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동네 아는경기≫ 웹진 #6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지현|

<아는동네 아는경기> 여섯 번째 골목. 의정부 부대찌개거리


모든 여행의 시작과 끝은 골목으로 통합니다. 어느 낯선 골목에서 누군가는 잠자던 호기심을 일깨우는 보석 같은 장소를 발견하고, 누군가는 소란스러운 일상에서 잠시 로그아웃한 채 한갓진 골목을 걸으며 여유를 즐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오래된 골목에 켜켜이 쌓인 시간을 더듬어가며 흥미로운 이야기 속을 탐험합니다. 경기도는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발굴하여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골목길이 될 수 있도록 관광테마골목 육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는동네가 소개할 경기도 골목 14곳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껏 몰랐던 경기도 구석구석의 매력을 경험하는 골목 여행자가 되어보세요. <아는동네 아는경기>는 10번에 걸쳐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여러분을 찾아옵니다.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누구나 가슴속에 부대찌개 단골집 하나쯤은 품고 사는 법이다. 만약 아니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아직 의정부 부대찌개를 제대로 맛보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그곳에서 ‘진짜 부대찌개’를 맛보는 순간, 주기적으로 부대찌개 거리를 방문해 체내 부대찌개 농도를 맞춰줘야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이쯤 되면 “그럼 부대찌개 거리에서 가장 맛있는 가게는 어디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길 법한데, 사실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 의정부 부대찌개는 가게마다 다른 특징이 있고, 그중에서 사람들이 꼽는 단골집 혹은 맛집이란 ‘가장 맛있는 집’이라기 보다는 ‘내 입맛과 취향에 맞는 집’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 영혼을 위로해줄 부대찌개 단골집을 찾고 싶다면, 탐험가의 심정으로 그곳의 부대찌개들을 직접 맛보고 느껴보는 수밖에는 없다. 다만, 이때 나름의 기준선이 있다면 그 과정이 조금은 쉬워질 터. 그러니까 이건 나만의 단골집을 찾아 부대찌개 거리로 여행을 떠날 이들을 위한 일종의 친절한 안내서다.





1. 부드럽게 사로잡는 원조의 맛

오뎅식당(경기 의정부시 호국로1309번길 7)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에서도 원조집의 위엄은 남다르다. 가게마다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3대째 전통을 이어오는 ‘오뎅식당’ 앞에는 언제나 가장 긴 줄이 늘어선다. 1960년도부터 부대찌개를 가장 먼저 만들어 팔았다는 집. ‘원조집’이라는 타이틀과 더불어 허영만 화백이 만화 <식객>의 부대찌개 편에서 소개하며 극찬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20년에는 반백 년을 훌쩍 넘는 오랜 업력을 인정 받아 ‘백년가게’에 선정되기도 했다. 부대찌개 가게치고 다소 독특한 이름은 지금의 자리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던 시절 오뎅을 팔아 ‘오뎅집’이라고 불렸기 때문. 창업주인 허기숙 할머니가 당시 인근 미군 부대에서 일하는 손님들이 고기와 햄 등을 돈 대신 지불하자 이를 볶아서 메뉴로 만들어 팔았는데, 이후 ‘밥과 함께 먹을 만한 찌개를 만들어달라’는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김치와 장을 더해 만든 것이 오늘날 부대찌개의 원형이다. 미군 부대에서 나온 고기나 가공품의 유통을 통제하고 단속하던 시절이었던 탓에 ‘부대고기’가 들어갔다는 의미의 ‘부대찌개’를 자유롭게 쓸 수 없었고, 결국 사람들이 친근하게 부르던 ‘오뎅집’이라는 이름이 상호로 굳어졌다고 한다.





부대찌개를 주문하자마자 젓갈을 넣지 않고 짜지 않게 담근 김치와 다진 소고기(일명 민찌), 햄, 소시지, 두부, 파채, 당면, 양념장 등의 재료가 소복하게 담긴 무쇠 그릇이 빠르게 준비된다. 화력 좋은 가스화로 덕분에 육수를 붓고 10여 분 정도만 끓이면 금세 요리가 완성된다. 그 맛을 보면 여타 프랜차이즈의 자극적인 부대찌개 맛과는 달리 잘 끓여낸 김치찌개에 가까운 인상이다. 이른 아침에 먹어도 부담 없을 만큼 깔끔하고 순하다. 원조집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이들이 찾지만, 먹어본 이들 사이에서 맛에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 역시 그 때문이다. 최근에는 본점 인근에 큰 규모의 별관을 함께 운영 중인데, 깔끔한 신식 공간을 선호한다면 별관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다. 다만, 60년 전통의 맛과 더불어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노포만의 분위기는 오직 본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맛이다.



