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동네 일상여행≫ 전라 #3

지리산 희망 농부가 전하는 신선한 산양유

서울 사람 K|

지리산 희망 농부가 전하는 신선한 산양유, 희망씨앗농장 



전라북도 남원의 ‘동편제 마을’에서 산양 농장을 운영하는 ‘희망씨앗농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사람 K가 한 걸음 먼저 떠났습니다.

‘희망씨앗농장’은 지리산 자락에서 산양 농장을 키우며 깨끗하고 신선한 유가공 제품을 만드는 먹거리 브랜드입니다. 순한 산양에게 먹이도 주고, 깨끗한 유가공 치즈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며 건강한 경험을 했습니다.



동편제 마을 산책

남원 시내로부터 30여 분을 더 들어와야 닿을 수 있는 동편제 마을은 지리산 둘레길 2코스가 지나는 길목에 있습니다. 봄에는 벚꽃이 피고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지는 이 마을에는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습니다. 낮에는 산책하고 저녁에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드는, 자연과 가장 가까운 어떤 그리운 풍경이 있을 뿐입니다. 도시에서 누렸던 편리함을 잠시 접어둔 채 고즈넉한 하루를 머물기에 알맞은 곳입니다.




소박하지만 기분 좋은 웰컴 푸드 

희망씨앗농장의 산양들은 너른 초지에서 방목되어 자랍니다. 사방이 개방된 곳인 만큼 산양을 만나기 위해서는 날씨가 중요하겠죠. 다행히 동편제 마을에는 지금 봄이 왔습니다. 농장 마당의 작은 테이블 위에 오늘의 방문을 환영하는 웰컴 푸드가 놓여있습니다. 산양유 치즈를 올린 카나페와 산양유 요거트입니다. 소박하지만 오늘의 체험을 맛보기에 적당한 차림입니다.





지리산 희망 농부와 함께하는 산양 체험

미리 준비한 먹이 바구니를 들고 산양을 만나러 갑니다. 바람에 꺾인 솔가지, 수확이 끝난 고구마 줄기, 쓰고 남은 콩깍지 등 자연의 모든 것이 먹이가 됩니다. 체험에 쓰이는 풀은 농부가 직접 기른 청조를 사용합니다. 종을 울리자 산양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몰려듭니다. 산양은 느긋하고 온순한 성격이라 뒷발에 채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호기심 많은 녀석들은 먹이보다 신발 끈에 관심이 많으니 주의하는 게 좋겠네요.





산양유 제품으로 음식 만들어 먹기

유산균 요거트를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쉽게 따라 하도록 만드는 과정을 최대한 단순화했습니다. 차가워진 볼에 희망씨앗농장의 딸기 요거트를 넣고 혼신의 힘을 다해 저어줍니다. 흡열 반응으로 요거트가 서서히 굳으며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집니다. 





산양유 치즈를 올린 피자도 만들었습니다. 미리 숙성한 반죽을 펴고 토핑을 얹습니다. 피자에 올린 페퍼로니는 동편제 마을의 육가공 브랜드 ‘더찹샵’에서 공수하고, 토핑 채소는 직접 재배했다고 합니다.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더 맛있는 체험이 되었습니다. 



건강하고 선한 영향력

축산을 전공한 정영학 농부는 뉴질랜드와 스위스에서 선진국 낙농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임실에서 치즈를 만들며 만난 아내와 함께 희망씨앗농장을 세웠습니다. 자리를 잡기까지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차근차근 건강한 농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선한 인상만큼이나 선한 마음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농장의 규모를 크게 하려는 욕심보다는, 이곳에서 얻은 희망의 마음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일이라고요.




"늘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드리며 살고 싶습니다."

희망씨앗농장 대표 정영학


희망씨앗농장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2010년부터 지리산 동편제 마을의 유산양 농장에서 매일 짠 원유로 산양유와 요거트를 만드는 유가공 브랜드입니다. 단순히 물질을 좇기보다는 희망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희망씨앗농장’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유산양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산양유를 선물하는 유산양은 염소 과의 동물입니다. 보통 염소라고 하면 흑염소를 생각하시는데, 젖소와 한우가 있는 것처럼 젖을 제공하는 염소를 유산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반 우유와 산양유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우유와 비교했을 때 산양유는 인간의 모유와 단백질 구조가 매우 흡사합니다. 그래서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분들도 산양유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맛을 비교하자면 우유에 비해 진하고 고소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산양은 자연에서 방목하며 풀을 뜯어먹기 때문에 신선한 풀 향이 배어있습니다. 자연에 가까운 맛을 낸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농장의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처음 세 마리로 시작했던 산양 가족이 지금은 150마리까지 늘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새끼를 낳았는데 엄마 산양의 모성이 대단해서 근처에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합니다. 10년 넘게 아이들을 돌보지만 볼 때마다 찡한 기분이 듭니다.



150마리면 꽤 큰 편 아닌가요?

다른 산양유 농장에 비해서는 작은 편입니다. 산양은 그 유량이 부족해서 농장의 규모를 크게 운영하는 곳이 꽤 있습니다. 저희 농장은 한번 젖을 짠 후에 건강을 위해 2~3개월 정도의 쉬는 기간을 주기 때문에, 실제로 젖을 짜는 아이는 5~60마리 정도입니다. 당일 생산하는 물량의 한계가 있다 보니 종종 구입을 위해 대기를 하시는 손님들이 계십니다.


농장에서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제가 아침형 인간이라 하루의 시작이 조금 이릅니다. 5시에 일어나 산양에게 밥을 주고, 젖을 짭니다. 아내가 주문을 수집해서 하루의 생산량을 정해주면 출고해야 할 양에 맞춰 가공해서 우유로 만든 뒤에 저녁에 발송 작업을 합니다. 그렇게 매일 반복합니다.


당일 생산과 출고를 원칙으로 하는 거군요?

신선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원칙입니다. 다만 요거트는 유산균 발효 작업을 거쳐야 하기에 하루의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희망씨앗농장만의 제품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가장 큰 경쟁력은 월등한 맛과 신선도에 있다고 자부합니다. 늘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마인드로 일하거든요. 작은 농장이다 보니 산양의 습성이나 상태를 하나하나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하나하나 눈을 마주치며 상태를 체크하고, 몸이 좋지 않은 아이들은 휴식을 줍니다. 생산량이 조금 줄더라도 그런 작은 관리들이 쌓여 신뢰를 얻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 구매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저희 리뷰를 보시면 더부룩하지 않고, 고소하다는 평이 대부분입니다. 부모님께 선물했는데 좋아하셨다는 반응도 많고요. 포털 사이트에서도 재구매율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고 자랑하고 싶네요(웃음).



프로그램 중에 농장 체험이 있어요. 산양이 생각보다 순하더라고요.

실제로 방목 농장의 산양을 만지고 먹이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사실 올해부터 남원에 있는 장애인,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농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이 산양과 교감하며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고 싶어서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늘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드리며 살고 싶네요.


에디터

서울 사람 K

전국에 있는 멋진 크리에이터를 만나 그들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듣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행법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