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 기르는 사람들>> #1

강릉의 구름신을 섬기는 신당 : 주룩주룩 양조장

아는동네|



연남방앗간 기획전 : 효모 기르는 사람들

우리 술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친구가 된 양조사들. 이름도, 가치관도, 사용하는 재료도 모두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술을 빚는 과정을 ‘효모를 기른다’는 이야기로 대신한다는 것.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살면서 생각하고 바꿔나가는 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반복하는 과정. 때에 맞게 효모가 건네주는 맛을 즐기고 사랑하는 것이 전부인 사람들. 오로지 효모와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즐기고 있을 뿐, 어쩌면 그들에게 술을 완성 시킨다는 건 낯선 개념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효모 기르는 사람들’ 기획전에서는 신생 로컬 양조 크루에 속한 양조장 8곳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술이 아닌 것을 술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과정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 그들의 개성을 만끽하는 시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연남방앗간 기획전 <효모 기르는 사람들> 

- 2023.07.01 - 08.31
- 연남방앗간 서울역점, DDP점




강릉 구름신의 조각을 모아 만드는 떠먹는 막걸리

2022년의 초여름, 강릉 중앙시장 뒤편의 '점집골목'의 한 켠에 귀여운 신당 하나가 들어섰다. 적색 벽돌 사이의 간판에 적혀진 이름은 '주룩주룩 양조장'. 그들은 강릉 구름신을 모신다는 세계관을 창조하고,  3년의 시간을 들여 떠먹는 막걸리 시리즈를 출시했다. 단순히 새로운 방식의 시도를 넘어, 떠먹는 막걸리가 강릉을 대표하는 문화가 되길 바란다는 그들만의 남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




주룩주룩 양조장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쌀로 신선한 술을 빚자’라는 모토로 술을 빚으면서 강릉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양조장이다.


이번 ‘효모 기르는 사람들’ 기획을 총괄하셨다. 기획 배경이 궁금하다.

양조장들을 만나보면 다들 특별한 개성을 가졌다. 각 양조장의 공통점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술을 빚기 위해 효모를 기르는 건 같다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모두 효모를 사용하여 술이 아닌 것을 술로 만들고 있지 않나. 그 과정에서 각 양조장마다 어떤 효모를 쓸지, 효모를 어떤 온도에서 기를지, 효모에게 어떤 먹이를 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개성이 표현된다고 생각했다. ‘효모 기르는 사람들’이라는 공통된 분모 안에서 효모 기르는 방식이 다른 만큼 재미있는 술이 다양하게 세상에 등장했다. 이렇게 재밌고 신선한 관점을 활용해 신생 로컬 양조장들의 개성을 전달하고 싶다.




주룩주룩 양조장과 함께 하는 효모를 소개 혹은 자랑한다면.

주룩주룩 양조장은 항상 술을 빚을 때 강릉 구름신을 섬기는 귀한 마음과 정성을 담는다. 그 과정에서 주룩주룩 양조장의 효모인 강릉 구름신 조각들이 많이 모이게 된다. 신도들의 마음이 더욱 정성에 닿을수록 강릉 구름신의 기운도 그만큼 더 모이게 된다. 즉, 강릉 구름신의 조각이 주룩주룩 양조장의 술을 더욱 신선하고 맛있게 만들어주는 신비한 효모다.




구름신이라는 확실한 컨셉이 인상적이다.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양조장이 강릉 중앙시장 뒷편의 점집 거리에 위치해 있다. 주변에 무슨 동자, 무슨 장군, 무슨 선녀 등등 점집이 많다. 저희는 강릉 구름을 떠먹는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이니, 아예 ‘구름신을 섬기는 신당 컨셉으로 양조장을 꾸며보자’로 기획을 하게 되었다. 마침 강릉에서 샤머니즘과 연관이 있는 단오제가 가장 크게 열리는 만큼 로컬의 특색과 잘 맞다고 생각한다.





주룩주룩 양조장만의 시그니처 술은.

강릉구름은 강릉 해변 위 구름을 떠먹는 느낌을 주는 떠먹는 막걸리다. 기본 하평구름, 딸기맛 소돌구름, 블루베리맛 강문구름, 커피맛 안목구름에 곳감맛인 순긋구름까지 추가되어 총 5종이다. 전부 강릉 농산물만 활용하여 만들고 있으며, 강릉의 아름다운 해변 이름을 따서 각 이름을 지었다. 강릉 구름신을 모시는 신당인만큼 강릉 구름 관련 팝업 행사는 ‘팝업 법회’라고 부르고 있다.


떠먹는 막걸리라니, 굉장히 신선하다. 주룩주룩 양조장의 특별한 제조 비법이 있나.

예로부터 ‘이화주’라는 떠먹는 막걸리의 전통적인 제조 방법이 있다. 전통 제조 방법에서 영감을 얻되, 이화곡이라는 누룩을 쓰지는 않는다. 단맛을 강조하고 도수를 낮추는 저희만의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여 양조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릉 구름신을 섬기는 바른 마음’이 아닐까?




릉의 농산물만 사용한다고 하셨는데, 특별히 강릉에서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

대학 동기 3명이 함께 양조장을 시작했다. 그 중 1명이 강릉 출신이었고, 다른 2명도 강릉에 왔을 때 재미있는 동네라고 생각했다. 양조장 창업을 고려하며 후보지로 강릉을 고려했을 때, 익숙하기도 하면서 독특한 로컬 콘텐츠를 확장하기 좋은 지역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강릉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로컬에 대한 애정이 강하게 느껴진다. ‘로컬 신생 양조 크루’ 역시 주룩주룩 양조장을 주축으로 많은 양조장이 모였다고. 이 모임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전통주, 우리술에 대한 관심이 많아짐과 동시에 우리술로 재미있는 플레이를 하는 곳들도 다양해졌다고 생각한다. 신선한 시도를 하는 양조장들이 한 곳에 모인다고 생각하니 함께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모임을 통해 우리술이 진부하지 않고 재밌고 새로울 수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께 전달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기획전에 방문하는 분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돌아가길 바라나.

수제맥주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중들도 시장 내 다양한 시도에 익숙해지셨다고 생각한다. 비슷하게 최근 우리술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는데, 아직 우리술에 대한 다양한 시도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시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 우리술의 재미있는 변화들이 좋은 퀄리티로 표현되고 있고, 다양성과 확장성의 기회가 무궁무진함을 경험하셨으면 좋겠다.


에디터

* 편집자: 황인경, 정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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