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동네 일상여행≫ 강원 #3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강원도 감자의 모든 것

서울 사람 K|

감자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


ⓒ더루트컴퍼니

하나의 농작물이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상상합니다. 잘 고른 흙에 씨를 뿌리고 햇빛과 바람, 적당한 온도를 거쳐 제 몫을 하는 작물로 성장하기까지의 시간. 누군가에겐 그저 하나의 음식 재료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를 거쳐 간 수많은 손길을 알게 된다면 그건 식재료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오늘 서울 사람 K가 찾은 곳은 강원도 강릉의 ‘감자유원지’입니다. 품질 좋은 감자를 생산하고 지역 농가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 사업가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감자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공간을 경험하며, 무엇보다 그가 개발한 맛있는 감자 요리를 먹을 겁니다. 식재료 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한 여정, 지금 시작합니다.




ⓒ더루트컴퍼니

Point 1. 감자 청년의 진심

강원도를 대표하는 농작물 감자.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큰 기대를 품지 않았습니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맛볼 수 있는 존재니까, 이미 다 알아버린 맛이라고 생각해서 한껏 무시했습니다. ‘감자유원지라니···. 감자로 저글링이라도 하려나?’ 그런 짓궂은 농담을 생각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강릉에서 만난 감자 청년은 진심이었습니다. 그는 30년 전에 머물러 있던 생산, 유통 시스템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고만고만한 감자 요리를 2023년의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해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감자를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게 만드는 일. 그에겐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그게 감자유원지를 만든 이유였습니다.



Point 2. 감자유원지 공간 활용법

감자유원지는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계절별 강릉의 농식품과 로컬 아티스트의 제품, 식료품을 판매하는 로컬 스토어(0.5층), 샌드위치와 감자수프, 음료 등 간편식품을 판매하는 델리&그로서리(1층), 감자를 업그레이드해 전에 없던 감자 요리를 선보이는 키친(2층). 든든한 식사부터 간단한 테이크아웃 제품까지 공간 구석구석 감자로 가득합니다. 공간 이동 방법은 간단합니다. 저라면 2층에서 식사를 하고, 1층에 내려와 선물용 제품을 구입할 겁니다. 그런 다음 0.5층에서 강릉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창작자의 제품을 구경하는 게 좋겠네요.




Point 3. 대한민국 1호 씨감자 명인과의 컬래버레이션

모든 음식의 기본은 맛과 품질에 있다고 판단한 감자 청년은 왕산종묘 권혁기 대표와 손을 잡았습니다. 쫀득쫀득한 단오감자와 포슬포슬한 왕산감자를 활용해 각각의 식감을 극대화하는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감자 요리라고는 전과 튀김밖에 모르던 저에게 감자유원지의 메뉴는 신세계였습니다. 항정살과 감자의 부드러운 조화, 메밀면으로 만든 김밥의 다채로운 맛, 따뜻하게 위장을 감싸는 감자 수프… 모든 맛이 신세계였습니다. 깨끗한 오픈 키친에서 조리된 요리들은 명불허전, 강릉 감자 요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Point 4. 피크닉 떠나기 위한 준비물

키친에서 배를 든든하게 채운 다음 순서는 1층 쇼핑입니다. 당장은 배가 부르지만 저녁에 강릉 바다를 구경하며 마실 맥주 한 잔을 미리 구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감자유원지답게 감자로 만든 에일과 전통주를 판매합니다. 그리고 감자유원지의 시그니처 ‘포파칩’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두툼한 두께감으로 간식보다는 안주로 더 많이 찾는다는 포파칩은 기름에 튀긴 다음 굽는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덕분에 자꾸만 불어나는 뱃살에 조금은 덜 미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Point 5. 감자를 경험하는 또 하나의 공간

감자유원지의 또 하나의 구경거리는 반 지층 공간에 자리한 로컬 스토어입니다. 이곳엔 감자유원지가 자체 생산한 굿즈를 비롯해 강릉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를 위한 전시 공간이 있습니다. 일종의 편집숍이자 쇼룸인 셈입니다. 예상컨대 감자 청년의 입장에서는 주위에 영감을 나눌 수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게 다행이었을 겁니다. 감자가 식재료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나아가기 위해선 창작의 영역에서 고민을 함께 나눠줄 친구가 필요했을 테니까요.



Point 6. 여행이 끝나고도 남는 여운

감자유원지에 머무는 동안 ‘식사-구경-쇼핑’의 완벽한 삼박자를 마쳤습니다. 질 좋은 감자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겠다는 감자 청년의 시도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감자유원지를 떠나기 전, ‘아는동네’ 카드에 감상을 적어두었습니다. 다음 이곳을 방문할 여행자가 저의 메시지를 발견해 준다면 좋겠습니다. 서울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메밀 김밥과 항정살 솥밥의 맛이 잊히지 않습니다. 감자가 생각나는 오늘, 포파칩과 맥주를 들고 한강을 산책해야겠습니다.



감자유원지, 강릉 감자의 매력을 담은 경험의 공간



감자유원지는 강릉 출신의 청년 사업가 김지우가 동료들과 함께 만든 농식품 임팩트 스타트업입니다. 강릉을 대표하는 식재료, 감자를 자신들만의 관점으로 새로이 해석하여 접시에 담아내고, 늘 곁에 있지만 접하기 힘든 농업의 이야기를 다양한 제품과 경험으로 전하는 브랜드입니다. 그들은 단순히 감자를 활용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역 농가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로컬과 환경, 둘 모두를 아우르려는 노력이 곧 앞서 말한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위한 행동이겠죠.”
더루트컴퍼니 대표 김지우


감자유원지를 운영하는 더루트컴퍼니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더루트컴퍼니는 강릉을 기반으로 한 농식품 임팩트 스타트업이에요. 강원도를 대표하는 감자의 종자를 만드는 일부터 재배, 가공, 캐주얼한 다이닝 등 감자를 활용한 농식품 경험을 제공하고 있어요.


