횟집들은 저마다 가게 앞에 영업력 만렙의 직원들을 두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호객 스킬로 행인을 붙잡는데, 이때 가게 내부에 쭈뼛거리며 들어가 혼밥 가능 여부를 확인할 필요 없이 이분들에게 물어보고 식사 장소를 정하면 된다. 만약 혼밥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소양강회집’을 추천한다. 맛집으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지만, 혼밥러에게 매우 친절한 가게 중 하나이기 때문. 



상대적으로 붐비지 않는 시간대에 방문하면 다른 손님의 눈치 볼 필요 없이 창가석 명당에 앉아 혼밥을 즐길 수 있다. 바지락칼국수와 해물칼국수 중에서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데, 이왕 제대로 맛볼 거라면 후자를 추천한다. 가리비, 바지락, 새우, 쭈꾸미 등 칼국수에 종류별로 푸짐하게 들어간 싱싱한 해산물을 골라 먹는 즐거움은 몇천 원 더 지불해도 전혀 아깝지 않다.


난이도 ★★

: 프로 혼밥러라면 별 한 개에 해당할 정도로 쉬운 난이도지만, 아닌 이에게는 관광지의 호객 행위 때문에 나홀로 가게에 방문하는 게 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혼자 온 손님도 반갑게 맞아주는 곳이 많으니 걱정 말고 혼밥 가능한지 당당하게 물어보자.



MISSION 2. 힙한 바이브가 흘러넘치는 힙플, 가보자고!

핸콕커피앤바(경기 시흥시 오이도5길 22 1층)



오이도에 대해 ‘가볼 만큼 가봤다’ 혹은 ‘즐길 거리가 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곳을 주목해야 한다. ‘핸콕커피앤바’는 LP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 겸 바다. 오이도 메인 도로에서 안쪽으로 한 블록 들어온 골목 한편에 자리 잡은지라 관광지의 겉만 훑고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이처럼 골목 안쪽에 꼭꼭 숨어 있다 해도 뚜렷한 개성을 갖춘 매력적인 공간이라면 트렌드에 밝고 눈썰미 좋은 이들의 레이더망에 반드시 포착되는 법. 한마디로 오래된 관광지로서 다소 느슨해진 오이도 씬에 긴장감을 주는 독특한 존재가 바로 핸콕커피앤바다.



공간을 채우는 감각적인 음악은 바이닐 앨범 수집을 즐기는 사장님이 그날의 기분에 따라 직접 선곡하는 것인데, 폭넓은 장르와 시대를 넘나드는 큐레이션 리스트가 범상치 않다. 덕분에 한때 음악업계에 몸담았던 분이 아닐까 추측해보았으나 “일한 적은 없고, 취미를 일처럼 해서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다”는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좋은 노래를 찾다 보니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국적의 노래까지 두루 섭렵하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옛 노래들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며 “대중적인 노래들이 아니다 보니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이거 진짜 맛있는 건데, 한번 맛봐봐’라는 마음으로 선곡한다”고.



또한 이곳은 풀드 포크 샌드위치와 타코를 맛보기 위해서라도 꼭 방문해야 한다. 제대로 된 아메리칸 스타일 BBQ를 만들어내기 위해 원육 선택부터 럽 제조, 조리 방법까지 수많은 연구를 거쳐 완성했다는 말이, 음식을 한 입 먹어보면 절로 수긍이 간다. 그야말로 오이도에 매일 출근 도장 찍고 싶어지는 환상적인 맛이다.


난이도 ★

: 공간은 ‘힙’ 그 자체지만, 힙스터가 아니어도 괜찮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니 당당하게 방문해 힙한 맛과 멋을 즐겨보자.



MISSION 3. 흥정에 성공했구나, 마침내

오이도 난전과 양념집(경기 시흥시 오이도로 156 & 오이도로 167)



아침 8시 30분쯤이면 오이도의 상징인 빨강등대를 기점으로 오이도항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목 양옆을 따라 난전이 길게 늘어선다. 이러한 난전의 매력은 자연산 광어, 전어, 낙지, 소라 등 당일 잡은 제철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흥정해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개 오후 7시가 되기 전에 슬슬 마무리하는 분위기이니 가능한 일찍 방문하는 편이 좋다. 물론 파는 입장에서는 양껏 맛보라며 2인분 이상의 양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혼자 먹을 예정이라 1인분에 맞춰달라는 소신을 끝까지 잘만 피력하면 사장님들도 손님의 요구에 맞춰주는 편이니, 흥정을 앞두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구입한 해산물을 먹고 갈 수 있도록 가게마다 간이 자리를 마련해두어 노상 포장마차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는데, 특히 그 자리에서 직접 구워주는 석화구이는 쌀쌀한 계절에 맛볼 수 있는 별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물 판매만 하고, 먹고 갈 수는 없도록 운영 방식이 바뀐 탓에 노상 포장마차의 소탈한 분위기를 즐기던 술꾼들의 마음은 퍽 아쉬워진 게 사실이다.



