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 기르는 사람들>> #2

술이 가장 맛있게 익는 온도, 25도 : 이시보 양조장

아는동네|



연남방앗간 기획전 : 효모 기르는 사람들

우리 술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친구가 된 양조사들. 이름도, 가치관도, 사용하는 재료도 모두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술을 빚는 과정을 ‘효모를 기른다’는 이야기로 대신한다는 것.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살면서 생각하고 바꿔나가는 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반복하는 과정. 때에 맞게 효모가 건네주는 맛을 즐기고 사랑하는 것이 전부인 사람들. 오로지 효모와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즐기고 있을 뿐, 어쩌면 그들에게 술을 완성 시킨다는 건 낯선 개념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효모 기르는 사람들’ 기획전에서는 신생 로컬 양조 크루에 속한 양조장 8곳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술이 아닌 것을 술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과정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 그들의 개성을 만끽하는 시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연남방앗간 기획전 <효모 기르는 사람들>

- 2023.07.01 - 08.31

- 연남방앗간 서울역점, DDP점




술이 가장 맛있게 익는 온도, 25도 : 이시보 양조장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에 위치한 이시보 양조장. 너른 밭을 온통 뒤덮은 초록의 벼 사이로 분주한 손길이 비친다. 바로 이시보 양조장을 이끄는 부승철 대표가 밭을 돌보는 모습이다. 직접 기른 쌀로 술을 만드는 그에게 고되지는 않은지 묻자, 술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간섭하며 참여하는 것 뿐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간결한 한 문장 속에서 제주의 술에 대한 애정과 겸손함이 물씬 풍긴다. 



이시보 양조장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이시보 양조장은 제주에서 가장 넓은 평야지역에 있다. 술이 발효될 때 가장 맛있게 익는 온도가 25도여서 소리나는 대로 이시보라고 정했다. 로고를 ㅇ,ㅅ,ㅂ로 표현해 제주를 담고자 하였다.


로컬 신생 양조 크루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제주에 있는 양조장으로서 항상 서울 양조장 대표님들의 커뮤니티가 부러웠다. 술을 빚는 사람들과의 연결지점이 적어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다양한 양조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또 한편으론 제주 지역 막걸리의 우수함과 제주가 귤의 섬이 아닌 술의 섬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특별히 제주에서 양조장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고향이 제주도이고, 현재 양조장이 위치한 동네도 제가 나고 자란 곳이다. 한 때는 서울 생활을 했었는데, 많이 외로웠다. 그럴 때면 옛날 증조할머니께서 직접 내리신 술로 동네 사람들이 오순도순 이야기하던 때가 생각났다. 결국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에 내려와 양조장을 준비하게 되었다.



증조할머니께 영향을 받았다니,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증조할머니께서는 일제강점기 전부터 술을 빚으셨다고 들었다. 당시에는 주세법이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 나가 고소리술을 판매하기도 했었는데, 오메기술을 증류할 때면 온 마을에 냄새가 퍼질 정도였다고.

할머니께서는 생계유지를 위해 술을 빚으셨지만,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분이셨다 . 그래서인지 아직도 할머니가 만든 술을 기억해주시고 이야기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저도 앞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가는 양조장을 만들고 싶다.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던 할머니의 마음으로 좋은 술을 빚으려고 한다.



이시보 막걸리에 대해 자랑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이시보 막걸리는 12도라는 높은 도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샤인머스켓 같은 달큰한 포도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직접 기른 쌀로 술을 빚는 것이 진정한 술 빚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직접 재배하고 도정까지 마친 제주 찹쌀로 술을 빚고 있다. 술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간섭하고 참여하고 있다.


포도향이 나는 순곡주라니, 맛이 궁금하다. 어떤 음식이랑 가장 잘 어울리는지.

맛이 깔끔해서 기름진 음식과 궁합이 좋다. 저는 개인적으로 삼겹살에 먹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시보를 좋아해주시는 분들 말씀으로는 수육이랑 함께 마실 때 그렇게 맛있다고 전해주셨다.


기획전에 방문하는 분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돌아가길 바라나.

막걸리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숙취가 심하고, 저렴하고, 벌컥벌컥 마시는 술. 하지만 작은 잔에 따라 마시는 막걸리도 있고, 도수가 높아 조금씩 음미해야 하는 막걸리도 있다. 각각 전통주의 특징과 개성에 주목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또 술의 맛과 향이 다양한 것처럼 그 술을 빚는 사람들의 색깔도, 공간의 분위기도 모두 다르다. 다양한 양조장의 술을 맛보며 양조인들의 색을 떠올려보는 경험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에디터

* 편집자: 황인경, 정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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