함께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는 구성원이 어떻게 되나요?

저는 사업 기획과 브랜드를 개발하는 일을 하고요. 함께하는 친구들이 감자 재배와 공장 제조 업무, 운영 파트 등 각각의 역할을 맡아 브랜드를 꾸리고 있어요. 또, 유명 과자 회사의 감자 연구소에서 30년 이상 근무하신 소장님을 파트너로 모셔서 제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강릉을 베이스 삼아 브랜드를 구축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 고향이 강릉인데요. 더루트컴퍼니를 만들기 전부터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분들, 소위 말해 로컬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일을 해왔어요. 그러다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강원도를 상징하는 작물인 감자를 콘텐츠 삼아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더루트컴퍼니


홈페이지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라는 기업의 비전을 봤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감자 농업 같은 경우는 30년 전의 시스템을 현재에도 이어가고 있어요. 파종이라든지, 수확하고 선별하는 방식에 크게 변화가 없다는 의미죠. 산업 자체의 발전이 더딘 편이에요. 그건 비단 생산과 유통의 문제만 아니라 소비자가 느끼기에도 새로운 시도가 없던 거거든요. 그런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환경의 변화를 위해 더루트컴퍼니에서 진행 중인 사업은 무엇이 있나요?

크게 두 가지인데요. 감자의 밸류 체인 매니지먼트라고 해서 품종을 개량해 종자를 만들고 재배와 수확, 관리하는 일이 첫 번째이고요. 그렇게 확보한 감자를 소비자에게 경험하도록 하는 감자유원지가 두 번째예요. 특히 감자유원지는 감자를 경험할 수 있는 농식품 브랜드 공간으로써 ‘그로서란트(Grocery+Restaurant)’를 표방해, 제품 판매와 레스토랑을 겸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소비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 감자유원지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1층은 간단한 스낵을 즐길 수 있는 그로서리 공간으로, 감자를 활용한 제품과 유기농 감자 제품, 음료를 다루고 있어요. 저희의 대표 상품인 감자 수프와 감자 호떡, 포파칩 역시 이곳에서 제공하고 있죠.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감자를 다루는지 소개하는 일, 즉 감자 도슨트의 역할도 이곳에서 진행해요. 반 층 내려가시면 ‘로컬 스토어’라고 해서 강릉의 로컬 크리에이터 분들을 소개하는 공간을 마련했어요. 일종의 편집숍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간단한 스낵류의 제품 판매와 협업 공간, 일종의 쇼룸으로 활용하는 거군요.

네, 그리고 2층은 저희가 직접 생산한 감자와 지역 식재료를 활용해서 캐주얼한 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는 키친 공간이에요. 실제로 많은 고객께서 2층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시고, 1층으로 내려와 선물용 혹은 테이크아웃 용으로 저희 제품을 주문해가곤 하세요.





감자유원지의 대표 메뉴는 무엇인가요?

못난이 감자로 만든 감자 스낵 ‘포파칩’이에요. 보통 수확이나 유통 과정에서 상처가 나거나 규격에 맞지 않은 크기의 작물은 버려지거든요. 그때 버려지는 양이 15퍼센트에 달할 정도예요. 저희는 그런 비규격품 농산물을 직접 구입해 스낵을 개발했어요.


못난이 감자를 이용하는 이유가 있나요?

첫 번째는 일정 부분 농가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비용 문제로 무작정 버려야 하는 작물을 구매하며 농가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죠. 두 번째는 작물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다는 거예요. 로컬과 환경, 둘 모두를 아우르려는 노력이 곧 앞서 말한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위한 행동이겠죠.


맛이나 품질에는 문제가 없나요?

감자의 맛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다만 크기나 모양이 불규칙하다 보니 기존의 감자 스낵과는 다른 제조 방식을 고민해야 했어요. 평범한 감자 스낵이 얇은 슬라이스 모양으로 만들기에 최적화되어 있다면, 저희는 감자를 두껍고 길쭉한 스틱형으로 가공함으로써 원재료의 불리함을 보완했죠.




그러고 보니 두껍고 길쭉한 모양의 감자 스낵은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포파칩은 5밀리미터 정도의 두께를 유지하는데요. 감자가 두꺼울수록 가공 비용이 많이 들어요. 유탕 처리 후에 추가적으로 오븐에서 가공을 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이런 방식을 포기할 수 없는 건 그 두께만큼의 풍미가 묻어나기 때문이에요. 아무래도 그 두께나 식감 때문에 간식보다는 맥주나 와인 안주로 드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먹거리 이외에도 감자를 활용한 콘텐츠가 있나요?

포파칩의 틴케이스를 활용해서 감자를 직접 키워보는 이벤트를 한 적이 있어요. 물론 큰 감자가 열리기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작게나마 피어난 감자꽃을 보면서 감자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추후에는 감자에 관한 이야기를 콘텐츠화 하고 싶어요. 미디어 콘텐츠든 인쇄물이든 감자유원지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감자를 경험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에디터

서울 사람 K

전국에 있는 멋진 크리에이터를 만나 그들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듣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행법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