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역사는 여러 선택지 앞에 선 자의 불안을 덜어내는 동시에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배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는 수십 년에 걸쳐 훼손된 유물을 복원하고 나들이 장소로 역사적인 공간을 찾는가 하면, 격변의 시기를 지나온 건물을 문화의 장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2천 년에 달하는 장엄한 역사를 지닌 백제의 왕도이자 대한민국 격변의 시기를 함께한 금강 문화권의 역사적 장소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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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근현대사전시관
‘옛 충남도청사’로 쓰이던 건물. 현재는 대전 근현대사전시관으로 쓰임을 달리해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1932년에 지어져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을 견딘 내·외부의 예스러운 모습이 특징. 특히 건물 안에 옛것 그대로 보존된 ‘도지사실’은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로 관광객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전시관 안에서는 대전의 100년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상시 진행되고 있다. 전시관을 둘러본 뒤 대전 시내로 나오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 아주 특별하다.
* 주소 :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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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
‘공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산성(사적 제12호)은 백제가 공주로 도읍을 옮긴 후 64년간 백제의 왕성이었던 곳이다. 본래 흙으로 지어졌으나 조선 시대에 성의 대부분이 돌로 개축되어 독특한 구조를 띤다. 성곽의 둘레는 무려 2,660m로, 대체로 경사가 완만해 주변을 둘러보기 좋은 훌륭한 산책코스가 된다. 성의 서문에 해당하는 금서루에 오르면 긴 성곽을 따라 성터를 쉽게 돌아볼 수 있다. 여름이면 짙은 신록 사이로 빛나는 조명이, 가을이면 영은사의 은행나무가 아름다움을 더한다. 성곽길에서 바라본 금강과 공주 시내의 전경이 특히 아름답다.
* 주소 : 충남 공주시 웅진동 웅진로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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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소산성
백제가 부여로 도읍을 옮긴 이후 123년간 왕도를 수호했던 백제의 마지막 보루. 긴 역사와 더불어 백제의 마지막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만큼 성 안 구석구석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부소산성 안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40m 높이의 낙화암으로, 신라의 침입에 저항하다 백마강(금강)에 몸을 던졌다는 삼천궁녀의 전설이 담겨있다. 또한 낙화암 절벽 아래에 위치한 고란사에서는 한 잔을 마실 때마다 3년이 젊어진다는 고란 약수를 만날 수 있다.
* 주소 : 충남 부여군 부여읍 관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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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리유적
익산 미륵사지와 함께 최대규모의 백제 유적으로 꼽히는 익산 왕궁리 유적. 대부분 그 형태가 남아있지 않은 백제 수도의 왕성들에 비해 형태가 완벽에 가깝게 남아있어 가치가 높다. 왕궁 내 유적의 대부분은 목적을 추측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존되어 있다. 관광객의 눈길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것은 네모난 연못과 구불구불한 물길인데, 이는 당시의 백제인들이 유사한 조경 기법을 가진 동아시아 국가들과 문화적으로 활발히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익산 왕궁리 유적은 유적이 품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 주소 : 전북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 산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