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 기르는 사람들>>#8

우리 배로 즐겁게 : 페어리플레이

아는동네|


연남방앗간 기획전 : 효모 기르는 사람들


우리 술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친구가 된 양조사들. 이름도, 가치관도, 사용하는 재료도 모두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술을 빚는 과정을 ‘효모를 기른다’는 이야기로 대신한다는 것.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살면서 생각하고 바꿔나가는 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반복하는 과정. 때에 맞게 효모가 건네주는 맛을 즐기고 사랑하는 것이 전부인 사람들. 오로지 효모와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즐기고 있을 뿐, 어쩌면 그들에게 술을 완성 시킨다는 건 낯선 개념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효모 기르는 사람들’ 기획전에서는 신생 로컬 양조 크루에 속한 양조장 8곳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술이 아닌 것을 술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과정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 그들의 개성을 만끽하는 시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연남방앗간 기획전 <효모 기르는 사람들>

- 2023.07.01 - 08.31

- 연남방앗간 서울역점, DDP점



주로 해외에서만 볼 수 있던 페리를 이제 국내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우리 배를 통해 페리를 만드는 '페어리플레이'다. 나주 배의 다양한 품종을 블랜딩해 제작된 그들의 술은 발효 과정에서 옅은 로제 빛의 자연스러운 색감이 매력적이다.이외에도 예술과 디자인을 전공했던 경력을 살려 감각적인 라벨과 브랜딩을 제작하여 매력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성수에서 인지도를 쌓가고 있는 그들은, 훗날 나주에서 판매와 브랜딩까지 진행하여 술을 통해 지역 문화를 브랜딩 하고자 하는 꿈을 차근차근 현실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페어리플레이에 대한 한 줄 소개해달라

페어리플레이는 “PEAR”와 “REPLAY”의 합성어로, 양조와 예술로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국내 최초 페리 전문 브루랩이다. 전국적으로 품질 및 인지도가 높은 나주배를 사용해 과실주인 페리(Perry)라는 술을 생산하고 있다.



각자 다른 효모를 기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효모 소개와 자랑 부탁한다.

우리가 기르는 효모는 빨간 별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곤 한다. 예민하고 뾰족하고 까칠해서 조금만 온도가 맞지 않아도 발효를 멈춘다. 심지어는 본인이 일하기 싫으면 그날은 아예 활성화도 안한다. 그래서 적정 온도로 기분 좋게 해주어야 한다. 적당히 기분 좋은 온도가 되면 보글보글 춤추며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신 것과 만나게 되면 유독 빨갛게 변하게 된다.

이번 기획전을 방문하시는 분들께서 어떤 경험을 하고 돌아가길 원하나

저희 기획전 명이 <효모 기르는 사람들>인 만큼 효모도 중요한 포인트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에 집중해주었으면 좋겠다. 전통주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은 크래프트 비어나 와인에 비해 영향력이 작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술을 빚는 모든 양조인들이 제품 개발 뿐만 아니라 콜라보나 새로운 주류문화를 구축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아직 우리술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로 하여금 전통주나 지역특산주도 올드한 느낌의 이미지가 아니라 이렇게 새롭고 신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새바람을 만들어가는 청년 양조인의 행보에도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페어리플레이는 두분이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파트너가 있어 좋은 점이 있는가.

우리가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것은 업계에서 아주 공공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다. 초반에는 ‘고등학교 때 어떻게 친했지’ 싶을만큼 운영 초기에는 다른 점이 너무 많아 서로 서운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점들 때문에 서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다른 의견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 누구보다 서로의 선택과 의견을 신뢰하고 조율해 나가는데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시간이 오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웃음) 그래도 옆에 있으면 누구보다 서로에게 제일 의지할 수 있고 의지가 되고 싶은, 사랑하는 친구이자 믿음직스러운 동료이다.



대표 제품인 '이제'를 소개해달라.

<이제: 배로 만들다.>는 인지도 높은 나주 배 중에서도 우리 배 품종인 황금, 추황 등을 블랜딩하여 만들어진 스위트 스파클링 페리이다. 이제는 ALC 5%의 가벼운 알콜감과 달큰한 배의 향기가 특징인 술이며, 배를 발효 시키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옅은 로제 빛 네추럴 컬러가 매력적인 술이다. 그리고 감각적인 디자인의 라벨과 섬세한 브랜딩 또한 우리 술의 자랑이기도 하다.

제품 개발을 위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나주 천연색소 산업화 지원센터 등 여러 곳에서 자문을 받았다고 알고 있다. 페리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가.

정말 제품 개발을 위해 배에 관련된 곳 중에 안 가본 곳이 없는 것 같다. 사실 이전에 나주에서 배로 술을 만들겠다는 시도들은 있었다. ‘배술가공사업소’가 그 사례인데, 여러가지 문제점들 때문에 “다시 배로 즐겁게!”. 페리는 기본적으로 와인과 동일한 생산방식을 사용한다. 과실을 파쇄나 착즙한 뒤 효모를 넣고 발효 시키는 것인데, 우리만의 특별한 점이라고 하면 역시 안정적인 효모 발효와 청정한 술을 위한 여과 기술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의 과실, 과즙으로 만들어져서 가볍게 마시기 좋을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먹는 걸 가장 좋아하는가.

아주 차갑게 칠링해서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 캡을 오픈 하는 동시에 좋은 향기가 난다. 한껏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맑은 기포와 예쁜 컬러를 눈에 담았다면 한모금 머금어 너무 강하지 않은 은은하고 시원한 배의 단맛을 즐겨보시길 바란다. <이제: 배로 만들다>는 식전주로 가볍게 드셔도 좋지만 해산물 요리, 샐러드, 샌드위치 등 가벼운 음식과 페어링 하셔도 잘 어울린다.

나주라는 지역을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는가.

나주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두 대표 모두 예술과 디자인을 전공하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는 술의 이미지가 뚜렷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섬세하고 부드럽지만 모던한 이미지가 ‘배’라는 과일과 가장 잘 맞았고 그래서 ‘배’에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하면서 국내 최대 배 주산지인 나주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이송미 대표의 외가가 나주이다. 그래서 나주가 상대적으로 익숙한 도시였고 로컬라이징하기 좋았던 부분이 있다. 실제로 외가에서 배 농사를 크게 지으셨기도 하다. 외가의 위치가 ‘다시면’이어서 ‘리플레이’가 나온 건 오프 더 레코드!




나주의 여러 관광장소와 연계해서 브랜드를 키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주에 오면 꼭 들려야 하는 장소나 코스를 추천한다면.

나주에서 곰탕만 드시고 가는데 정말 아쉬울 따름이다. 읍성주변에 삐삐라는 보리굴집이 있는데 정말 좋아하는 집이니 꼭 가보길 추천한다. 보리굴비를 먹고 금성관과 서소문 주변의 향교를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다음 3917 마중에 들러 고택 카페를 추천한다. 3917 마중은 금목서가 활짝 피는 가을이 제일 예쁘다. 샤넬 No.5의 주원료가 이 금목서 향인데 향기 가득한 고택에서 커피 한잔 하고 옛 나주역과 학생운동기념관도 들려보길 바란다. 또,  영산강 유역은 봄엔 유채꽃 천지, 가을에는 승천보 쪽으로 가면 코스모스가 만발한다. 여름에 오신다면 숲채원도 빼놓을 수 없는데. 피톤치트 가득한 곳에서 힐링 한 후에 마지막으로 하나가든 생고기 비빔밥은 꼭 먹는 것을 추천한다.


에디터

* 편집자: 황인경, 황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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