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 기르는 사람들>>#6

꿀꺽하는 순간, 즐거운 경험을 전합니다 : 꿀꺽하우스

아는동네|


연남방앗간 기획전 : 효모 기르는 사람들

우리 술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친구가 된 양조사들. 이름도, 가치관도, 사용하는 재료도 모두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술을 빚는 과정을 ‘효모를 기른다’는 이야기로 대신한다는 것.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살면서 생각하고 바꿔나가는 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반복하는 과정. 때에 맞게 효모가 건네주는 맛을 즐기고 사랑하는 것이 전부인 사람들. 오로지 효모와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즐기고 있을 뿐, 어쩌면 그들에게 술을 완성 시킨다는 건 낯선 개념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효모 기르는 사람들’ 기획전에서는 신생 로컬 양조 크루에 속한 양조장 8곳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술이 아닌 것을 술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과정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 그들의 개성을 만끽하는 시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연남방앗간 기획전 <효모 기르는 사람들>

- 2023.07.01 - 08.31

- 연남방앗간 서울역점, DDP점





화려하고 북적이는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한적한 도심으로 조금만 걷다 보면 '꿀꺽하우스'가 나타난다. 내부에 들어가면 널찍한 테이블을 중심으로 오른 편에는 시원한 통창이 왼편에는 10평 남짓한 작은 양조장이 보인다. 양조장과 바가 함께 있는 브루펍(양조장+펍)의 형태로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우리술을 통해 저절로 끈끈해지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

'우리들만의 가치를 빗어내는 공간, 문화를 양조해 내는 곳'이라는 문장을 가슴 깊숙하게 세기며 만족도 100%로 우리술을 만들어 내는 그들을 만나보자.




‘꿀꺽하우스’에서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브랜드를 한 줄로 표현하자면.

꿀꺽, 무언가를 삼킨다는 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우리가 맛을 경험하는 시작점에 있다. 그 순간의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지역에서 난 쌀과 재료들을 활용하고,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술과 문화를 빚는 중이다.




이번 <효모 기르는 사람들>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아무리 좋은 재료와 레시피로 만들어진 밑술, 맥즙이라 하더라도, 효모가 제대로 발효하지 못하면 좋은 술이 될 수 없지 않나. 마치 끓어오르는 듯, 거품이 생기고 열이 발생하는 발효의 모습이 각자의 특색을 가지고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양조장들의 모습과도 비슷해 보였다.

또 이번 기획전을 통해 사람들, 그리고 다른 지역의 양조장들과 새롭게 연결되고, 저희 역시 부산에서 서울로 확장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다양한 양조장과의 독립적이면서 하나로 귀결되는 하모니에 대한 기대도 있다.

함께 하는 효모에 대한 소개, 혹은 자랑을 해보자면.

꿀꺽하우스의 효모는 다양한 개성이 담긴 친구들이 믹스되어 우리만의 술을 만들어낸다. 앞으로는 자연에서 얻은 토종효모나 야생효모를 더욱 다양하게 접목해 보려 한다. 앞으로는 누룩 뿐만 아니라 다양한 효모와 균, 그리고 곰팡이와 마주하게 될 것 같다.




양조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매주 회의하면서 ‘우리가 왜 꿀꺽하우스를 하게 됐지?’, 즉 why에 대한 질문을 떠올린다.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결국 입을 모아 하는 말은 ‘행복하기 위해서’. 좋은 술은 결국 좋은 사람들을 함께 하게 만든다는 걸 많이 봐왔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오래 행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술을 빚어낼 계획이다. 그게 우리가 양조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이자 지속할 수 있는 힘이다.




공간 곳곳에 ‘비취색’이 정말 많다. 메인컬러로 비취색을 선정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회색빛 흙으로 그릇을 빚고 유약을 씌우고 고온에서 구우면 빛의 산란과 굴절 작용으로 우리 눈에 푸른빛으로 보인다. 그게 바로 비취색, 고운 청자의 색인데, 이 부분이 우리술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쌀로 빚는 술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만들어지는 과정, 현상, 재료에 의해 다양한 색과 맛으로 탄생한다. 하나하나 자기가 머금은 색깔을 뿜어내는 청자처럼, 꿀꺽하우스 공간에서 탄생한 술들이 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스며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흰 쌀알로 빚은 술에 다양한 과정이 겹겹이 쌓여 다채로운 색과 맛을 내는 것처럼 우리가 빚어내는 술들도 한 키워드에 갇히지 않고 다양하게 전개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비취색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꿀꺽하우스만의 시그니처 술은.

아직 시그니처를 꼽을 만큼 많은 술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욕망의 거친 물결’과 ‘텃밭’을 소개하고 싶다.

‘욕망의 거친 물결’은 방정아 작가님의 작품 《욕망의 거친 물결 Rough Waves of Desire》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술이다. ‘욕망’이라는 키워드는 ‘12도’의 도수로, 물결에서 느껴지는 혼탁함은 탁주로, 그림의 색에서 연상되는 유자와 스피아민트를 넣어 상큼한 맛을 표현했다.

‘텃밭’은 아버지 텃밭에서 영감을 얻어 김해쌀, 복분자를 베이스로 바질, 후추를 더해 텃밭의 향긋한 풀내음을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복분자의 단맛과 은은한 바질향, 알싸한 후추향과 실키한 질감이 한데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한다.




주로 김해의 쌀로 술을 만든다고. 김해쌀의 특징이 있나

꿀꺽하우스가 부산에 위치해 있다보니, 우리나라 대표 곡창지대인 김해평야를 방문했다. 다양한 단일 품종, 혼합미 등을 쓰며 테스트해보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쌀 본연의 특징을 더 뽑아내고 싶더라. 그래서 올해부터는 김해 청년 농부님과 양조에 적합한 쌀을 위한 계약재배를 시작했다. 우리술에 들어갈 쌀을 위해 모종을 심기 전부터 땅을 관리하는 것까지 끊임없이 농부님과 논의하고 있고. 올 연말엔 꿀꺽하우스만의 쌀과 그 쌀로 빚은 술이 나오게 될지도!




기획전에 방문하는 분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돌아가길 바라나.

효모, 발효는 무수한 문화에 경계를 초월해 널리 퍼져있다. 효모의 출아, 대사의 과정이 재생, 순환을 의미하는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어? 재밌다. 어떻게 이렇게 생각했지? 부산 꿀꺽하우스로 가볼래!’ 정도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면 좋겠다. 저희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양조장들에게도 긍정적인 선순환이 일어나면 더욱 기쁠 것 같다.


에디터

* 편집자: 황인경, 황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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