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와 공유경제, 그리고 도시의 진화 <팝업시티>
공유경제란 무엇인가. 요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른 공유경제에 대해 이렇게 간명하게 설명한 책은 없었다. 지난 해 말 출간된 팝업시티는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오해가 가득한 공유경제에 대해 에어비앤비라는 공유경제 대표 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책에 따르면, 공유경제는 저성장 시대에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경제 시스템이다. 공유라는 표현만으로 ‘착한 경제'라 오해하던 사람들은 공유경제 산업의 자본주의적 특성을 보며 실망하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공유경제는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남는 자원과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시스템일 뿐이다. 그런데, 이 공유경제의 등장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기존에 있던 개발시대의 단점을 해소해 준다. 이미 지어진 건물, 이미 구입한 자동차를 이용해 활용도를 높여주니 대량생산에 따른 문제를 일부 해결해 주는 셈이다.
또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시대적으로 왜 공유경제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 책의 해설에 있다. 빈곤의 시대 때는 모든 것을 나눠썼다. 돈이 없으니 남는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성장의 시대에 진입한 뒤부터는 사람들이 프라이버시를 챙기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분리됐다. 대량생산의 시대와도 잘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도래한 저성장의 시대는 자원 활용의 방식을 다시 과거로 돌려놨다.
두 번째 이 책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도시를 운영하는 새로운 철학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저성장에 더불어 공간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그 공간에 대한 기획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과연 빠른 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가? 저자는 그 시스템을 ‘팝업시티’라고 주장한다. 팝업시티란, ‘팝업'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특정 용도로 쓰던 공간에 새로운 용도를 ‘팝업'(툭 튀어나오다)할 수 있게 허용하는 시스템이다.
공실률이 높은 도심의 오피스, 관광객이 오지 않는 호텔은 그 공간을 찾지 않을 수밖에 없는 트렌드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공실에 시달리는 도심의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이용하면 안 되나. 역시 공실률이 높은 호텔은 공유주택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팝업시티 철학을 담고 있는 유연한 용도 계획은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법을 찾아낼 수 있게 도와준다. 공유경제의 대표주자인 에어비앤비 자체가 주거용 공간을 잠시 숙박용 등의 다른 용도로 팝업시키는 방식이다.
도시의 쇠퇴는 바뀌어 버린 수요에 대응하지 못해 생겨나는 현상이라면, 도시재생은 새로운 수요에 맞게 공간의 용도를 재조정하는 일이다. 쇠퇴한 동네의 빈 집을 에어비앤비로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공간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취향이 손쉽게 바뀌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팝업시티의 시스템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가치다. 그런 점에서 공유경제는 도시재생의 시대에, 수요가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의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가 아닐까.
저자 | 음성원
아름다운 건축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 밀레니얼 세대의 도시공간 이용 행태에 이르기까지, 도시와 건축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주제에 사로잡혀 있다. 도시건축전문작가로 활동하며 글을 쓰고 강의도 한다. 신문기자 시절 국내에 흔치 않은 ‘도시전문기자’로 활동했다. 2014년 젠트리피케이션을 다룬 분석 기사를 통해 이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했으며 관련하여 서울시의 대응을 이끌어냈다. 아울러 2016년 서울시의 주요 지역 등기부등본 331개를 떼어 분석한 젠트리피케이션 기사를 통해 학계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2017년부터 공유경제의 대표기업인 에어비앤비에 합류해 공유도시의 미래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주요 매체에 ‘공유경제와 도시’라는 주제의 칼럼을 연재했다.
앞선 저작으로 저성장시대 공간 수요의 변화상을 담은 《도시의 재구성》, 뉴욕의 도시계획을 흥미롭게 풀어낸 《시티오브뉴욕》 등이 있다. 서울연구원의 《서울의 미래: 도전 받는 공간》, 서울시의 《RE-SEOUL 도시재생, 함께 디지로그》 등 도시 관련 전문서적과 미래를 조망하는 《미래와 과학》에도 공저자로 참여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경관생태학을 연구한 뒤 도시계획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겨레와 문화일보에서 일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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