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겪어야 하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순간이 있는가? 누군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지갑에 꼭꼭 숨겨놓은 지폐 한 장이 무수한 동전으로 쪼개지고야 마는’ 그 잔인한 순간이라 답할 것이다. 사실 가벼운 종이 한 장에 불과할 뿐인데 그 '가벼움'은 왜 마냥 가볍지 않을까. 어쩌면 겨울이 데려온 것은 추위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지갑마저 달달 떠는 우리네 살림살이를 위해, 오스스 소름 돋는 물가에도 만 원 한 장으로 배부를 수 있는 망원시장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01
고향집
망원시장에서 고향집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망원시장을 '맛집의 메카'로 소문나게 만든 장본인. 물가 인상에도 2,000원이라는 가격을 오랫동안 고수해오다가 최근에야 2,500원으로 가격이 조정되었다. 가격을 인상할 당시 가게 측은 몸 둘 바를 몰라했다는 듯하나 대접을 가득 채우는 넉넉한 양과 맛이 여전한 덕에 정작 고객들은 개의치 않아 한다고.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맛을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한 술 뜨는 순간 그 맛이 바로 입증된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구수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이 일품인 일반 칼국수.
* 운영시간 : 11:00 - 21:00
* 상세주소 : 서울시 마포구 포은로8길 28
* 메뉴가격 : 일반 칼국수 기준 2,500원
02
큐스 닭강정
뜨끈한 칼국수로 속을 채웠대도 맛깔 나는 시장 주전부리의 유혹을 뿌리칠 수는 없는 법. 왜, 옛말에 '간식 배와 밥 배는 따로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고향집을 나서서 가장 처음으로 가볼 곳으로 거리와 가격 모두 부담스럽지 않은 큐스 닭강정을 추천한다. 망원시장 내 맛집을 순위 매길 때 항상 상위에 꼽히는 곳이다. 깨끗한 기름으로 튀겨낸 닭고기를 특제 소스에 버무린 닭강정은 그 자태가 곱기도 곱고 윤기도 반지르르하다. 마주 오는 이마다 한 컵씩 들고 있는 이유를 짐작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 운영시간 : 09:30 - 21:30
* 상세주소 : 서울시 마포구 망원로8길 27
* 메뉴가격 : 작은 컵 기준 3,000원
03
황인호의 원당 수제 고로케
망원시장 3대 맛집의 마지막 단계인 황인호의 원당 수제 고로케. 이 집 인기가 고공 행진함에 따라, 시장 안에 ‘수제’라는 수식어를 단 2~3세대 고로케 집들도 생겨났다. 원조 격인 원당 수제 고로케는 월드컵 시장이 마주 보이는 망원시장 골목 초입에 위치했으니 유의할 것. 크림치즈부터 피자, 치킨, 매콤김치까지 다양하게 속을 채운 고로케가 침샘을 자극한다. 막 튀겨내어 아직 기름이 흥건한 고로케를 호호 불어가며 입천장이 홀라당 까지도록 먹어야 제맛이건만, 이 집은 시간과 요일을 불문하고 항상 줄을 서야 한다. 유일한 단점이긴 하나 맛을 보면 얼마든지 용서 가능.
* 운영시간 : 상시변동
* 상세주소 : 서울시 마포구 망원로 82
* 메뉴가격 : 고로케 500원
04
맥반석 주전부리
시장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 남은 쌈짓돈까지 탈탈 털게 만드는 맥반석 주전부리에서는 마른오징어와 맥반석으로 구운 오징어, 쥐포, 전병 등 이름에서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주전부리'를 판매한다. 여느 전통시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가게지만, 이곳만의 매력을 꼽자면 간식거리와 함께 판매하는 시원한 생맥주, 그리고 한강공원과의 근접성을 들 수 있겠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두툼한 독일식 소시지가 들어있는 수제 핫도그. 진정한 핫도그의 맛은 설탕에 다르륵 굴려 쪽 뿌린 케첩의 영험함에서 나올지니. 핫도그의 당당한 풍채를 마주한 자여, 이 순간만은 열량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좋다.
* 운영시간 : 상시변동
* 상세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3길 42
* 메뉴가격 : 수제 핫도그 1,000원
함께 보면 좋은 큐레이션 추천
큐레이션 전체 보기 +큐레이션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