2. 할머니 손맛처럼 투박한 듯 정겨운 맛

형네식당(경기 의정부시 호국로1309번길 9)





오뎅식당 바로 옆에 위치한 ‘형네식당’은 의정부 시민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부대찌개 가게 중 하나다. 과거에 오뎅식당이 부대찌개를 처음으로 선보이며 인기를 얻자 당시 이를 따라 부대찌개를 파는 가게들이 인근 곳곳에 자리 잡으며 거리를 형성하기 시작했는데, 1972년에 문을 열었다는 형네식당은 50년 동안 묵묵히 이곳에서 영업해왔다. 여전히 정정한 모습의 창업주 할머니는 가게 카운터 자리에 앉아 손님을 맞이하고, 가게 내부 한쪽 벽면에 걸린 커다란 흑백 사진 속 가게의 옛 모습에서 그 긴 세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가게를 찾은 손님의 연령층은 노인부터 아이까지 다양하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꼭 잡고 찾았을 가게에 어느덧 어른이 되어 자식과 함께 찾는 손님들의 모습도 보인다. 





주문 시 많은 손님의 원픽 메뉴이자 기본 맛에 해당하는 ‘형네 부대찌개’ 그리고 초창기 부대찌개 스타일인 ‘1972 부대찌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후자의 경우 햄과 소시지가 더 다양하게 들어가며 양념이 좀 더 진하고 국물이 걸쭉하다는 차이가 있다. 부대찌개가 끓기 시작하면 무쇠 그릇의 가장자리로 양념이 자글자글 타는 듯한 강렬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고, 자연스레 입 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형네식당의 부대찌개는 다진 마늘과 후춧가루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 특징. 그 때문인지 묵은지에 가깝게 숙성된 김치와 고기 맛이 진하게 우러난 칼칼한 국물의 조화는 시골 음식처럼 다소 투박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마치 욕쟁이 할머니가 차려준 밥상에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언뜻 자극적으로 보이는 부대찌개의 맛은 깊고 구수하기만 하다. 돌아서면 금세 또 생각나는, 더없이 정겨운 맛이라고나 할까.



3. 한입에 빠져드는 마성의 감칠맛

보영식당(경기 의정부시 가능로136번길 15)






‘보영식당’은 앞서 소개한 두 가게보다 다소 늦은 1978년에 장사를 시작했지만, 이곳 또한 2대째 가게를 이어오며 어느덧 40년이 훌쩍 넘는 업력을 자랑한다. 맛집으로서 차곡차곡 쌓아온 명성만큼은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가게에 들어서면 테이블마다 육수 페트병이 하나씩 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가게가 국물이 너무 졸아들었다 싶을 때 점원이 주전자를 들고 와 육수를 추가해주는 것과는 달리, 손님의 입맛에 맞게 페트병에 담긴 육수를 마음껏 보충할 수 있도록 해둔 것이다. 페트병 속 액체가 노란빛을 띠는 탓에 처음 방문한 손님 중에는 간혹 보리차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마실 수 있는 물은 오히려 육수가 들었을 법한 주전자에 담겨 나오는 게 재미있다. 컵에 육수를 살짝 따라 맛보면 면수처럼 연하면서도 다시마를 우려낸 듯한 미묘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이처럼 채소 베이스의 맑은 육수가 의정부 부대찌개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골육수를 쓰는 부대찌개처럼 기름지거나 느끼하지 않고, 끝까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들어가는 재료의 종류는 거의 비슷비슷한데도 불구하고 각 가게의 부대찌개가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닐 수 있는 까닭은, 부대찌개 맛의 골조를 이루는 육수, 양념, 김치 등의 재료에 집집마다 숨은 비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보영식당의 경우 매년 직접 담그는 보리고추장과 태양초 고춧가루를 사용해 직접 담근 부대찌개용 김치가 그 맛의 차이를 좌우한다고. 게다가 한입 맛보면 국물에서 유난히 마늘의 맛과 향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그릇 밑바닥에 남은 마늘 건더기를 통해 다진 마늘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를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온갖 메뉴에 마늘을 아낌없이 팍팍 넣어 먹는 ‘마늘에 미친 민족’다운 부대찌개인 셈. 덕분에 감칠맛은 극대화되고, 국물은 입에 착착 달라붙으며, 눈 깜짝할 새에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게 된다. 마지막 순서는 공간 한편에 자리한 커피 자판기까지 야무지게 이용하는 것이다. 카운터에 구비된 10원짜리 동전으로 뽑아 마시면 되는데, 취향에 따라 핫과 아이스 중에서 골라 마실 수 있는 무료 커피는 즐거운 식사의 완벽한 마무리가 되어준다.



