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 기르는 사람들>>#4

부정적인 감정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힘 : 참새와 꽃게

아는동네|


연남방앗간 기획전 : 효모 기르는 사람들


우리 술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친구가 된 양조사들. 이름도, 가치관도, 사용하는 재료도 모두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술을 빚는 과정을 ‘효모를 기른다’는 이야기로 대신한다는 것.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살면서 생각하고 바꿔나가는 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반복하는 과정. 때에 맞게 효모가 건네주는 맛을 즐기고 사랑하는 것이 전부인 사람들. 오로지 효모와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즐기고 있을 뿐, 어쩌면 그들에게 술을 완성 시킨다는 건 낯선 개념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효모 기르는 사람들’ 기획전에서는 신생 로컬 양조 크루에 속한 양조장 8곳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술이 아닌 것을 술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과정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 그들의 개성을 만끽하는 시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연남방앗간 기획전 <효모 기르는 사람들>

- 2023.07.01 - 08.31
- 연남방앗간 서울역점, DDP점


부정적인 감정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힘 :참새와 꽃게

긍정적이고 좋은 단어는 세상에 많으니까, 부정적이지만 흔한 우리의 감정들로 술 이름을 지어보고 싶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바로 대전과 공주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참새와 꽃게’ 팀이다. 스스로를 아마추어 양조장이라고 칭하지만, 이들이 전하는 재치 어린 메시지는 꽤 위로가 된다. 왠지 이들이 만든 술 한 병을 비우고 나면 미처 느끼지 못했던 부정적인 감정도 모두 사라질 것만 같다.




‘참새와 꽃게’ 브랜드명이 신선하다. 브랜드를 한 줄로 표현하자면.

전통주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 나르는 우당탕탕 아마추어 양조장..? 




대표님 중 한 분은 이전에 건축가로 활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우리 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참새와 꽃게는 양조사 임소희와 건축가이자 기획자인 박우린이 함께 만들었다. 둘 다 우연한 계기로 공주에 터전을 잡게 되었고, 술을 마시는 사이가 되었다. ‘지역에서 뭐든 재밌는 거 해보지 뭐’라는 생각으로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저탄소/유기농법/토종 등 다층적 가치를 지닌 1차 농업 생산물을 2차 가공하는 역할이 필요함을 자연스럽게 인지했던 것 같다. 처음엔 가볍게 시도하는 마음으로 ‘맥키스컴퍼니’의 소셜벤처 사업에 지원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술을 좋아해서. 좋아하다 보니 궁금해지고, 궁금해지면 해봐야 하는 성격이라. 어느 날 순창으로 연엽주 원데이 클래스를 듣고, 지란지교 양조장에 들러 술 이야기를 들으면서 탁주와 약주를 받아마셨는데 청포도 맛이 너무 화려하게 나더라. 그 순간 ‘아… 이거다…!’하는 생각으로 전통주 연구소를 다니기 시작했다.


긴 과정 끝에 ‘혼돈’ 첫 배치가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 혼돈과 함께 한 효모를 소개한다면?

현재는 낮은 온도에서 1개월가량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술을 빚고 있는데, 전통 누룩을 쓰다 보니 정확히 어떤 효모들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Saccharomyces cerevisiae’라는 학명을 가진 친구가 주된 역할을 할 텐데, 누룩에 붙어있는 다양한 야생 효모들도 함께 열심히 힘을 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부정적이지만 흔한 우리의 감정을 술 이름으로 짓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참새와 꽃게의 첫 제품이자 대표 술인 ‘혼돈’을 소개해달라.

우선 ‘혼돈’의 이름은 양조사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담아지었다. 원래 맥주 양조를 했었는데, 전통주를 빚다 보니 여러 방면에서 혼란스럽더라. 이런 마음을 ‘혼돈’으로 정의하고 유쾌하게 풀어나가려고 했다.

그리고 혼돈은 찹쌀, 물, 누룩으로만 빚은 단양주로, 논산 ‘더불어 농원’에서 저탄소 농법으로 지은 토종 찹쌀을 사용하고 있다. 누룩도 최소한으로 사용해 한 달 이상 발효시켜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화려한 레시피를 만들고 싶었지만 결국엔 돌고 돌아 기본 가양주 스타일을 내보이게 되었다.




추가적으로 ‘복술복술’팀과 함께 <우음제방>을 중심으로 충청지역 전통주 복원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술을 복원할까 고민했었는데, 아무래도 현재 충청지역에 머물러서 그런지 대전 지역에 고문헌을 복원하는 게 의미 있을 것 같았다. 우음제방은 대전 송씨 집안의 전통주 비법서로, 지금 우음제방을 복원한 첫 번째 술로 ‘눗기’라는 이름의 술을 준비하고 있다. ‘눗기’는 유성구의 옛 이름이다. 이런 점이 참 재미있다.

이외에 앞으로 계획 중인 술이 있다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지만, 다음 술 레시피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드는 감정을 담은 단어로 술 이름을 지을 것 같다. 아마 막막, 분노, 난감, 상심, 무기력과 같은 단어이지 않을까. 물론 이런 감정들을 이겨내고 술을 만들어 낼 것이지만!


에디터

* 편집자: 황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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