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 캡> 104 x 61cm oil on canvas 2013
프랑스의 대표적 건축물이 무엇이냔 질문이 주어진다면, 누구라도 단번에 에펠탑을 떠올릴 것이다. 영국 런던이라면 그 답은 빅벤일 것이고 미국 뉴욕이라면 자유의 여신상이 될 것이다. 이처럼 각 나라에는 그 나라 또는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있으며, 우리는 이들을 ‘랜드마크’라 부른다. 그러나 랜드마크는 단순한 관광명소만은 아니다. 이러한 명소들은 그곳을 들르거나 주변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음과 동시에 이들에게 추억으로 자리 잡는다. 김주희는 도시의 랜드마크에 스며든 그리움의 잔상과 잊지 못할 추억, 사랑하는 것들의 의미를 ‘이미지 오버랩’이라는 독특한 기법으로 기록하는 작가이다. 도시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그림으로 남기는 김주희의 작품 세계로 떠나보자.
01
섬진강의 사계
<섬진강의 사계> 90.9 x 60.6cm oil on canvas 2017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 길을 걸을 때, 혹은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할 때. 많은 아티스트들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 속에서도 영감을 받는다. 김주희 작가도 그렇다. 그는 작업을 시작할 무렵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던 것, 또는 해당 시기에 사회에서 중요시 여겨지던 것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작가는 단순히 특정 장소를 완벽하게 복사하듯 그리지는 않는다. 작품 <섬진강의 사계>에서 드러나듯, 김주희는 때로 실존하는 장소에 환상을 덧입혀 상상 속 유토피아를 만들어 낸다.
02
뉴욕
<뉴욕> 55 x 162cm oil on canvas 2016
김주희는 주로 '이미지 오버랩' 기법을 통해 도시의 모습을 담는다. 작가는 가장 먼저 카메라로 풍경을 포착한다. 다양한 앵글에서 사진을 촬영한 후 디지털 이미지로 작업하고, 이미지들을 하나씩 중첩해 보면서 최종 이미지를 택해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자유의 여신상과 크라이슬러빌딩을 오버랩한 <뉴욕> 작품을 기점으로, 그는 언뜻 보면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장소와 대상의 오버랩 작업을 시작했다. 작품 속 건축물은 작가만의 새로운 시점에서 재해석되어 기록되며 마치 같은 장면들을 차례로 나열해 놓은 듯한 신비함을 선사한다.
03
락카펠라 트리
<락카펠라 트리> 125 x 79cm oil on canvas 2017
‘그리워하다’에서 유래된 '그리다'는 '그리운 순간들을 잊지 말자'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한 점의 그림을 감상하는 일이란 그림 위에 각자가 지닌 저마다의 스토리와 기억을 겹쳐보며 상기하는 것과 같다. 김주희의 작품은 불멸할 것만 같은 도시의 상징적 공간을 소재로 다룸으로써 이미 멸해 버린 그리움과 향수를 소환한다. 오늘, 그의 작품을 보며 도시 속 분주한 일상에서 쉽게 잊힌 기억들을 하나둘 불러오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