4. 한국인이 사랑하는 진하고 얼큰한 맛

홍이부대찌개(경기 의정부시 호국로1309번길 12)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는 1960년대부터 이 골목에 부대찌개 가게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들어 지금과 같은 ‘타운’ 형태를 형성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부대찌개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가게가 있으니 바로 ‘홍이부대찌개’다. 3층 규모의 건물 외벽에 커다랗게 붙여 놓은 사진 덕분이다. 사진 속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주인공은 부모와 아들 사이인 홍이부대찌개의 1대 사장 내외와 2대 사장이다. 본래 이곳은 의정부 시내에서 1980년부터 영업해온 ‘경원식당’의 분점이었으나 부모님이 30년 동안 운영해온 가게를 지금의 2대 사장이 물려받으면서 독립적인 브랜드로 새롭게 키워나가고 있다. 홍이부대찌개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온라인 판매를 발 빠르게 시도한 곳이기도 하다. 전국 각지에서 이곳의 부대찌개 맛을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2014년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고. 상호는 바뀌었지만, 맛만큼은 변함이 없어 경원식당 시절부터의 오랜 단골부터 홍이부대찌개라는 이름으로 알게 된 새로운 손님에게까지 맛집으로서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홍이부대찌개의 특징은 1인분 주문 시 라면 사리 반쪽을 서비스로 넣어준다는 점이다. 작은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기분도 좋고 맛도 좋다. 특히 팔팔 끓여 국물이 적당히 졸아들수록 오모리 김치찌개처럼 녹진해지는 풍미가 일품이다. 다른 가게보다 훨씬 진하고 얼큰한 맛을 자랑하는데, 입안이 살짝 얼얼하게 느껴지는 매운맛의 여운도 긴 편이다. 이때 기본 재료로 들어가는 손두부가 유난히 크고 부드럽다 보니 특유의 얼큰한 맛을 조화롭게 달래주는 기분이 든다. 또한 이 집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공깃밥이 무한리필 된다는 점. 가게 한편에 놔둔 커다란 밥솥에서 원하는 만큼 마음껏 떠먹을 수 있는데, 여기에는 “이곳은 밥집이니 편하게 밥 많이 드시라”는 사장님의 철학이 담겨 있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던 까닭은, 한국인의 입맛을 저격하는 음식 맛과 더불어 이처럼 남다르게 푸짐한 인심도 아마 한몫했을 것이다.


5.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즐기는 맛

진미식당(경기 의정부시 호국로1309번길 6)






부대찌개 거리 내의 식당들은 일반적으로 오전 9시 내외로 영업을 시작하여 오후 10시가 되기 전에 문을 닫는다. 이런 가게들 사이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가게가 하나 있다. 1983년부터 영업 중인 ‘진미식당’은 모든 가게가 문을 닫은 새벽 3시까지 장사를 하며 어두워진 밤거리를 밝힌다. 심지어 코로나 이전에는 24시간 영업을 했다고. 한마디로 늦은 밤까지 잠자지 않는 올빼미족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법한 가게다. 실제로 자정이 넘어 방문한 가게에는 부대찌개를 안주 삼아 술 한 잔을 걸죽하게 걸치는 손님들을 볼 수 있다. 24시간 영업하던 당시에는 심야에 해장하러 찾는 손님도 많았단다.




진미식당은 인원수대로 주문 시 사리를 무한리필 해준다거나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사리를 서비스로 제공해주는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덕분인지 단체 손님이 즐겨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때때로 라이딩 동호회가 단체로 방문해 가게 앞에 자전거를 줄지어 세워둔 광경을 볼 수도 있다. 가게에서 먹고 가는 경우에는 살얼음이 아작아작 씹히는 시원한 식혜도 무한으로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차별화된 서비스는 원조집을 비롯해 훨씬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가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을 것이다. 이 집은 독특하게도 검은깨, 검은쌀, 검은콩이 섞인 고춧가루를 제조해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부대찌개 국물이 다소 걸쭉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그 맛을 보면 누구나 호불호 없이 좋아할 법한 정석 스타일의 친근한 맛이다. 사실 이 집에서 부대찌개만큼이나 많이들 주문하는 인기 메뉴는 각종 부대찌개 재료를 푸짐하게 넣고 국물 자작하게 볶아낸 매콤한 부대볶음이다. 제대로 먹으려면 여기에 테이블 한쪽에 구비된 김 가루까지 곁들여 먹어야 한다. 먹다 보면 자연스레 술 한 잔이 생각나는 게, 이 집이 밤늦게까지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가 싶다.



#Editor’s Tip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 입구 인근에는 관광 활성화를 위한 ‘의정부시 퓨전관광문화 홍보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부대찌개 요리 과정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체험할 수 있는 VR 체험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그램 참여자에게는 사리 무료 쿠폰을 증정하니 부대찌개를 먹으러 가기에 앞서 이곳을 먼저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참고로 방문 가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된다.


이와 더불어 올해로 15회를 맞은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가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열렸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부대찌개 거리 내의 23개 업체가 참여한 이번 행사는 지난 15일 개막하여 오는 23일 일요일까지 8일간 진행된다. 행사 기간에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 일대에서는 부대찌개 시식회와 룰렛 이벤트, 체험 부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부대찌개 1+1 할인 이벤트와 축제 참여 SNS 인증 이벤트 등 온라인 참여도 가능하다. 문의 사항은 행사 공식 인스타그램(@uihope_official)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이지현

에디터

이지현

삶을 음미하며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