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여름꽃> 340 x 240mm 수채 2016
특별한 이벤트로 여겨지던 여행이 점점 삶의 일부가 되어가는 시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작년 1~11월 여행 목적으로 출국한 한국인 수는 전년 대비 18% 늘어난 240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했다. 갑갑한 현실로부터 잠시나마 도피하고자 하는 욕망 혹은 빡빡하게 보낸 일상만큼 여유를 보상받고 싶은 마음 등 먼 나라로 떠나는 연유야 제각각이지만, 어쨌든 떠나는 일이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즐거움이다. 더욱이 낯선 곳에서 보낸 잊지 못할 순간들은 언제까지고 남아 다시금 일상을 살아가도록 북돋아 준다. 여행 드로잉 작가 리모는 그 순간들, 그러니까 여행을 되새길 수 있는 찰나의 순간들을 그림으로 기록한다.
01
완벽한 산책
<완벽한 산책> 280 x 200mm 수채 2016
만화가를 꿈꾸던 어린 소년은 안정된 삶을 위해 공대생이 되었다. 이후 국내 굴지 기업의 개발자가 되었지만, 그림을 향한 열망을 포기할 순 없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훌쩍 떠난 유럽에서 그는 사진 대신 그림으로 여정을 기록했다. 여행지의 나른한 오후와 안개 속 사람들 등 여행길 위에서 솔직한 시선으로 바라본 것들을 종이 위에 옮겼다. 그렇게 담긴 유럽의 모습 300컷은 첫 여행 에세이집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으로 엮였다.
02
슬픔 위에 피어난 가을
<슬픔 위에 피어난 가을> 297 x 210mm 수채 2016
리모는 명소의 현란한 모습보다 평범한 일상적 풍경을 그리는 것을 선호한다. 리모의 손끝에 닿으면 무심코 지나던 골목길에도 스토리가 입혀지고 별다를 것 없던 풍경은 곧 특별해진다. 그렇게, 리모의 드로잉은 일상 속에서 무뎌져 가는 감각을 천천히 일깨운다. 작가는 제주에서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의 이야기에 귀기울여가며 일 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작은 이야기들을 고이 모아다가 종이에 실었다. 작가가 깊고 느리게 바라본 일 년의 시간 속에서, 제주라는 공간은 새롭게 재해석되어 기록으로 남았다.
03
우리 집 방향
<우리 집 방향> 410 x 310mm 펜에 수채 2017
늘 새로운 장소로 이동을 해야 하는 여행길에서는 거리에 흘리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리모는 이처럼 지나쳐 버리기 쉬운 짧은 시간까지도 지면에 담는다. 이동하는 버스, 기차, 비행기 안에서 남긴 자잘하고 소소한 기록들은 여행의 기억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