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종종 밥보다 면이 당긴다. 특히 그럴 때 냉면이 떠오르는 이도 있을 것이다. 길을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냉면집을 찾을 수 있지만, 마음을 끄는 전문 냉면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을지로 일대는 사정이 다르다. 6·25 전쟁 후, 급작스레 고향을 잃게 된 실향민은 청계천 일대에 판잣집을 이뤄 살았다. 당시의 산업, 문화 중심지는 종로. 시대 상황에 발맞추어 몇몇 실향민은 종로뿐만 아니라 종로와 마주하는 을지로 일대에도 이북 냉면 가게를 차렸고, 그중 몇몇은 현재도 남아 남한 냉면 역사를 만들어 간다. 시대의 분위기와 입맛에 따라 변모해온 냉면, 을지로의 전통 있는 냉면집을 훑어보자.
01
우래옥
1946년 개업한 정말 ‘오래된 가게’ 우래옥.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집이라는 타이틀을 간직하고 있다. 우래옥의 평양냉면은 소고기 육수를 사용하여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함께 느껴지는 것이 일품이다. 여기에 산처럼 쌓여있는 배와 무김치 고명은 먹는 즐거움을 더한다. 평양냉면뿐만 아니라 불고기와 갈비탕도 이곳의 명성을 더해주는 메뉴니, 두 번 이상 우래옥에 들린다면 그 맛을 확인하길 바란다. 88년 현재 운영 중인 곳에 자리 잡으며 우래옥만의 위엄을 자랑하고 있는데, 이곳의 진정한 위엄은 식사 시간대에 끊이지 않는 대기열에서 느껴질 것이다.
02
평래옥
평래옥은 1950년에 개업한 을지로의 대표적 평양냉면 맛집이다. 냉면을 주문하면 닭 무침이 기본으로 제공되는데, 이 매콤, 새콤, 달콤한 닭 무침과 냉면을 함께 먹는 맛은 평래옥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곳의 평양냉면 국물은 닭 육수를 베이스로 하여 담백하지만 심심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평래옥의 초계탕은 냉면 못지않게 유명한데, 식초와 겨자로 간하여 차게 식힌 닭 육수에 말려진 메밀국수에 닭고기와 채소 고명을 돌돌 말아 먹으면 평래옥의 특별함이 배가된다.
03
을지면옥
우래옥과 평래옥보단 다소 늦은 1985년에 개업했지만, 을지면옥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사랑받는 을지로 대표 냉면집이다.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풍부하게 만드는 냉면집은 을지면옥이라는 것. 을지면옥의 상징인 파란 글씨가 써진 낡은 간판도 실내에 들어서기 전 확인해두자. 을지면옥의 대표메뉴도 평양냉면으로 심심한 육수에 고춧가루를 뿌려 간을 맞춘다. 주로 편육과 함께 먹으며 입맛을 돋우는 사람이 많다.
04
오장동흥남집
1953년 개업한 오장동흥남집. 위의 세 개 냉면집이 평양냉면의 대표주자라면 오장동흥남집은 함흥냉면의 대표주자다. 오장동흥남집의 상징인 할머니가 그려진 간판을 지나 실내에 들어서 대표메뉴인 매콤한 회냉면을 주문하자. 오장동흥남집은 각자의 냉면 먹는 방법을 존중하기에 다대기부터 설탕, 식초 등의 양념을 개인이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기본 간이 된 냉면이 제격일 수 있지만, 자신만의 냉면 스타일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오장동흥남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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