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동네 큐레이션

소외된 공간 속 '따뜻함'을 발견하다

아티스트 임상희

<Realview_우리사이> 72.27 x 50cm acrylic on canvas 2016

1960년대 서울 도심부 개발 과정에서 내몰린 1135세대 주민들이 산자락을 깎아 만든 동네가 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이다. 가파른 경사 위 놓인 성냥갑만 한 집들은 한없이 위태로워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아파트 부럽지 않은 소중한 보금자리다. '집을 그리는 작가' 임상희는 이처럼 도시 개발이 야기한 부의 불균형으로 인해 소외된 공간들, 그리고 그곳을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연민이나 동정심이 결코 아니며, 사회 속 그늘진 공간들의 가치를 탐구하는 일이자 그 가치를 예술적 차원까지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렇기에 그의 그림은 황폐하거나 삭막하기보다 늘 따뜻하고 서정적이다. 


01

나란히

<나란히> 116.8 x 45cm acrylic on canvas 2017

임상희의 작업은 현장을 목격하고 체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작업을 위해 재개발 예정지로 지정된 집에서 얼마간 생활해본 경험도 있다는 작가는 달동네 좁은 골목길을 속속 누비며 건물과 주변 환경을 다각도로 기록한다. 특히 사진에는 그곳에 사는 이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대변할 만한 오브제 격의 사물을 함께 담아낸다. 구불거리는 미로와 같은 달동네를 직접 걷고 보고 살며 받은 느낌, 그리고 가까이 밀착해 촬영한 사진은 모든 작업의 첫걸음이 된다. 

02

진경

<眞境(진경) - 한남동> 227.3 x 145cm acrylic on canvas 2011

'眞境(진경)’ 시리즈는 이웃 간 정겨움과 애정이 가득했던 동네가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또다시 내몰리지 않고 유지되었으면 하는 염원을 담는다. 작가가 회화를 통해 바라는 세계는 아파트처럼 획일화된 주거 공간이 아닌, 모든 사람의 삶이 수평적 관계로 연결되어 서로 존중하고 살아가는 이상적인 사회다. 또한 그의 작품 속 다원적 시각 구성은 하나의 화면 속에도 다양한 시점이 존재함을 뜻하며, 곧 관람자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끔 만든다. 

03

Tower Hill

<Tower Hill> 72.7 x 50cm acrylic on canvas 2017

'사라지는 것'에 대한 그리움을 중요한 모티브로 삼는 임상희는 주로 사람의 흔적이 없는 동네를 다룬다. 작가의 ‘홈스케이프’展에 등장한 동네 상당수 역시 현재는 도시 개발로 사라진 공간이라고. 이는 우리 모두가 결국 실향민과 다름없기에 예술적 가치로나마 보존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소외된 공간의 가치와 아련한 추억을 가는 붓질로 담백히 풀어내는 임상희 작가의 블로그에서는 작품뿐 아니라 그가 참여하는 전시 및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소식을 접할 수 있다.
더 알아보기

함께 보면 좋은 큐레이션 추천

큐레이션 전체 보기 +

큐레이션 전체 보기