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80년대 전자 산업 붐과 함께 유일무이한 종합가전제품 상가로 명성을 누렸던 세운상가. 과거의 빛나는 영광은 당시 세운상가를 지탱하던 사람들, 정확히 말하면 각 분야 기술 장인들의 공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용산전자상가 설립과 번복된 재개발의 여파로 많은 장인이 이곳을 떠났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기술을 갈고 닦은 이들도 결코 적지 않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운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메이커스 양성에 힘쓰는 마이스터* 3인을 만났다.
* ’세운 마이스터’는 한 분야에서 최소한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세계적인 기술 장인으로서, 후학을 위해 고유 기술과 전문성을 공유함으로써 제4차 산업혁명의 밑거름이 되어줄 수 있는 분들을 일컫는다.
01
이정성
이정성 장인은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을 구현한 엔지니어로 잘 알려져 있다. TV와 라디오가 궁금해 전자기술자의 길을 걷게 된 그는 당시 내로라하는 수리공들이 모였다는 세운상가 내에서도 TV 수리계 최강자로 꼽혔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자신의 작업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엔지니어를 찾던 백남준 작가가 찾아오며 긴 인연이 시작되었다. 1003대의 TV 모니터가 동시에 작동되는 <다다익선> 기획은 턱없이 짧은 기간 동안 준비해야 했고 심지어 생방송까지 예정된 상황이었지만, 장인은 그 일을 매끄럽게 완수해냈다. 이후 백남준 작가의 구겐하임 전시를 함께하는 것은 물론 ‘백남준의 손’이라 불리며 여러 작품의 엔지니어링을 도맡다시피 했다. 이제 그는 마이스터로서 자신의 기술을 후배 엔지니어와 아티스트에게 전해주며 새로운 보람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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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문
게임과 오락에 관한 모든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주승문 장인. 아날로그 게임 프로그램부터 화폐교환기까지 30년간 다뤄온 전자와 게임에 관해선 모르는 게 없는 이 분야의 장인이지만, 그는 지금도 게임 아이템을 개발하고 실험하길 멈추지 않는다. 본래 전자제어 분야에서 근무했으나 게임 산업의 넓은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직접 게임기 개발 및 제작을 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게임장에서 많이 쓰이는 동전교환기와 화폐교환기 역시 게임 덕분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면서 자체 개발할 수 있었다. “자신의 노하우를 여러 사람과 나누고, 앞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젊은 세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주승문 장인. “게임이 내 인연이었다”라고 말하는 그는 게임기와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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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진
장은진 마이스터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전자키트 전문사 홍인전자의 대표다. 2001년부터 홍인전자에 다니면서 전자 부품을 다루게 된 장인은 과학교육에 필요한 전자키트를 18년간 개발하는 동시에 판매해왔다. 전국 전자과학 대회가 열리던 시절엔 과학 교육에서의 이론과 실습과의 괴리로 인해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홍인전자로 보내곤 했고, 일요일마다 수용 인원을 훌쩍 넘는 학생들을 모아 무료 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그동안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해 전자과학과 관련한 교육에 앞장서고자 여전히 주말이면 전자실험키트를 직접 조립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무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장은진 장인은 더 많은 아이들이 새로 태어난 세운상가를 놀이터 삼아 자연스럽게 전자키트를 접하며 꿈을 키워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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