간혹 선착장 인근에서 돗자리를 깔고 갓 떠 싱싱한 회를 안주 삼아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이곳에서 즐기는 음주는 단속 대상이라고 하니 주의할 것. 바다를 바라보며 회 한 점 맛보는 낭만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난전에서 구매한 횟감을 들고 건너편 오이도 전통수산시장 2층에 있는 ‘양념집’을 찾아가면 된다. ‘양념집’이라고 표기된 가게 중 한 곳에 들어가 상차림비를 인당 3천 원씩 지불하면 가게에서 먹고 갈 수 있도록 젓가락과 함께 쌈채소, 쌈장 등을 재빠르게 세팅해준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신선한 회 한 접시를 즐기고 있노라면, 눈과 입으로 바다를 한껏 음미하는 듯해 마음까지 뿌듯해진다.


난이도 ★★★★

: 난전 사장님들에게서 느껴지는 바닷사람 특유의 다소 거칠고 투박한 아우라에 무작정 쫄지 말자. 조금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누구보다 친절하신 분들임을 알 수 있다. 이때 제철 해산물의 시세를 어느 정도 파악해가면 적당한 선에서 흥정할 때 도움이 되니 참고할 것!



BONUS MISSION. 오이도 바다거리에서 맛보는 ‘소확행’



오이도 빨강등대 1층에는 오이도 바다거리를 색다르게 추억할 수 있는 ‘오이도등대공방’이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등대공방 입구에 세워진 바다자판기에서 원하는 키트를 뽑은 다음 공방 내에서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오이도 바다거리를 나만의 시선으로 기록할 수 있는 ‘필름 카메라 키트’부터 조개 모양 비누를 만드는 ‘오이도 바다 키트’, ‘조가비 사진꽂이 키트’, ‘오이도 자개 썬캐쳐 키트’, ‘조개 무드등 키트’까지 총 다섯 가지 종류의 체험 프로그램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그중 체험 참가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오이도 바다 노을을 담은 듯한 ‘조개 무드등 키트’라고. 프로그램은 하루 동안 5회차로 나뉘어 진행되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체험공간을 예약해두고 방문하거나 당일 방문 시 비는 시간대가 있다면 참여할 수 있다. 다만, 현재 프로그램 일정에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있으니 헛걸음하지 않으려면 방문에 앞서 사전문의를 해보는 편이 좋다.



난이도 ★

: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이 참여할 만큼 간단한 수준의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공간에 상주하는 담당자의 친절한 안내와 설명서와 함께라면 아무리 손재주 없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Editor’s Spot

바다를 생생하게 경험하는 또 다른 방법, 화성 전곡리 마리나골목


좀 더 액티비티한 방식으로 바다를 즐기고 싶다면 화성 전곡리 마리나골목으로 떠나보기를 추천한다. 화성 전곡항은 평소 굵직한 요트 대회가 개최되는 곳으로, ‘서해안 최대 마리나’라고 불리는 만큼 최대 200척의 요트와 보트를 수용할 수 있는 큰 규모를 자랑한다. 새파란 하늘 아래 흰 돛을 내린 요트가 바다 위에 줄지어 정박해 있는 전곡항의 풍경은 마치 이국적인 휴양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업체별로 다양한 요트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요트 한 대에 한 팀만 승선하는 프라이빗 요트 체험이다. 키를 잡고 요트를 직접 조종해보거나 선상 낚시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특히 ‘화성 전곡항 낭만선셋 요트투어’는 해당 골목의 지역 상권을 돌아보며 식사를 한 다음, 일몰 시간에 맞춰 낭만 가득한 요트 체험을 즐기고, 투어의 마무리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음악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네이버 예약 플랫폼을 통해 사전 구매를 마친 고객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 바다 노을을 감상하며 분위기 있는 선상 피크닉을 즐기거나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바다 위를 질주하는 자유로움은 특별한 경험 그 이상을 선사한다. 무료로 개방하는 전곡항 마리나 클럽하우스 전망대에 올라 거대한 항구가 한눈에 시원스레 들어오는 풍광을 마음껏 감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사진. 황지현

에디터

이지현

삶을 음미하며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