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연남동을 만든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누가 뭐래도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경의선숲길공원이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경의선숲길은 본래 경의선이 지나던 길에 우거진 나무가 들어서며 용도가 새로워진 공간이다. 일본의 대륙 침략을 위한 군사용 철도였던 경의선은 석탄을 비롯한 각종 화물과 사람을 싣고 백 년 가까이 달렸다. 연남동의 경우 서강역 인근 연탄 공장과 당인리발전소 사이를 오가는 기차가 하루에 16번을 왕복했고 기차라는 존재는 주민들 일상에 늘 바투 붙어있었다. 그러던 2000년대 초반, 기찻길의 지하화가 결정돼 지상에 놓여있던 철길이 완전히 철거되면서 효창역에서 가좌역까지 6.3km 길이에 달하는 부지는 도심 속 녹지로 재탄생했다. 그중에서도 2단계에 해당하는 연남동 구간은 2015년 6월 공중에 개방되자마자 가장 붐비는 곳이 되었다. 공원 개방과 공항철도 건설, 홍대 상권의 이전 시기가 교묘히 맞물려 생긴 현상이다. 이외 다른 구간에서는 볼 수 없는 물길이나, 공원 곳곳에 철로의 흔적을 남겨 연속성을 살린 점도 눈에 띈다. 일자로 길게 뻗어 연남동의 어제와 오늘을 잇는 경의선숲길을 찬찬히 걷다 보면 다양한 구경거리를 만날 수 있다.
01
버스킹존
홍대 놀이터와 홍대입구역 주변이 버스킹의 성지라면, 최근 몇 년 새엔 경의선숲길공원이 새로운 무대로 떠올랐다. 보통 해 질 무렵, 숲길 초입 부근에서 버스커들을 볼 수 있다. 기타 선율에 목소리를 얹어 마음을 전달하는 이들의 공연을 감상하며 간소한 술자리를 즐기는 '돗자리족'들이 제법 많다.
Curator's Tip
홍대 인근의 떠들썩한 버스킹 분위기와 달리 숲길은 잔잔한 감성의 어쿠스틱 공연이 대부분이다. 근처 보틀숍에서 맘에 드는 맥주 한 병을 골라다가 노을을 바라보며 여유로움을 즐겨보자.
02
세교천
버스커들을 지나쳐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실개천이 보인다. 연희동에서 발원해 동교동·서교동을 지나고 망원동에서 홍제천과 만나 한강으로 흘러갔던 물길, '세교천'은 1977년 제방 공사로 지하수가 됐다. 이후 공원을 설계할 때 옛 모습을 되새기려 그 지하수를 이용한 수로가 만들어졌다. 철길 옆 송사리 잡던 시냇물의 추억이 아른거리는 이곳은 야경도 꽤 멋지다.
Curator's Tip
더운 여름밤 작은 피서지로 이만한 데가 없다. 수심이 얕고 위험하지 않아 아이들의 물놀이장으로도 좋다.
03
철로의 흔적
코오롱아파트를 뒤로하고 가좌역 방향을 따라 걸으면 철로의 흔적을 일부 남겨놓은 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 단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사라진 철길에 담긴 '기억의 재현'을 위해 미루나무나 억새, 이름 모를 들꽃 같은 식재를 주변에 배치해 놓은 점 등 설계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Curator's Tip
가까운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바람에 한들거리는 억새 소리를 들어볼 것. 귓불에 살며시 내려앉는 자연의 음성이 따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